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천년고찰 보광사에는 어머니 그리며 심은 향나무가 있다

2013. 12. 5. 18:59문화유적 답사기/사찰을 찾아서

(2) 천년고찰 보광사에는 어머니 그리며 심은 향나무가 있다

  

동안거   

목 필 균                                                                               

 

산사에 내리는 함박눈
숫눈 위에 내려앉는 고요

 

수많은 상념이 거미줄 치다가
바람 끝 풍경소리에
일순간 소멸되는
명상의 시간들

 

 봄빛 스며들 때까지
합장한 손끝에
가부좌한 무릎에
순간이 쌓여 흐르는
하루 또 하루

 

지혜를 찾아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고령산 서쪽 자락에 자리 잡은 보광사 전경

 

 

고령산보광사 편액이 걸린 일주문을 지나 줄지어 늘어선 밥집들을 보며 보광천을 따라 언덕길을 돌아드니 파란 하늘에 고령산 능선이 바라보인다.

보광사(普光寺)는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영장리 고령산 서쪽 자락에 숨은 듯 아늑하게 자리 잡은 천년고찰이다.

성곽처럼 높은 삼단의 축대를 바라보며 돌다리를 건넌다.

전나무가 사천왕 처럼 우뚝우뚝 서 있다.

  

석축과 전나무

 

 

  

만세루

 

 

 

아름답게 쌓아올린 석축 사이로 트인 돌계단을 따라 오르니 만세루다.

이조 21대 영조가  보광사를 소령원(영조의 어머니인 숙빈 최 씨)의 원찰願刹로 정하면서 대웅전과 광응전을 중수하고 만세루를 창건했다.

 

대웅보전

 

 

북측 만세루 종무소를 지나니  깨끗한 절 마당에는 석등과 만세루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석축 기단 위에는 단청이 퇴색되어 더욱 고풍스러운 대웅보전이 서향을 향해 위엄 있게 서 있다.   

 

대웅전은 앞면 3칸·옆면 3칸의 규모로, 지붕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화려한 팔작지붕집이다.

영조의 친필로 전해지는 단정하고 필선이 아름다운 '大雄寶殿' 편액이 걸려 있다.

 

양쪽 옆면과 뒷면은 회벽 대신에 모두 두꺼운 나무판으로 벽을 만들고 벽화가 그려져 있다.

북측 벽에는 6개의 상아를 가진 흰 코끼리를 타고 있는 보현동자를 표현한 ‘기상동자도’와 선재동자와 함께 그려진 ‘백의관음도’

동측 벽에는 극락정토에 왕생하는 장면을 묘사한 '연화화생도蓮華化生圖', '괴석도' '노송도'그리고 재앙과 역병을 물리치는 벽사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대호도'   속세의 모든 번뇌와 고통을 벗어 버리고 파도를 헤치며 피안으로 인도하는 '용선인접도' 가 그려져 있고,

남측 벽에는 불교의 호법선신인 위태천을 그린 '위태천도', 사자를 타고 있는 문수동자의 모습을 묘사한 ‘기사문수동자도’ 그리고 '금강역사도'가 그려져 있다.

 

지붕 처마를 받치면서 장식을 겸하는 공포는 그 수법이 매우 정교하고 화려하다.

공포栱包에는 壽,福 길상문자가 장식되어 있고 대웅보전 편액 양편 어칸 공포에는 용두龍頭가 장엄되어 있다.

고해의 모든 중생을 극락의 세계로 건네준다는 반야용선般若龍船

이 대웅전이 반야용선임을 표현해 주고 있다.

 

대웅전에 들어 부처님께 삼배하고 가부좌하고 앉는다.

본존인 석가여래좌상을 중심으로  좌측에 약사여래좌상 우측에 아미타여래좌상 그 옆 협시불로 입상인 자 씨 미륵보살과 제화갈라보살이

각 다른 수인을 하고 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불단 옆에는 '숭정칠년명동종崇禎七年銘銅鐘'이 있는데, 이 범종은 조선 인조 12년(1634)  미지산 설봉자(雪峯子)가 슝안·희결·경립과 함께 제작하였는데, 전체적으로 푸른 녹빛이 돌고 종을 거는 용뉴는 다섯 발톱을 가진 두 마리의 용을 조각하였다.
종신에는 보살입상과 六字大明眞言, 명문,  구름 속을 날고 있는 발톱 다섯개 달린 용, 종신 하대에는 파도 무늬와 구름 속을  나는 용이 빙 둘러 장식되어 있다.

