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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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담(黑龍潭)
한 굽이를 지나가서 또 못 하나를 만났으니 흑룡담(黑龍潭)이라 부른다. 긴 것이 여물 통 같아 조담(槽潭이라고도 부른다. 대개 백운계(白雲溪)부터 바위의 색깔은 한결같다. 석문(石門) 위로 희고 깨끗한데 사이에 어떤 것은 푸르고, 어떤 것은 누렇고, 어떤 것은 검으며, 어떤 것은 붉다. 바위가 푸른 것은 푸르러 파란 비늘 있는 것이 똬릴 틀고 누워있는 것 같다. 바위가 누런 곳은 물 또한 누런색이어서 누런 종이가 비쳐서 빛나는 것 같다. 흰색과 검은 색, 붉은 색 또한 그러하다. 못이 네 가지 색의 용으로 일컬어진 것은 대개 보이는 것을 따라서 이름 지은 것이다 김창흡은 영시암 앞의 못을 '청룡담'이라 부르고, 한 굽이를 지나 또 하나의 못에 '황룡담', 그리고 몇 리 가서..
2019.08.23 -
수렴동계곡의 소나무,전나무
설악을 가며 이 성 선 수렴동 대피소 구석에 꼬부려 잠을 자다가 밤중에 깨어보니 내가 아무것도 덮지 않았구나 걷어찬 홑이불처럼 물소리가 발치에 널려 있다 그걸 끌어당겨 덮고 더 자다가 선잠에 일어난다 먼저 깬 산봉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쫓겨서 옷자락 하얀 안개가 나무 사이로 달아난다 그 모습이 꼭 가사자락 날리며 부지런히 산길을 가는 스님 같다 흔적 없는 삶은 저렇게 소리가 없다 산봉들은 일찍 하늘로 올라가 대화를 나누고 아직 거기 오르지 못한 길 따라 내 발이 든다 길 옆 얼굴 작은 풀꽃에 붙었던 이슬들 내 발자국 소리에 화들짝 놀란다 물소리가 갑자기 귀로 길을 내어 들어오고 하늘에 매달렸던 산들이 눈 안으로 후두둑 떨어진다 오르지 못한 길 하나가 나를 품고 산으로 숨는다
2019.08.18 -
달개비
달개비 김 승 기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발밑에서 채일 때마다 포르릉 날아오르는 파랑나비의 날개짓 별빛으로 꼭꼭 채워주던 꿈을 꾸는 닭의장풀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구부정해진 아버지의 허리 바로 세우는 지팡이였는데 언젠가 제초제에 묻히고 난 뒤 썩어 문드러진 그 자리에 허물어지는 빈집만 휑하니 남아 있고 값비싼 행세하며 집 안에까지 밀치고 들어오는 양달개비 앞에서 파랗게 아롱지는 꿈도 사라져야 하는가 지금부터라도 가꾸어야지 헐벗은 땅 메말라 가는 세상 넋 놓고 바라볼 수는 없는 일 허물어진 빈집 다시 세우고 농약에 찌든 때 씻어내야지 때로는 고달프고 가끔은 피도 흘리겠지 그래도 우리들 마음 속에 꽃밭을 만들고 벌 나비 불러들여야지 자식에게 들려줄 파랑나비의 아름다운 동화를 위하여 □달개비 닭의장풀과의 한해살..
2019.08.18 -
마타리
마타리 김 승 기 건드리지 마세요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기만 하세요 그렇지, 저만치 서서 그렇게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기만 하세요 수줍은 시골 촌뜨기 여리디여린 순정 흔들지 마세요 몸에서 풍기는 야릇한 내음 그대에게만큼은 들키고 싶지 않아요 사랑도 가지가지 살 부비는 것만이 사랑 아니예요 뜨거운 여름 견디어낸 푸르름 하나 그 지친 들녘 한켠에서 노오랗게 물들이며 바라보는 살며시 흔들어주는 손길 또한 멋진 사랑 아닌가요 다가오지 마세요 그냥 그렇게 바라보기만 하세요 □마타리 나무의 일생 높이 60~150cm 내외이고 뿌리줄기는 굵으며 옆으로 뻗고 원줄기는 곧추 자란다.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지고 털이 없으나 밑부분에는 털이 약간 있 으며 밑에서 새싹이 갈라져서 번식한다. 잎은 마주나며 깃꼴로 깊게 갈라지고..
2019.08.18 -
마가목
설악산 마가목 김 승 기 고향 설악은 마가목이 지천이지 산마가목 민둥마가목 잔털마가목 왕털마가목 당마가목 흰털당마가목 녹마가목 차빛당마가목 넓은잎당마가목 함께 어울려 얼마나 정다운지 몰라 월이면 출렁출렁 이 산 저 산 물들이는 꽃향 덩달아 하얗게 가슴 부풀고, 눈동자마다 깊은 노을 비치는 가을이면 몽글몽글 붉은 열매 겨울 양식 되어 설악에 터 잡고 살아가는 산새 다람쥐 청설모 산짐승들 차거운 생명 마가목차로 녹여주고 있지 마가목향에 젖으며 자라온 몸 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지 베풀며 사는 사랑 배우고 받았으면서도 이리저리 떠돌며 제 몸뚱이 하나 추스르지 못하고 병들어 찌그러진 生의 길목에서 찾은 고향 변함없이 기쁘게 나를 반기겠지만 낯을 세울 수 없는 죄스러운 마음 어떻게 그대를 볼까 악은 언제나 그리운 ..
2019.08.18 -
인가목(人伽木)
□설악산 서북능선에 피어 있는 붉은인가목, 흰인가목 설악산 서북능선은 대청봉에서 중청-끝청-귀떼기청봉-큰감투봉-대승령- 안산까지 이어진 설악산 최장의 능선이다.서북능선은 힘든 산행코스로 능선이 길고 굴곡이 심해 체력소모가 심한 곳이다.서북능선은 서북능선의 한가운데 있는 한계령 삼거리를 기준으로 동쪽의 끝청-중청-대청봉까지의 백두대간 주능선 구간과 서쪽의 귀떼기청봉- 큰감투봉- 대승령- 안산까지의 2개의 능선으로 나누기도 한다. □인가목 (Prickly rose, 人伽木)한자로 인가목(人伽木)이라고 하나, 이름에 대한 정확한 유래는 알려진 바 없다. 높은 산이나 고지대의 숲에서 자라며, 잎이 지는 떨기나무(낙엽관목)이다. 높이는 2~3m이다. 나무껍질은 갈색이고 바늘 모양의 가시가 빽빽하게 덮인다. ..
2019.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