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춘부(待春賦)
2020. 2. 2. 10:10ㆍ시 모음/시
대춘부(待春賦)
夕汀 신석정(1907-1974)
우수도
경칩도
머언 날씨에
그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
봄은 우리 고운 핏줄을 타고 오기에
호흡은 가빠도 이토록 뜨거운가?
손에 손을 쥐고
볼에 볼을 문지르고
의지한 채 체온을 길이 간직하고픈 것은
꽃피는 봄을 기다리는 탓이리라
산은
산대로 첩첩 쌓이고
물은
물대로 모여 가듯이
나무는 나무끼리
짐승은 짐승끼리
우리도 우리끼리
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대춘부(待春賦), '봄을 기다리는 노래'라는 말이다.
우리네 삶은 기다림이 아니던가?
아침을 기다리고 희망을 기다리고 밥 때를 기다리고 버스를 기다리고 오지 않는 사랑을 기다리고, 그리고 봄을 기다린다.
설렘으로 시작되어 안타까움으로 끝날 뿐이건만 봄이 영원히 아름다운 것은 기다림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