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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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고(山慈姑)
산자고김 귀 녀화장기 없는 민얼굴로 비스듬히 누워 산 아래 내려다보며창백하게 피어있던너의 모습을 생각한다밀물 썰물이 드나드는 작은 섬 귀퉁이에서눈에 띌세라 숨죽여 핀 산자고어쩜, 넌지난 세월 날개를 펴지 못한 채갈바를 알지못해주저앉아 마냥 세월만 바라보던애절한 나의 모습처럼덤덤하게 피어 있었다두근거림이 온통 파도처럼 일렁이던그 시절에 나의 눈을 고정시킨내 가슴에만 피어있던꽃이었다30년의 세월을 뒤로하고너를 다시 만나 반가운 날잊을 수 없다 산자고, 너는내 가슴에 피어있던영혼의 꽃이었다
2020.05.03 -
신록이 물드는 산
신록이 물드는 산 윤 의 섭작은 잎새들꺼풀 벗고 나오며 연초록 어린 티에 푸른 꿈이 차오르네신록의 수려함에향기가 신선하고신록의 숲사이로 실바람이 흐르네아침 이슬 촉촉함에숲속이 고요한데새와 짐승들 둥지를 품었는가산 푸름 무성하고못의 물 가득하여꽃과 풀의 화기가 극치를 이루네고난의 흔적을 지워 버리고키 작은 희망으로저 푸른 성취를 바라보리라. 물참대 이 영 지 파아란 천국에서 새하얀 꽃잎들이 파랗다 못해서도 불퓨룬 새하아얀 잎에는 하얀천국이 촘촘하게 활짝펴
2020.05.02 -
밤에 드리는 시
하늘은 장엄한 억제의 힘으로 위대하다. 한없는 저장 공간, 광대한 세계 가서 모습을 보기에는 너무도 멀고 등 돌려 떠나기엔 너무나 가깝다. 별빛과 함께 우리에게 닿는 것 우리에게 닿는 것 그것을 세계처럼 네 얼굴에 담아두어라 결코 가벼이 여기지 말라. 밤이 가지고 오는 모든 것을 조용히 맞아들이는 네 모습을 보여주어라. 네 몸을 아주 밤에 맡기면 비로소 밤이 너를 알아보리라.
2020.04.13 -
빛나는 별은 /유 한 나
빛나는 별은유 한 나 흐음, 밤하늘에 빛나는 별은오늘도 반짝이는구나머리위에서흐음,먼길을 달려와 빛나는 별은오늘도 소곤대는구나도란도란흐음, 아직도 이름없는 별은눈을 맞추는구나외로운 이에게흐음,차가운 겨울밤 빛나는 별은떨고 있구나새파랗게흐음, 유순히 빛나는 별은내 가슴에 떨어지는 구나눈물같이
2020.04.12 -
별꽃에서는 향기가 난다
별꽃에서는 향기가 난다이 경 주해 지고 나면 별 뜬다그 낮별 하나 지고 나면수많은 별들이밤하늘, 꽃으로 피어난다시리우스도쌍동이 자리도오리온 대성운도세상사람 유혹하듯초롱초롱 피어난다별밭을 바라보면꽃이 아닌 별은 하나도 없다별밭을 바라보면별꽃에서는 향기가 난다.
2020.04.12 -
3월이 오기까지는 外
3월이 오기까지는 나 상 국마음은 아직도 동토에 머물고있는 것 같은데옷깃에 여미는 바람은귓속말로 속삭인다주변을 돌아보라고양지바른 강둑에까치발로 발돋움하는 푸름을숲 속의 키 작은 나무들힘껏 봄을 빨아올리고 있다3월이 오기까지는먼 것 같더니만2월도 벌써 다 갔네 얼레지 김 승 기 길고 긴 겨울을 뚫어내느라여린 숨결이 얼마나 상했을까그렇게도 얄상한 목숨줄기로뼛속에 옹이 박힌 얼음덩이 어떻게 녹여냈을까하루를 꽃피우기 위해땅 밑에서 백일을 꿈꾸었는데아무렴, 얼음의 벽이 두꺼워도코끝으로 느끼는 봄내를 막지 못하지봄꽃들이여티 없이 노랑웃음 저마다 눈이 부셔도상처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온통 불그죽죽 피멍든 얼굴이어도오늘의 기쁨을 준 훈장인 걸무엇이 부끄러울 수 있으랴이제 봄바람 불었으니씨를 맺는 작업은 나중의 일따스한..
2020.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