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의 품으로
2020. 1. 1. 06:40ㆍ시 모음/시
해의 품으로
박두진(朴斗鎭)
해를 보아라. 이글대며 솟아오는 해를 보아라. 새로 해가 산 너머 솟
아오르면, 싱싱한 향기로운 풀밭을 가자. 눈부신 아침 길을 해에
게로 가자.
어둠은 가거라, 울음 우는 짐승 같은 어둠은 가거라. 짐승같이 떼로
몰려 벼랑으로 가거라. 햇볕살 등에 지고 벼랑으로 가거라.
보라. 쏘는 듯 향기로이 피는 저 산꽃들을. 춤추듯 너훌대는 푸른 저
나뭇잎을 영롱히 구슬 빗듯 우짖는 새소리들. 줄줄줄 내려닫는 골푸
른 물소리를 아, 온 산 모두 다 새로 일어나 일제히 수런
수런 빛을 받는 소리들
푸른 잎 풀잎에선 풀잎 소리. 너훌대는 나무에선 잎이 치는 잎의 소
리, 맑은 물 시내속엔 은어 새끼 떼소리 . 던져 있는 돌에선
돌이 치는 물소리.
자발레는 가지에서, 돌찍아빈 민둥에서, 여어어잇! 볕 함빡 받아 입고
질러 보는 만세 소리 온 산 푸른 것. 온 산 생명들의 은은히
또 아 알제히 울려 오는 압도하는 노랫소리
산이여! 너훌대는 나뭇잎 푸른 산이여! 햇볕살 새로 퍼져 뛰는 아침은
너희 새로 치는 소리들에 귀가 열린다. 너희 새로 받는 햇살들에 눈
이 밝는다─ 피가 새로 돈다. 울음을 올라갈듯 온 몸이 울린다. 새처
럼 가볍도다 나는 푸른 아침 길을 가면서 . 새로 솟
는 해의 품, 해를 향해 가면서 .
'시 모음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현달 (0) | 2020.01.05 |
---|---|
겨울나무로 서서, 겨울나무/이재무 (0) | 2020.01.02 |
별의 후예, 추우 秋憂 (0) | 2019.12.30 |
마당을 쓸기 掃地 (0) | 2019.12.15 |
'바다처럼 넓은 인생 海海人生' 외 (0) | 2019.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