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목에 매달린 눈꽃
2020. 2. 11. 19:17ㆍ시 모음/시
고사목에 매달린 눈꽃
손 정 모
앙상한 가지마다
켜켜히 쌓인 눈꽃들이
날 선 겨울 바람을
맞고 있다.
생각난 듯이
쏟아지는 햇살을 뚫고
안개가 골 바람을 타고
길을 연다.
냉동 상태로 달라붙은 눈꽃들
바람에 알몸둥이로 맞서보지만
비상의 꿈은
한결 어둡기만 하다.
충혈된 눈으로
바람이 불기만을 빌었었는데
골 바람이 파고들수록
외려 얼어붙기만 하다.
새벽 안개가 포근하게 내리덮여도
삭정이에 매달린 눈꽃은
싸늘한 유리 파편이다
바람이 지나는 자취마다
몸을 떨며
다리를 벌려 보지만
새의 체온마저도 박제가 된다.
다시 어둠이 밀려들 때까지도
바람은 험악한 인상으로
발길질을 해댔고
눈꽃들은 유리 파편이 되어
좌절된 비상의 꿈을
슬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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