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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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갠 뒤에 산을 보면 빛이 새롭고
雨餘 觀山色 景象 便覺新姸 夜靜 聽鐘聲 音響 尤爲淸越 비가 갠 뒤에 산을 보면 빛이 새롭고 경치의 새로움을 깨닫게 된다. 밤이 깊어서 종소리를 들으면 울림이 더욱 맑고도 높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마음도 더러움을 씻어 버리면 새로워지고 고요함 속에서는 맑아진다. 초목이 시들어 떨어지면 문득 뿌리에서 싹이 돋아난다. 비록 추운 겨울철이라도 봄기운이 움트나니 마침내 양기가 만물을 회생시킨다. 그러므로 만물을 죽이는 숙살(肅殺) 속에도 생생(生生)의 뜻이 항상 주인이 된다. 이것으로 천지의 마음을 볼 수 있다.
2010.02.24 -
하루 해는 저물었지만 노을은 아름답고
日旣暮而猶烟霞絢爛 歲將晩而更橙橘芳馨 故 末路晩年 君子 更宜精神百倍 이미 하루 해는 저물었지만 오히려 노을은 아름답고, 장차 한 해가 저물려 하는데도 등자(橙子)와 귤은 다시 꽃다운 향기를 풍긴다. 이런 까닭으로 인생의 말로인 만년에 군자는 정신을 다시 가다듬어 세월을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된다. 爭先的徑路 窄 退後一步 自寬平一步 濃艶的滋味 短 淸淡一分 自悠長一分 앞을 다투는 길은 좁기 때문에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 절로 한 걸음이 넓어진다. 진하고 좋은 맛은 한때뿐이다. 너무 달면 싫어지지만 담백한 것은 오래 먹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일분(一分)을 담백하게 하면 그 일분만은 오래도록 맛볼 수 있는 것이다.
2010.02.22 -
사람아 무엇을 비웠느냐
사람아 무엇을 비웠느냐... 사람마다 생각하는 대로 다 버릴 수 있고 사람마다 생각하는 대로 다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무슨 인생이라 말할 수 있겠느냐. 버릴 수 없는 것은 그 어느 것 하나 버리지 못하고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 하나 얻지 못하니 이것이 너와 내가 숨 헐떡이며 욕심 많은 우리네 인생들이 세상 살아가는 삶의 모습들이라 하지 않더냐. 사람들마다 말로는 수도 없이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린다고들 하지만 정작 자신이 마음속에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버려야만 하는지 알지 못하고 오히려 더 채우려 한단 말이더냐. 사람들마다 마음으로는 무엇이든 다 채우려고 하지만 정작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몸 밖에 보이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에게 유리한 허울 좋고 게걸스러운 탐욕뿐일진대. 사람아.....
2010.02.21 -
소란스런 곳에서 고요함을 얻을수 있어야
靜中靜 非眞靜 動處 靜得來 재是性天之眞境 樂處樂 非眞樂 苦中 樂得來 재見心體之眞機 고요함 속에서의 고요함은 참다운 고요함이 아니며, 소란스런 곳에서 고요함을 얻을 수 있어야만 비로소 본성의 참 경지에 이르렀다 할 수 있다. 즐거움 속에서 즐거움을 얻는 것은 즐거움이 아니며, 괴로움 속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어야만 비로소 마음의 참된 경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糞蟲 至穢 變爲蟬 以飮露於秋風 腐草 無光 化爲螢 而耀采 於夏月 固知潔 常自汚出 明 每從晦生也더러운 흙 속에서 자란 굼벵이가 변하여 매미가 되어서 가을 바람에 이슬을 마신다.썩은 풀속에서 반딧불이 나와 여름 밤에 빛을 낸다.진실로 깨끗함은 항상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음은 언제나 어둠에서 생기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2010.02.21 -
일기일회(一期一會)
竹影掃階塵不動 月輪穿沼水無痕 대그림자 뜰을 쓸어도 먼지 일지 않고 달이 연못에 들어도 물에는 흔적 없네 차(茶)의 세계에 일기일회(一期一會)란 말이 있다. 일생에 단 한번 만나는 인연이란 뜻이다. 개인의 생애에 볼 때도 이 사람과 이 한때를 갖는 이것이 생애에서 단 한 번의 기회라고 여긴다면 순간순간을 뜻깊게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몇번이고 만날 수 있다면 범속해지기 쉽지만, 이것이 처음이면서 마지막 이라고 생각한다면 아무렇게나 스치고 지나칠 수 없다. 기회란 늘 있는것이 아니다. 한번 놓치면 다시 돌이키기 어렵다. 오늘 핀 꽃은 어제 핀 꽃이 아니다. 오늘의 나도 어제의 나가 아니다. 오늘의 나는 새로운 나이다. 묵은 시간에 갇혀 새로운 시간을 등지지 말라. 과거의 좁은 방에서 나와 내일이면 이..
2010.02.19 -
꽃은 반쯤 피었을 때가 좋고,
꽃은 반쯤 피었을 때가 좋고, 술은 적당히 취하도록 마시면 이 가운데 무한한 멋이 있다. 만약 꽃이 활짝 피고 술도 만취가되면 곧 나쁜 경지를 이루니, 가득 찬 곳에 있는 사람은 마땅히 생각할 것이다. 가득차면 기울고 성하면 쇠하게 되는 것은 불변의 법칙이다. 옛 사람은 꽃이 활짝 핀 것처럼 사람의 부귀영화가 절정에 이르는 것을 경계했다. 좁은 길을 갈 때는 한 걸음 멈추어 남을 먼저 가게 하고, 맛있는 음식은 다른 사람에게도 나누어 주어 함께 즐기는 것이 좋다.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편안한 방법 중의 한가지다. 다른 사람을 위하다 보면 자신에게로 그 보답이 돌아온다. 그러므로 남을 위하는 것은 곧 나를 위하는 것이 된다. 꾀꼬리 지저귀고 꽃이 만발해 산이 붉게 물들고 계곡이 아름다운 것은 모두 ..
2010.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