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적 답사기(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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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도 누워가는 와운(臥雲) 마을 천년송
구름도 누워가는 와운(臥雲) 마을 천년송 2015. 1. 9 나무 류시화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주었다 내 집 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 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 주었다 집수리 이사 등으로 지난해 발을 묶었던 일들이 마무리되고 갑오년 새해를 맞아 처음으로 배낭을 꾸린다. 남..
2015.01.28 -
간송문화澗松文華 전시회를 찾아서
간송문화澗松文華 전시회를 찾아서 2014. 9.13 DDP 배움터 2층디자인박물관에서 "간송문화 -문화로 나라를 지키다 2부 보화각" 전이 열리고 있다. 간송문화澗松文華 - 문화로 나라를 지키다 2부 보화각 보화각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1938년에 건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사립미술관이자 간송 미술관의 전신이다. 보화각은 삼국시대부터 근∙현대까지의 우리나라 고미술이 보존되고 연구된 고미술사학의 요람인 동시에 위창 오세창, 춘곡 고희동, 삼불 김원룡, 혜곡 최순우, 수묵 진홍섭, 초우 황수영, 박길룡, 청전 이상범 등 우리나라 근대기에 문화∙예술계의 총아들이 모여서 사상과 세계관을 교류하던 집결지이기도 했다. 전시에서는 간송 선생이 수집한 유물 중 각 분야별 최상의 명품들이 대거 출품되었다. 이정, 이징..
2014.09.14 -
(2) 천년고찰 보광사에는 어머니 그리며 심은 향나무가 있다
(2) 천년고찰 보광사에는 어머니 그리며 심은 향나무가 있다 동안거 목 필 균 산사에 내리는 함박눈 숫눈 위에 내려앉는 고요 수많은 상념이 거미줄 치다가 바람 끝 풍경소리에 일순간 소멸되는 명상의 시간들 봄빛 스며들 때까지 합장한 손끝에 가부좌한 무릎에 순간이 쌓여 흐르는 하루 또 하루 지혜를 찾아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고령산 서쪽 자락에 자리 잡은 보광사 전경 고령산보광사 편액이 걸린 일주문을 지나 줄지어 늘어선 밥집들을 보며 보광천을 따라 언덕길을 돌아드니 파란 하늘에 고령산 능선이 바라보인다. 보광사(普光寺)는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영장리 고령산 서쪽 자락에 숨은 듯 아늑하게 자리 잡은 천년고찰이다. 성곽처럼 높은 삼단의 축대를 바라보며 돌다리를 건넌다. 전나무가 사천왕 처럼 우뚝우뚝 서 있다. 아..
2013.12.05 -
(1)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磨崖二佛立像을 찾아서
(1)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 磨崖二佛立像을 찾아서 구파발역 2번 출구 버스정류장에서 한 참을 기다려 703번 버스에 오른다. 벽제관을 지나 광탄으로 향하다 혜음령 고개를 넘어서니 용미리 작은 등성이에 희끗한 석불입상이 바라보인다. 용암사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절 뒤 언덕에 보물 제93호인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 '석불입상' 또는 '쌍미륵'으로도 불린다)을 품고 있는 용암사(龍岩寺)는 광탄면 용미리 장지산(長芝山)에 위치한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의 말사이다. 창건 연대는 분명하지 않지만 용미리 쌍미륵의 조성 배경과 절의 창건에 얽힌 설화가 전하고 있어 석불이 만들어진 11세기(고려시대)를 창건 연대로 잡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고려 선종(宣宗:재위 1083~1094)이 후사가..
2013.12.01 -
溜穿石 -처마물이 계속 떨어지면 바위를 뚫는다
제주 오현단五賢壇을 찾아서 2013. 3.15. 금요 유천석溜穿石 - 처마물이 계속 떨어지면 바위를 뚫는다 산지천 복개 구간인 동문 재래시장을 지나 다시 모습을 드러낸 산지천을 따라 걷는다. 오현 1교 근처에서 가파른 골목 언덕배기에 오르니 제주성지에 다다른다. 성벽 아래 '橘林秋色'이라 새긴 오석으로 만든 표지석이 서 있다.영주 십경의 하나인 귤림추색橘林秋色. 옛 적 이 일대는 넓은 귤 과원이 펼쳐져 있던 곳가을에 귤이 익을 때 이곳 남성에 올라 바라보면 온 천지가 황금물결을 이루어 장관을 이루었다는 곳이다. 그 제주성 남 성벽 아래 나무가 울울한 곳 귤림서원 옛 터에는 제주 지방의 교학 발전에 공헌한 다섯 현인(五賢)을 기리는 오현단五賢壇이 있다. 다섯 작은 돌 조두석俎豆石에서 풍기는 오현五賢의 향기..
2013.03.29 -
(2) 귤중옥(橘中屋) 가시울타리에 떨어진 동백꽃이 다시 붉은 꽃을 피운다
추사의 적거지를 찾아 걷다 (2) 귤중옥橘中屋) 가시울타리에 떨어진 동백꽃이 다시 붉은 꽃을 피운다 추사의 벗 동백 이 청 리 추사의 벗이 어디 한둘이 아니지 않은가 마음속에 그 세한도를 놓지 못한 것으로 보아 이곳에서 나와 벗 사귐이 어떠하시겠는가 자고로 하늘이 시들지 않는 꽃 하나 피어 놓은 시절이 겨울이 아니지 않은가 이 겨울 추사와 내가 꽃을 피워 봄이 어떠하시겠는가 벗이란 보여주는 꽃이 아닌 보이지 않는 꽃을 피우는 것이 하늘의 꽃이 아니시겠는가 내가 추사의 몸으로 돌아가 짓푸르고 추사가 내 몸으로 돌아와 이렇게 활짝 꽃을 피어 봄이 어떠하시겠는가 단산을 뒤로하며 잠시 걸으니 옛 대정현성 동문지(東門址)에 도착한다. 큰 고요함, 대정(大靜). 적막하게 고요한 마을이어서 옛사람들이 이름을 대정이라..
2013.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