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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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의 춤
인간은 하나의 갈대에 불과하다. 자연 중에서도 가장 약한 존재이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 갈대의 춤 이 홍 섭 잎을 다 던져버린 나무들이야말로 흐르는 강물의 비밀을 알 것 같으다 사시사철 푸르른 잎 튀웠던 나무들이야말로 강물의 끝을 이야기해줄 수 있을 것 같으다 그러나, 온몸의 피 다 던져버린 갈대의 춤은 얼마나 외로우리 바람 불면 우거지는 슬픔의 면적은 또한 얼마나 넓으리 강물 흐르다 멈춘 자리에 나를 멈추어 세우고 정신없이 바라보는 저 황홀한 춤
2023.11.29 -
갈대와 억새
바람의 노래 김 종 익 가을의 중턱에서 산사로 가는 꼬불꼬불한 길의 적요를 보았다 비슬산 끝자락 평원에서 억새꽃으로 가을을 연주하는 소슬바람을 만났다 나는 들풀이 되었다 은색의 잔잔한 물결이 파도를 연주하였다 강가에서 나는 유년의 들길을 걸었다 갈대밭에 몰래 숨어서 숨바꼭질하는 강물소리 보았다 바람은 금빛 물결이었다 바람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노래 나는 그 물결 감옥에 갇혀 돌아올 수 없었다
2023.11.02 -
어느날의 한강 소묘(素描)
가을 소묘 김 동 현 가을, 삽상(颯爽)한 바람. 하늘은 그대로 강으로 더불어 정사하여 푸른 피를 마구 흘려놓는데 이 땅의 어딘들 시심(詩心)을 돋우지 않는 곳이 있으랴 허옇게 팬 갈대꽃이 바람품으로만 헤집어 드는 것은 누구를 향한 한없는 그리움과 사념의 몸짓인데, 푸른 산빛은 한 귀퉁이씩 그 빛을 바래만 가고……. 길섶엔 점점이 모자이크해 박은 코스모스 신파의 프리마 돈나처럼 수줍게 흰빛, 자짓빛, 선홍으로 꾸며 바람을 안고 가볍게 궁글어, 머슴애 뛰는 가슴을 마구 헤집어 놓고……. 바람이 인다. 갈잎은 굴러 사내의 긴 그림자를 앞서서 끈다. 바람통에 제 영혼을, 온통 하늘이 하얗도록 날리고는 억새는 눈부신 죽음으로 찬란히 눕다.
2023.10.28 -
틈새빛살
두 마리 새 최 영 희 새가 날아간다 봄날, 한강 둔치 물 흐르는 곳을 향해 두 마리 새가 날고 있다 바쁜 듯, 조금 앞선 한 마리 새 뒤에 또 한 마리, 빈 하늘 총총,,,,,, 구름 물든 서쪽, 서쪽으로 간다 고향 찾아가는 걸까 내 시야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함께 날고 있는 두 마리 새 추운 겨울을 한강 어느 둔치 둘이는 힘든 먹이를 낚으며 삶에 대해 많은 이야길 나누었으리라 새가 날아간 빈 하늘가 내 곁엔 여기까지 함께 온 그 사람이 있다.
2023.10.27 -
다시 모습을 드러낸 저자도(楮子島)
□한강의 사라진 섬 저자도(楮子島) 지금의 성동구 옥수동과 금호동 4가 남쪽 한강 가운데 있던 섬으로 닥나무가 많아 저자도(楮子島)라고 불렸으며 속칭'옥수동섬'이라고도 하였다. 양주에서 발원한 중랑천이 청계천과 합류한 후 다시 한강과 만나는 지점을 '두루물이 합치는 곳'이라 해서 두물개 또는 두뭇개라하고 한자로 두모포(豆毛浦)라 썼는데, 저자도는 바로 이 두 물에 쓸려온 토사가 서로 만나 쌓여서 이루어진 삼각주이다. 두 물이 부딪히는 곳에 섬이 있어 물살이 유유하며 섬 안에는 구릉과 연못, 모래밭이 펼쳐져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서울 앞을 흐르는 한강만을 따로 경강(京江)이라 불렀는데, 두모포 일대는 경강의 동쪽에 있어서 동호(東湖)라 했다. 두모포와 그 서편의 입석포(立石浦), 그리고 저자도는 동호의 아..
2023.10.27 -
해넘이
해넘이 初月 윤 갑 수 붙잡을 수 없는 그대여 햇살이 내려앉은 저물녘 멀어져 가는 그대여 고이 접어 묻어둔 그대여 마음에 머물다 미련 없이 가버린 당신이여 눈빛에 맴돌다 떠나버린 님아 멧부리에 올라 구름타고 당신이 떠난 길을 따라 갈까나 그대 붙잡지 못함 못내 아쉬워 오늘도 바람에 말라버린 영혼을 달래본다.
2023.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