이 동종의 銘文에 의하면,

보광사는 894년(진성여왕 8년) 왕명에 따라 도선국사(道詵國師)가 국가 비보사찰(裨補寺刹)로 창건하였다.

절이 창건된지 1119년이 흘렀으니 천년고찰이다.

  

고졸한 아름다움이 있는 만세루 -처마 밑에 목어가 매달려 있다

 

 

만세루는 보는 방향에 따라 느낌이 다 다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툇마루와 판벽과 문은 고졸한 멋을 풍기고 있다.

처마 아래에는 용두어신형 목어(龍頭魚身形 木魚)가 매달려 있다.

몸은 물고기이고, 머리는 용모양인데 입에는여의주를 물고 뿔을 두 개 달고 눈을 부릅뜨고 있으며 배 부분은 파내어 속이 비어 있다.

 

수행자는 ‘백장청규(百丈淸規)’에 따르면 물고기는 언제나 눈을 뜨고 깨어 있으므로 이를 본보기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무 막대기로 고기 배의 양벽을 두드려서 소리를 내어 수행자의 잠을 쫓고 혼미를 경책했다고 한다.


목어(木魚) 

       - 박 종 영
목어는 뱃속을 비워내야 소리가 

맑다 하였는가
그 뱃속 누구에게 내어주고
마른 허기로 둔탁한 구걸인가
풍경이 울 때마다 지느러미 물기 털어내
세월풍 한 소절 따라 부르는 슬픈 울음,
염화시중(拈華示衆),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인자한 미소
빛바랜 단청 곱게 일어서고,
목어 너,
맑은 소리공양으로
온 생이 환해지는 절집.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 씨의 위패를 모신 어실각

 

 

  

 

숙빈 최씨의 위패를 모신 어실각과 어머니를 그리며 영조가 직접 심었다는 370여 년 된 향나무

 

 

 

원통전 뒤꼍에서 축대 위를 바라보니 햇살을 받은 어실각이 하늘에 떠 있는 듯 아름답다. 

보광사를 1740년 이조 21대 영조는 조선 19대 숙종의 후궁이며 그의 어머니인 숙빈최 씨의 무덤인 소령원昭寧園의 원찰로 정하면서

효심이 지극한 영조는 사찰 내에 숙빈최씨의 위패를 모실 어실각을 짓고, 앞쪽에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직접 향나무를 심었다.

지금도 이 향나무는 애틋한 사모곡인양  더욱 푸른 향을 내뿜고 있다.

 

호미도 날이지마는

낫같이 들 리도 없습니다.

아버님도 어버이시지마는

위덩더둥셩

어머님같이 사랑하실 이는 없도다.

알으소서 님이시여, 어머님같이 사랑하실 이가 없도다.

- 思母曲 '악장가사'에서

 

정한모 시인의 '어머니' 시를 읊조려 본다.

 

어머니는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

 

그 동그란 광택의 씨를

아들들의 가슴에 심어 주신다.

 

씨앗은

아들들의 가슴속에서

벅찬 자랑,

젖어드는 그리움,

때로는 저린 아픔으로 자라다

드디어 눈이 부신

진주가 된다

태양이 된다.

 

검은손이여

암흑이 광명을 몰아대듯이

눈부신 태양을

빛을 잃은 진주로,

눈물을 아예 맹물로 만들려는

검은손이여 사라져라.

 

어머니는 오늘도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

 

 

고령산 보광사 일주문

 

 

  

석축과 돌층계

 

 

 

만세루萬歲樓

 

 

 

1740년 무렵에 창건된 것으로 보이는 만세루는 정면 9칸에 승방이 딸려 있으며 본래 누각이었다.
지금은 만세루라 부르지만 건물 앞에 걸려 있는 편액에 ‘염불당 중수 시시 주안부록(念佛堂重修時施主案付祿)’이라 적혀있어 ‘염불당’으로

 

불렸음을 알 수 있고, 1898년(광무 2년) 궁궐의 상궁 등이 시주해 중수했다.

 

 

가로 152cm,세로 40cm 크기의 목판에 양각(陽刻)으로 조각하였다. '子中秋 玉澗書라는 관지가 있으며, 글자의 구조가 단정하고 필선이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영조의 친필로 전해진다.

