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나무

2020. 2. 10. 21:21시 모음/시

설악산 수렴동 계곡의 전나무

 

 

전나무

김 승 기

 

하늘을 빗질하며
천년을 그렇게 서 있었다

꽃으로 피는
수많은 시름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고서
여름 폭풍우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겨울 폭설이 온몸을 짓누르는 아픔 있어도
雪害木은 결코 되지 않았다

오로지
우뚝하게 선 우람한 기둥
하늘을 떠받치고
사방으로 크게 팔을 내뻗어
우주를 빗질하며
앞으로도 또 천년을 그렇게 서 있으리라

그 천년 후에
설악산 천불동 가야동 계곡에서
지리산 노고단 세석평전에서
枯死木으로 서서 다시 천년을 지킨 후에
그대의 깊숙한 눈동자에 들어
사랑으로 꽃을 피우는 별이 되리라

오늘도 전나무는 그렇게 서서
사랑을 빗질하고 있다

'시 모음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월이 오기까지는 外  (0) 2020.03.01
고사목에 매달린 눈꽃  (0) 2020.02.11
2월이 가네!  (0) 2020.02.10
대춘부(待春賦)  (0) 2020.02.02
설악산 소나무  (0) 2020.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