색을 귀로 본다

2013. 1. 27. 08:31시 모음/시

 

안동 봉정사 대웅전의 격자문(格字門)에저녁 햇살이 내리고 있다. 한자의 우물 정(井)자와 비슷하여 정자문(井字門)이라고도부른다.

 

           

색을 귀로 본다

한 이 나

 

마음을 그린 소리를 보고 싶다

얇고 섬세하게

때로는 굵고 투박하게 붓질하는 소리

한지 밖 마을에서

수박나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꽈리나무 위로 날아드는 풀벌레 소리

여치가 더듬이 세워 땅을 기어가는 소리

고양이 나비와 놀고 있는 소리

연지에 백로가 노니는 소리를 보면서

먹의 진하고 옅음으로

따뜻한 정감 듬뿍 묻어나게 붓질하는 색깔

거문고 소리 안개 숲속에 자욱한 보름달밤의 색

소나무 아래 앉아

풀옷 입고 생황 부는 사내 그 적막의 색

연잎 줄기 끝 까맣게 익어가는 연밥의 색

 

저만큼 나도 떨어져 앉아

법화경을 넘기며, 아름다운 경전의

한 생각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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