 

 

  

대웅보전

 

 

대웅보전

석가모니불을 본존으로 모신 본당으로 지금의 건물은 1740년(英祖 16년) 경 거의 새롭게 중건되었다. 높게 쌓은 석축기단 위에 서향으로 앉은 다포계양식(多包系樣式)의 겹처마 팔작지붕이다.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에 기품이 장중한 건물로 마당 건너 만세루와 마주 보고 있다. 주춧돌에 맞춰 자연스럽게 깎아 세운 배흘림기둥, 그 위에 안초공(按草工)을 두어 창방(昌枋)과 평방(平枋) 머리를 감싸고 있다. 천장은 우물천장으로 중앙에는 평반자를, 측면에는 빗반자를 두었다. 단청도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양쪽 옆면과 뒷면은 모두 두꺼운 나무판으로 벽을 만들었는데, 보통의 벽이 회벽인데 비해 특이하며 양 옆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앞면 3칸은 모두 4짝의 문을 달았으며 이 문들은 모두 열어서 들어 올릴 수 있도록 짜였다. 지붕 처마를 받치면서 장식을 겸하는 공포가 앞·뒷면에는 각 칸에 3구씩, 양쪽 옆면에는 각 칸에 2구씩 배치되었다. 그 수법이 매우 정교하고 화려하게 조각되어 조선 후기의 장식적인 성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정면의 기둥 위에는 용의 형상이 조각되어 있다.

 

 

목조석가여래좌상

 

                                                                                              

대웅보전에 모셔진 다섯 분의 부처님 중 본존은 높이 106cm, 어깨폭이 68cm이다.
고려 1215년(고종 2년) 원진국사(圓眞國師)가 중건할 당시 법민대사(法敏大師)가 목조불보살상(木造佛菩殺像) 5위를 봉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본존인 석가여래좌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약사여래좌상과 아미타여래좌상으로 이루어진 삼세불과 그 옆 협시불로 자 씨 미륵보살과 제화갈라보살이 입상으로 모셔져 있다.

  

숭정칠년명동종崇禎七年銘銅鐘

 

 

 

숭정칠년명동종崇禎七年銘銅鐘

대웅보전에 있는 이 범종은, 명문에 의하면 미지산(彌智山) 설봉자(雪峯子)가 희령(喜岺), 경립(敬立)과 함께 제작하였다고 적혀있다.
전체 높이 98.5cm, 입지름 63cm의 중형 종으로서, 전체적으로 푸른 녹빛이 감돌고 입체감과 안정감이 있다.  이 종은 우리나라 종의 특징인 음통 (音筒)이 없는 대신 중국 종의 특징인 두 마리의 용으로 표현된 종을 거는 용뉴가 있다.

 

 

다섯 개의 발톱을 가진 두 마리의 용을 조각한 용뉴

 

 

 

용신에 장식된 보살입상과 육자대명진언

 

 

 

구름 속을 나는 다섯 발톱을 가진 용과 명문 종신 아래에는 용과 파도무늬를 빙 둘러 장식했다

 

 

6개의 상아를 가진 흰 코끼리를 타고 있는 보현동자를 표현한 기상동자도 보현동자가 흰 코끼리 등에 타고 코끼리를 몰아 피안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뜻한다

 

 

  

선재동자와 함께 그려진 백의관음도

 

 

 

극락정토에 왕생하는 장면을 묘사한 연화화생도蓮華化生圖

 

  

 

연화화생도 윗부분

 

                    

 

'연화화생도' 윗부분에는 보궁과 극락조, 칠보, 보개, 영지 등을 그려 극락세계를 상징적으로 묘사하였다.

연꽃 위의 왕생자는 불보살을 향하여 합장을 하거나 배례를 올리고 있다.

오른쪽 위 커다란 연꽃 아래에는 5명의 왕생자가 합장하며 서 있다.

큰 연꽃 위에 가부좌한 불보살은 구품인을 하고 왕생자를 자애롭게 바라보고 있다.

  

 

연화화생도 아랫부분

 

 

'연화화생도 아랫부분 불보살을 향하여 합장하거나 배례를 올리는 왕생자

 

 

 

재앙과 역병을 물리치는 벽사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대호도

 

 

                                                                                               

용선인접도 속세의 모든 번뇌와 고통을 벗어 버리고 피안으로 가는 반야용선般若龍船 사바세계에서 깨달음의 세계인 피안(彼岸)의 극락정토로중생들을 건네주는 반야바라밀의 배[船]를 말한다

 

 

  

금강역사도

 

 

  

사자를 타고 있는 문수동자의 모습을 묘사한 기사문수동자도

 

 

불교의 호법선신인 위태천을 그린 '위태 천도'

