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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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글
빈마음, 그것을 무심이라고 한다. 빈마음이 곧 우리들의 본 마음이다.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본 마음이 아니다. 텅 비우고 있어야 거기 울림이 있다. 울림이 있어야 삶이 신선하고 활기 있는 것이다. -물소리 바람소리 에서- 나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것은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 앞에 섰을 때는 결코 아니다. 나보다 훨씬 적게 가졌어도 그 단순함과 간소함 속에서 삶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는 사람 앞에 섰을 때이다. 그때 나 자신이 몹시도 초라하고 가난하게 느껴져 되돌아보게 된다. - 산에는 꽃이 피네 에서 -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 공간이나 여백은 그저 비..
2010.01.26 -
자기를 바라봅시다
왜 뻐기고 있는가, 지옥은 불타고 있는데 어둠속 보이지 않는 자기를 본들 바로 보일리 있을까, 어찌하여 빛을 구하지 않는가 오물투성이 속세를 바라보라 깨지기 쉬운 그릇 부패된 육신은 산산히 흩어지고 가을에 버려진 표주박,너의 뼈다귀, 아, 그대는 황소처럼 늙지 않는가, 아, 그대는 고깃덩어리 무게는 늘어나지만 지혜는 줄어들지 않는가, 말라죽은 갈대처럼 그대, 자기 자신은 소멸하고 있는것 먹칠한 진실로 인색하게 살아가는어둠속, 눈먼 자신은 누구인지 누구인지를 바로 보아라. 성철스님 에서
2010.01.21 -
날마다 배우며 살게 하소서
날마다 배우며 살게 하소서 초라해 보잘것없어 보이고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면 머뭇거리거나 지나치지 않고 부끄럼 없이 날마다 배우며 살게 하소서 배움을 통해 확실히 깨닫게 하소서 나의 삶의 위치를 바로잡게 하시고 늘 새롭게 하소서 나의 삶이 늘 정지된 상태가 아니라 봄날에 돋아나는 새순처럼 푸르고 싱싱하게 잘 자라게 하시고 나의 삶이 늘 틀에 박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거듭하여 생명력 있는 믿음을 갖게 하소서 배움을 통하여 깨닫게 하사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들을 놓쳐버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소서 모르는 것들을 배워 알게 하시고 아는 것들을 삶에 적용시키게 하소서 나의 삶 속에서 날마다 배우며 살게 하소서 - 좋은 글 중에서 -
2009.09.03 -
나무처럼
나무처럼 법정 새싹을 틔우고 잎을 펼치고 열매를 맺고 그러다가 때가 오면 훨훨 벗어 버리고 빈 몸으로 겨울 하늘 아래 당당하게 서 있는 나무. 새들이 날아와 팔이나 품에 안겨도 그저 무심할 수 있고, 폭풍우가 휘몰아쳐 가지 하나쯤 꺾여도 끄떡없는 요지부동, 곁에서 꽃을 피우는 꽃나무가 있어 나비와 벌들이 찾아가는 것을 볼지라도 시샘할 줄 모르는 의연하고 담담한 나무. 한 여름이면 발치에 서늘한 그늘을 드리워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쉬어 가게 하면서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덕을 지닌 나무...... 나무처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저것 복잡한 분별없이 단순하고 담박하고 무심히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2009.08.22 -
여행 어록
여행 어록 [1]지식을 얻기 위하여 여러 나라를 그저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여행의 방법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관찰하기 위해서, 우선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기가 알고 싶은 대상 쪽으로 시선을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세상에서는 여행에 의하여 배우는 것이 독서에 의한 것보다 못한 사람이 많다. 그 이유는 그들이 생각하는 기술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며, 독서를 할 경우에는 저자에 의하여 그 정신을 이끌려가지만, 여행을 할때에는 자기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J.J.루소/에밀》 [2]여행은 인간을 겸허하게 합니다. 세상에서 인간이 차지하고 있는 입장이 얼마나 하찮은가를 두고두고 깨닫게 하기 때문입니다. 《G.플로베르/서간집 書簡集》 [3]여행은 많은 이익을 준다..
2009.07.11 -
걷기예찬
걷기 예찬 바디드 르 브르통 산문집 / 김화영 옮김 David Le Breton “Eloge de la marche”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발로 걸어가는 인간은 모든 감각기관의 모공을 활짝 열어주는 능동적 형식의 명상으로 빠져든다. 그 명상에서 돌아올 때면 가끔 사람이 달라져서 당장의 삶을 지배하는 다급한 일에 매달리기보다는 시간을 그윽하게 즐기는 경향을 보인다. 걷는다는 것을 잠시 동안 혹은 오랫동안 자신의 몸으로 사는 것이다. 숲이나 길, 혹은 오솔길에 몸을 맡기고 걷는다고 해서 무질서한 세상이 지워주는 늘어만 가는 의무들을 면제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 덕분에 숨을 가다듬고 전신의 감각들을 예리하게..
2009.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