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夜景)
2020. 1. 19. 12:40ㆍ시 모음/시
야경(夜景)
이 수 정
누가 도시를 나무라는가
보라
이곳은 별들의 향연
노을이 마냥 짙어져 어둠으로 내리고
포근히 한낮의 피로들을 감싸 안으면
하나씩
은하에 흐르던 별이 사랑으로 와
하나씩
하나씩
창에 깃들고
歸家의 웃음들에게 팔을 벌린다
평화들은 비누방울처럼 하늘로 올라
별을 켜던 천사들과 춤을 추면서
한줌씩
‘노래다’ ‘노래다’ 별을 뿌리고…
그 별들 마침내 하르르 쏟아져 내려
창마다 창마다에서
합창이 된다
인자한 어둠은 품이 따스해
방마다에선 아리따운 영혼 영혼들
신비의 메르헨으로 나래를 펴고…
하나씩 착한 잠들이 번져나가면
별들은 빛을 낮추어 소근거리며
아득한 그날들을 이야기한다
몇 십억 광년
시간의 저편에서 어둠을 넘어
까마득한 별
아름다운 이 초록별 하나
동경했었던…
시나브로 까아만 밤은 무르익고
별들은 천진한 아이들마냥
들뜨며 지천으로 아롱거린다
그날의 그 눈빛들 모여
그날의 그 물빛들 찾아
이제
기쁨의 몸짓으로 마구 흐른다
거리로 거리로 미끄러지고
빌딩으로 빌딩으로 솟아오르다
펑
펑
불꽃으로 날기도 한다
하여
이곳은 별들의 향연
누가 도시를 나무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