 

 

  

대웅보전 공포의 용두

 

 

  

대웅보전 공포의 壽,;福 길상문자--원찰에서 볼 수 있는 표현물

 

 

 

대웅보전의 풍경

 

 

  

만세루 처마 밑에 걸려 있는 길이 287cm, 두께가 68cm 되는 용두어신형 목어(龍頭魚身形 木魚)

 

 

  

남 쪽에서 바라본 만세루

 

 

  

무영탑

 

 

  

대웅보전 오른편 위쪽 어실각에는 영조의 생모 인 숙빈최 씨(淑嬪崔氏)의 신위가 모셔져 있다. 어실각 바로 앞에 영조가 생모를 그리워하며 직접 심었다는 향나무가 자라고 있어 영조의 애틋한 효심을 엿볼 수 있다.

 

 

범종각

 

  

샘물

 

 

  

보광사 전경

 

 

 

 

수구암守口庵에 오르다

 

수구암 입구 전나무 아래에 '愛琳' 푯말이 서 있다,

 

 

 

 

  

보광사에 딸린 암자를 가기 위해 서쪽 산길을 오른다.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지난밤 내린 눈이 녹지 않아 잔설이 희끗희끗하다.

푸른 침엽수 전나무 숲 속에 자리 잡은 수구암이 바라 보인다.

 

守口庵

입을 지키는 암자다.

입으로 저지른 죄 얼마나 많은가

 

수구암 입구 전나무 아래에는 '愛林' 푯말이 세워져 있고, 암자 마당에는 잎을 다 떨군 키 큰 밤나무가 우뚝 서 있다.

스님은 보이지 않고 고요한 적막만이 감돈다 

 

단청을 하지 않은 암자는 더욱 고졸한 아름다움과 청빈한 수행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풍경이 '뎅그렁뎅그렁' 소리를 낸다.

백골단청 무량수전 처마 밑을 올려다보니 물고기가 유영을 하고 있다.

 

수행 

       목 필 균
마애불 바라보다가
청태 낀 몸 바라보다가
나무관세음보살
소리 없는 목탁 두드리며
구름 자락 위에 가부좌 튼다

돌이 되리라
풍경소리 외면하고
티끌마저 비워버린
깊은 산 암자에서
묵상 중인 스님

먹물 든 승복이
솔향기 만으로
하루를 견딘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 연못 속의 파란 하늘과 나무를 바라본다.

연못 속에 우주가 들어 있다.

절 마당의 앙상한 가지의 키 큰 밤나무에 앉아 있던 새가 푸드덕 날아오른다.

요사채 옆에 돌을 쌓아 만든 작은 연못에는 연잎이 둥둥 떠 있다.

연못 속에는 암자의 처마와 푸른 하늘과 거꾸로 선 나무가 보인다.

연못 속에 우주가 들어 있다.

 

늘씬하게 뻗어 오른 푸른 전나무 옆 돌계단 위로 삼성각이 보인다.

단아한 삼성각 앞에 서서 잔설이 쌓인 수구암을 내려다본다.

 

적막강산寂莫江山

희열이 온몸에 번진다.

默言하라고

守口하라고

웅변해 주는 듯하다.

 

 

묵언수행 
         -손 병 흥  

온갖 번뇌 다 내려놓고
근심 욕심마저 물린 채
공허함을 홀로 견뎌내는
침묵을 통한 수행의 시간


떠오르는 세속의 중압감들
마냥 말로 지은 업들조차도
그저 귀만 있지 입은 없게끔
의식적으로 참는 묵언수행자


입은 몸을 치려는 도끼이자
일체 몸을 찌르는 칼이기에
무서운 불길같이 나온 말들이
내 몸을 태워버리고 만다기에
오직 메모지로 의사전달 해보는
상처치유를 절감해 보는 침묵수련

 

입을 지킨다는 뜻의 수구암守口庵

 

 

  

수구암 무량수전과 나무 가지에 잔설이 남아 있는 밤나무

 

 

수구암 편액

 

 

 

                                                                                         

수구암 요사채

 

 

  

수구암의 무량수전

 

 

  

백골단청의 무량수전 아름다운 처마와 풍경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는 연못에는 우주가 들어 있다

 

 

 

샘물

 

 

  

전나무와 돌계단 위로 삼성각이 보인다

 

 

 

단아한 모습의 삼성각;녹지 않은 눈이 하얗게 덮여있다.

 

 

  

삼성각 언덕에서 바라본 수구암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