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야생화(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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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중
까마중 김 승 기 이 땅에 뿌리내린 생명 누구나 소용 있는 목숨인데, 흔해다 해서 천대받는 설움인가 열매마다 까마귀 울음이 매달려 있다 봄여름가을 푸르른 날들 오히려 더 흔해빠진 까치에게 모두 빼앗기고 겨울논바닥으로 내려와 앉는 흔치 않은 까마귀떼, 사랑 잃은 빈터 종기 짓물러터지는 벼그루터기 움켜잡고 꺼억꺼억 뾰루지 돋는 울음소리 고스란히 열매 속에 스며 품고 있다가 이듬해 다시 꽃으로 피우는, 그렇게 상처 끌어안고 쓰다듬어야 귀한 약이 되는가 방울방울 까맣게 매달린 눈물아 □까마중(가지과) 길가나 밭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 30--60cm 높이로 자라는 줄기에 어긋나는 달걀형 잎은 밑 부분이 긴 잎자루로 흐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거나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다. 6-8월에 잎과 잎 사이의 줄기에서 꽃대가..
2023.06.18 -
하늘말나리
차단기를 지나 계곡을 따라 이어진 임도를 따라 걸어 오르니 우레 같은 물소리가 들리는 선녀탕 삼거리에 닿는다. 이곳에서 왼편 임도는 십자봉을 지나 웅석봉 오르는 길이고, 등로 표시가 없는 정면의 선녀탕 쪽으로 이어진 희미한 산길은 곰골로 이어지는데 웅석봉 정상으로 접근하는 짧은 길이지만 길도 희미하고 절벽에 가까운 가파른 위험 구간이다. 선녀탕 삼거리에서 우측 왕재로 오르기로 결정한다. 무리 지어 붉게 핀 하늘말나리가 이 길로 어서 오르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계곡의 폭포와 암반들이 줄줄이 보인다. 빗줄기가 세차다 여리다 반복하며 내린다. 비를 맞으며 푸른 숲을 배경으로 하늘말나리는 붉은 꽃을 피워 산중을 밝히고 있다. 발길을 멈추고 빗물인지 땀인지 흐르는 물기를 훔치며 하늘말나리를 바라본다. 여름 계곡 ..
2023.06.06 -
산수국
웅석봉의 속살을 보며 산길을 걷는다. 짙푸른 녹음, 암반 위를 흐르는 계곡수, 때로는 폭포. 나뭇잎은 퍼붓는 비를 맞으며 환호하고 있다. 이끼긴 바위 야생화가 숨어 있다. 비를 맞아 푸른 물기를 뿜어내는 끝이 뾰족한 타원형 잎을 단 산수국 남색꽃이 둥글게 모여 핀 산방꽃차례가 가지 끝에 달려 있고, 가장자리에는 꽃잎처럼 생긴 하얀 장식꽃이 둘러 피어 한껏 멋을 내고 있다 산수국 최 원 정 푸른 나비 떼 지어 꽃으로 피었다 그 꽃 위로 하늘빛 내려와 나비방석 빚어 놓았으니 잠시 쉬었다 가자 다리 쭉 뻗고 앉아서 긴 호흡으로 가뿐 숨 고르며 갈 길, 서둘지 말고 가만히 봐 푸른 나비가 꽃으로 핀 저 고요한 날갯짓
2023.06.06 -
도라지 꽃
도라지 꽃 박 동 수 푸른 하늘 한 모금 아릿한 별 하나 가슴에 묻어 둔 영원한 사랑 그 열정으로 7월의 한낮 뜨거운 기다림은 태고적 부터 이어 온 불멸의 자태 사진 촬영( 2012.7.9 ): 지리산 둘레길에서 □도라지 초롱꽃과로 산과 들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다. 밭에서도 많이 재배한다. 40-80cm 높이로 곧게 자라며, 줄기를 자르면 우유 같은 흰 즙액이 나온다. 줄기에 어긋나는 긴 달걀형의 잎은 끝이 뽀족하고 가장자리에 예리한 톱니가 있으며 뒷면은 회청색이다. 7-8월에 가지 끝에 보라색 또는 흰색 꽃이 위를 향해 핀다. 공처럼 부풀어 오른 꽃봉오리가 터지면서 종 모양의 꽃이 피는데 꽃잎은 가장자리가 5개로 갈라져 위로 젖혀진다. 뿌리는 캐서 나물로하거나 기침을 멎게 ..
2023.05.31 -
세잎종덩굴
가을 김 현 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세잎종덩굴 세잎종덩굴은 숲 속에 나는 낙엽덩굴나무이다. 길이는 1m 정도이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세 장의 작은 잎으로 된 겹잎으로, 양면에 잔털이 있고 가장자리는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잎자루에 긴 털이 밀생한다. 꽃은 6~8월에 흑자색으로 잎겨드랑이나 줄기 끝에 한 송이씩 달린디. 학명이나 영명에서도 ‘Korean clematis’ 라 부르는 우리 고유..
2019.09.08 -
눈빛승마
8월의 시 오 세 영(1942- )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하는 달이다. □눈빛승마 미나리아제비과로 숲속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 2m 정도로 자라는 줄기는 가지가 갈라진다. 줄기에 어긋나는 잎은 2-3회3출엽이다. 작은 잎은 달걀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결각 모양의 톱니가 있다. 7-8월에 줄기 끝의 원추꽃차례에 자잘한 흰색 꽃이 모여 달린다.
2019.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