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18. 13:06ㆍ사진/야생화
일월비비추
김 승 기
장님이 되는 꿈을 자주 꾼다
청맹과니의 어두운 세상
공양미 삼백 석에 딸 팔아 눈 떠야 했던 심봉사 되어
허우적거리다 놀라
잠을 깬다
가슴 쓸어내리는 꿈이다
해마다 오르는 같은 산길에서 매번 마주치는
일월비비추
해와 달이 수없이 손 비비었어도
꽃 피울 줄 모르는 장님이더니
어느 날 문득 꽃이 활짝
눈을 떴다
꽃이 핀다는 건
장님이 눈 뜨는 일,
한 세상살이에서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게 되었다는
開眼이다
탁! 무릎을 치는, 깨달음이다
백운동 마을 사람과 마근담 마을 사람들이 왕래하였던 길, 그 길 따라 걷는다.
산새소리가 들리는 울울한 참나무 소나무 숲길을 호젓이 걷는다,
허리만큼 자란 산죽 위로 바람이 불어온다.
싱싱한 푸른 산죽의 맑은 향이 묻어온다.
두상꽃차례에 연한 자주색 꽃 일월비비추가 다소곳 고개 숙이고 있다.
□일월비비추(백합과)
비교적 고도가 높은 산지의 숲속 그늘진 곳, 석회암 지대, 계곡 등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잎은 뿌리에서 모여나며, 넓은 난형, 길이 10~16cm, 폭 5~8cm, 끝이 뾰족하고, 밑이 심장형,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이다. 잎자루는 길다. 꽃은 6~8월에 피는데 돌기가 있는 꽃줄기 끝에 몇 개가 머리모양꽃차례처럼 모여 달리며, 연한 보라색, 길이 4~5cm다. 꽃줄기는 30~70cm다. 꽃싸개잎은 타원형, 배 모양으로 오목하고, 길이 2cm쯤, 자주색이 나는 흰색이다. 수술은 6개, 화피와 길이가 비슷하다. 암술머리는 둥근 모양이다. 열매는 삭과이며, 길이 2.5~3.0cm, 납작하고 9~10월에 익는데 검은 씨가 들어 있다. 우리나라 전라남·북도, 경상남·북도, 강원도 등에 나며, 일본에도 분포한다. 비비추는 잎이 난상 넓은 타원형으로서 밑이 보통 심장형이 아니며, 꽃은 긴 총상꽃차례에 달려서 머리모양꽃차례처럼 되지 않으므로 다르다. 잎과 뿌리는 즙을 내어 약용한다.산지보, 비녀비비추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