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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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에
별이 빛나는 밤에 김 의 중 가을이 가려합니다. 페가수스의 별자리는 저만치 다가오는 오리온에게 겨울로 가는 계절의 열쇠를 넘기려합니다. 이제 작은 시간의 줄로 영원을 재어볼까 합니다. 터무니없는 견줌이라도 별빛이 저렇게 깜빡이면 기꺼이 그리하렵니다. 억만년을 달려온 끝에 또 억만년을 향해 흘러가야 할 시간! 한없이 작은 나는 별빛이 반짝이는 짧은 순간이라도 저 별들을 향해 영원의 문을 두드립니다. 내 까만 눈동자는 밤하늘을 닮았답니다. 어둠이 없이는 별을 볼 수 없습니다. 반짝여오는 빛의 시간은 내 그리움을 억만년의 시간으로 늘여놓습니다. 밤하늘이 차가워도 어둠이 내리는 하늘에 별이 있다면 언제나 이 자리에 서렵니다. 저 별이 빛나는 건 나를 기억하고 부르는 손짓이니까요.
2020.01.08 -
북극성
북극성강 위 덕쓸쓸하고 황량한 북극성아너도 나를 닮아 북극에 외롭구나나는 네가 보고파 억만 광년을 기다렸노라어두운 안개 숲 저편으로최초의 희망 같은날개 부러진 한통의 엽서도내가 쥔 생명의 가지를 움켜잡고별 반짝이는 너를 향하여북향에 매달린다성냥갑만한 마음 간이역에서공허한 갈대의 몸부림처럼 내 몸 흔들려도내. 너를 기다리며 화려한 설렘을 붙잡고 있다그대가 오는 날나도 그대의 눈빛 바라보며 날아가는 별빛 되리라 북극성 정 호 승 북극성에서 홀로 지구를 바라본다지구에서 나를 바라보는 네가 보인다지구에는 지금 꽃상여 하나가 지나간다북극성에는 지금 매화꽃이 지고 있다지구에서 평생 북극성을 바라보면북극성도 한낱 눈물에 지나지 않는다북극성에서 평생 지구를 바라보면지구도 한낱 눈물에 지나지 않는다
2020.01.06 -
1월
1월 오 세 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신(神)의 캔버스,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꿈꾸는 짐승 같은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속삭이는 저음일 게다.아직 트이지 않은신(神)의 발성법(發聲法).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내 영혼의 현(絃) 끝에서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2020.01.05 -
상현달
반달 백 원 기초저녁 남쪽 하늘에 상현달하얀 반달이 명랑하다달력을 보았더니 음력으로 팔일일 주 후엔 보름달을 보겠구나계산된 것처럼 갔다가는되돌아오는 자연섭리의 신비이 땅에 사는 사람에게도확신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주네모자란 부분을 채워가는 달처럼절망의 바닥에서 자라나는 희망일곱 날이 지나면 덩실하게 춤추는보름달을 환하게 볼 수 있으니그믐달이면 어떻하리 금방 차오를텐데어둠이 내려 앉는 캄캄한 하늘하얗게 비치는 반달에서잉태하고 있는 꿈과 소망이 보인다
2020.01.05 -
겨울나무로 서서, 겨울나무/이재무
겨울나무로 서서이 재 무 겨울을 견디기 위해잎들을 떨군다.여름날 생의 자랑이었던가지의 꽃들아 잎들아잠시 안녕더 크고 무성한 훗날의축복을 위해지금은 작별을 해야 할 때살다보면 삶이란값진 하나를 위해 열을 바쳐야 할 때가 온다.분분한 낙엽,철을 앞세워 오는 서리 앞에서뼈 울고 살은 떨려 오지만겨울을 겨울답게 껴안기 위해잎들아, 사랑의 이름으로지난 안일과 나태의 너를 떨군다. 겨울나무 이 재 무 이파리 무성할 때는 서로가 잘 뵈지 않더니 하늘조차 스스로 가려 발밑 어둡더니 서리 내려 잎 지고 바람 매 맞으며 숭숭 구멍 뚫린 한 세월 줄기와 가지로만 견뎌보자니 보이는구나 저만큼 멀어진 친구 이만큼 가까워진 이웃 외로워서 더욱 단단한 겨울나무
2020.01.02 -
해의 품으로
해의 품으로박두진(朴斗鎭)해를 보아라. 이글대며 솟아오는 해를 보아라. 새로 해가 산 너머 솟아오르면, 싱싱한 향기로운 풀밭을 가자. 눈부신 아침 길을 해에게로 가자. 어둠은 가거라, 울음 우는 짐승 같은 어둠은 가거라. 짐승같이 떼로몰려 벼랑으로 가거라. 햇볕살 등에 지고 벼랑으로 가거라. 보라. 쏘는 듯 향기로이 피는 저 산꽃들을. 춤추듯 너훌대는 푸른 저나뭇잎을 영롱히 구슬 빗듯 우짖는 새소리들. 줄줄줄 내려닫는 골푸른 물소리를 아, 온 산 모두 다 새로 일어나 일제히 수런수런 빛을 받는 소리들 푸른 잎 풀잎에선 풀잎 소리. 너훌대는 나무에선 잎이 치는 잎의 소리, 맑은 물 시내속엔 은어 새끼 떼소리 . 던져 있는 돌에선돌이 치는 물소리.자발레는 가지에서, 돌찍아빈 민둥에서, 여어어잇! 볕 함빡 받..
2020.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