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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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연리목
사랑나무 나 동 수 사랑이란 내 가슴속에 다른 사람을 심는 것이다. 내 가슴속 뜨락에 타인의 외로운 묘목 하나 심어 뿌리내리는 것이니 내 토양에 거부반응 보이지 않게 따뜻한 마음으로 잘 덮고 잘 토닥여야 한다. 여린 새싹이 올라오면 메마르거나 덧나지 않게 항상 가슴을 촉촉하게 채우고 나무의 몸통이 커 가면 흔들림 없이 아름답게 크도록 사랑의 양분을 듬뿍 뿌려줘야 한다. 가끔 가슴이 아파오는 것은 사랑이 뿌리내리고 성장하는 과정이니 기꺼이 참아낼 줄 알아야 한다. 연리목(連理木)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의 줄기가 이어져 한 나무로 자라는 현상 나무가 자라면서 서로 너무 가까이 자라면서 성장한 줄기가 맞닿아 한나무 줄기로 합쳐져 자라는 현상을 말한다. 비슷한 현상으로 연리지(連理枝) 현상이 있는데 연리지는 가..
2023.06.24 -
눈덮힌 소백산 풍경
겨울사랑 문 정 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2023.06.23 -
일월비비추
일월비비추 김 승 기 장님이 되는 꿈을 자주 꾼다 청맹과니의 어두운 세상 공양미 삼백 석에 딸 팔아 눈 떠야 했던 심봉사 되어 허우적거리다 놀라 잠을 깬다 가슴 쓸어내리는 꿈이다 해마다 오르는 같은 산길에서 매번 마주치는 일월비비추 해와 달이 수없이 손 비비었어도 꽃 피울 줄 모르는 장님이더니 어느 날 문득 꽃이 활짝 눈을 떴다 꽃이 핀다는 건 장님이 눈 뜨는 일, 한 세상살이에서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게 되었다는 開眼이다 탁! 무릎을 치는, 깨달음이다 백운동 마을 사람과 마근담 마을 사람들이 왕래하였던 길, 그 길 따라 걷는다. 산새소리가 들리는 울울한 참나무 소나무 숲길을 호젓이 걷는다, 허리만큼 자란 산죽 위로 바람이 불어온다. 싱싱한 푸른 산죽의 맑은 향이 묻어온다. 두상꽃차례에 연한 자주색 ..
2023.06.18 -
까마중
까마중 김 승 기 이 땅에 뿌리내린 생명 누구나 소용 있는 목숨인데, 흔해다 해서 천대받는 설움인가 열매마다 까마귀 울음이 매달려 있다 봄여름가을 푸르른 날들 오히려 더 흔해빠진 까치에게 모두 빼앗기고 겨울논바닥으로 내려와 앉는 흔치 않은 까마귀떼, 사랑 잃은 빈터 종기 짓물러터지는 벼그루터기 움켜잡고 꺼억꺼억 뾰루지 돋는 울음소리 고스란히 열매 속에 스며 품고 있다가 이듬해 다시 꽃으로 피우는, 그렇게 상처 끌어안고 쓰다듬어야 귀한 약이 되는가 방울방울 까맣게 매달린 눈물아 □까마중(가지과) 길가나 밭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 30--60cm 높이로 자라는 줄기에 어긋나는 달걀형 잎은 밑 부분이 긴 잎자루로 흐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거나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다. 6-8월에 잎과 잎 사이의 줄기에서 꽃대가..
2023.06.18 -
하늘말나리
차단기를 지나 계곡을 따라 이어진 임도를 따라 걸어 오르니 우레 같은 물소리가 들리는 선녀탕 삼거리에 닿는다. 이곳에서 왼편 임도는 십자봉을 지나 웅석봉 오르는 길이고, 등로 표시가 없는 정면의 선녀탕 쪽으로 이어진 희미한 산길은 곰골로 이어지는데 웅석봉 정상으로 접근하는 짧은 길이지만 길도 희미하고 절벽에 가까운 가파른 위험 구간이다. 선녀탕 삼거리에서 우측 왕재로 오르기로 결정한다. 무리 지어 붉게 핀 하늘말나리가 이 길로 어서 오르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계곡의 폭포와 암반들이 줄줄이 보인다. 빗줄기가 세차다 여리다 반복하며 내린다. 비를 맞으며 푸른 숲을 배경으로 하늘말나리는 붉은 꽃을 피워 산중을 밝히고 있다. 발길을 멈추고 빗물인지 땀인지 흐르는 물기를 훔치며 하늘말나리를 바라본다. 여름 계곡 ..
2023.06.06 -
산수국
웅석봉의 속살을 보며 산길을 걷는다. 짙푸른 녹음, 암반 위를 흐르는 계곡수, 때로는 폭포. 나뭇잎은 퍼붓는 비를 맞으며 환호하고 있다. 이끼긴 바위 야생화가 숨어 있다. 비를 맞아 푸른 물기를 뿜어내는 끝이 뾰족한 타원형 잎을 단 산수국 남색꽃이 둥글게 모여 핀 산방꽃차례가 가지 끝에 달려 있고, 가장자리에는 꽃잎처럼 생긴 하얀 장식꽃이 둘러 피어 한껏 멋을 내고 있다 산수국 최 원 정 푸른 나비 떼 지어 꽃으로 피었다 그 꽃 위로 하늘빛 내려와 나비방석 빚어 놓았으니 잠시 쉬었다 가자 다리 쭉 뻗고 앉아서 긴 호흡으로 가뿐 숨 고르며 갈 길, 서둘지 말고 가만히 봐 푸른 나비가 꽃으로 핀 저 고요한 날갯짓
2023.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