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399)
-
야경(夜景)
야경(夜景)이 수 정누가 도시를 나무라는가보라이곳은 별들의 향연노을이 마냥 짙어져 어둠으로 내리고포근히 한낮의 피로들을 감싸 안으면하나씩은하에 흐르던 별이 사랑으로 와하나씩하나씩창에 깃들고歸家의 웃음들에게 팔을 벌린다평화들은 비누방울처럼 하늘로 올라별을 켜던 천사들과 춤을 추면서한줌씩‘노래다’ ‘노래다’ 별을 뿌리고…그 별들 마침내 하르르 쏟아져 내려창마다 창마다에서합창이 된다인자한 어둠은 품이 따스해방마다에선 아리따운 영혼 영혼들신비의 메르헨으로 나래를 펴고…하나씩 착한 잠들이 번져나가면별들은 빛을 낮추어 소근거리며아득한 그날들을 이야기한다몇 십억 광년시간의 저편에서 어둠을 넘어까마득한 별아름다운 이 초록별 하나동경했었던…시나브로 까아만 밤은 무르익고별들은 천진한 아이들마냥들뜨며 지천으로 아롱거린다그날..
2020.01.19 -
아침이 오는 소리
아침이 오는 소리 최 원 정여명(黎明)이 오는 소릴 들어 보셨어요아침을 여는 그 소리 말예요때로는 우뢰처럼 크기도 하고때로는 소리 없이 오기도 하는그 열림의 소리...아직 머물고 있는 어둠 속에서새벽별이 하는 얘길 들어 보셨어요밝은 해가 뜨면자릴 비켜 준다는그 순응(順應)의 소리...동녘의 밝음이 다가오는 소릴 들어 보셨어요하루의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오는위풍당당한 소리 말예요오늘의 새로움을 여는그 희망(希望)의 소리...
2020.01.14 -
별이 빛나는 밤에
별이 빛나는 밤에 김 의 중 가을이 가려합니다. 페가수스의 별자리는 저만치 다가오는 오리온에게 겨울로 가는 계절의 열쇠를 넘기려합니다. 이제 작은 시간의 줄로 영원을 재어볼까 합니다. 터무니없는 견줌이라도 별빛이 저렇게 깜빡이면 기꺼이 그리하렵니다. 억만년을 달려온 끝에 또 억만년을 향해 흘러가야 할 시간! 한없이 작은 나는 별빛이 반짝이는 짧은 순간이라도 저 별들을 향해 영원의 문을 두드립니다. 내 까만 눈동자는 밤하늘을 닮았답니다. 어둠이 없이는 별을 볼 수 없습니다. 반짝여오는 빛의 시간은 내 그리움을 억만년의 시간으로 늘여놓습니다. 밤하늘이 차가워도 어둠이 내리는 하늘에 별이 있다면 언제나 이 자리에 서렵니다. 저 별이 빛나는 건 나를 기억하고 부르는 손짓이니까요.
2020.01.08 -
북극성
북극성강 위 덕쓸쓸하고 황량한 북극성아너도 나를 닮아 북극에 외롭구나나는 네가 보고파 억만 광년을 기다렸노라어두운 안개 숲 저편으로최초의 희망 같은날개 부러진 한통의 엽서도내가 쥔 생명의 가지를 움켜잡고별 반짝이는 너를 향하여북향에 매달린다성냥갑만한 마음 간이역에서공허한 갈대의 몸부림처럼 내 몸 흔들려도내. 너를 기다리며 화려한 설렘을 붙잡고 있다그대가 오는 날나도 그대의 눈빛 바라보며 날아가는 별빛 되리라 북극성 정 호 승 북극성에서 홀로 지구를 바라본다지구에서 나를 바라보는 네가 보인다지구에는 지금 꽃상여 하나가 지나간다북극성에는 지금 매화꽃이 지고 있다지구에서 평생 북극성을 바라보면북극성도 한낱 눈물에 지나지 않는다북극성에서 평생 지구를 바라보면지구도 한낱 눈물에 지나지 않는다
2020.01.06 -
1월
1월 오 세 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신(神)의 캔버스,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꿈꾸는 짐승 같은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속삭이는 저음일 게다.아직 트이지 않은신(神)의 발성법(發聲法).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내 영혼의 현(絃) 끝에서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2020.01.05 -
상현달
반달 백 원 기초저녁 남쪽 하늘에 상현달하얀 반달이 명랑하다달력을 보았더니 음력으로 팔일일 주 후엔 보름달을 보겠구나계산된 것처럼 갔다가는되돌아오는 자연섭리의 신비이 땅에 사는 사람에게도확신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주네모자란 부분을 채워가는 달처럼절망의 바닥에서 자라나는 희망일곱 날이 지나면 덩실하게 춤추는보름달을 환하게 볼 수 있으니그믐달이면 어떻하리 금방 차오를텐데어둠이 내려 앉는 캄캄한 하늘하얗게 비치는 반달에서잉태하고 있는 꿈과 소망이 보인다
2020.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