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야생화(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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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깨덩굴
꽃이름 외우듯이 - 이해인 우리 산 우리 들에 피는 꽃 꽃이름 알아가는 기쁨으로 새해, 새날을 시작하자 회리바람꽃, 초롱꽃, 돌꽃, 벌깨덩굴꽃 큰바늘꽃, 구름채꽃, 바위솔, 모싯대 족두리풀, 오리풀, 까치수염, 솔나리 외우다 보면 웃음으로 꽃물이 드는 정든 모국어 꽃이름 외우듯이 새봄을 시작하자 꽃이름 외우듯이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즐거움으로 우리의 첫 만남을 시작하자 우리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먼데서도 날아오는 꽃향기처럼 봄바람 타고 어디든지 희망을 실어나르는 향기가 되자
2012.06.01 -
광대수염
광대수염 / 김 승 기 웃으며 세상을 춤추자 生이라는 거 퍼즐로 짜 맞춰지는 그림 같은 것, 너와 나 우리 모두 그림판의 퍼즐조각 아니겠나 수염을 달고 주근깨 점도 그려 넣고, 어릿광대 피에로에겐 우스꽝스런 얼굴이 제격이지 따가운 시선이야 아랑곳 있으랴 때론 하얗게 가끔은 아주 가끔씩은 불콰하게 취한 웃음으로, 넉살좋게, 울어본 자만이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그림판을 맞추자 쓰리면 쓰린 대로 괴로우면 괴로운 대로 그렇게 눈물은 속으로 감추고,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신명나게 웃어 제키자 비뚤어지고, 자빠지고, 엎어지고, 나뒹굴어지며, 피멍 들고 고름지는 세상 아플수록 더 큰소리로 조롱하며 한바탕 웃어버리자 멍들고 곯아터질 땐 수염붙인 광대웃음이 특효약, 덩더꿍 세상을 웃기자 □광대수염 꿀풀과의..
2012.06.01 -
은대난초
은대난초 / 김 승 기 늘씬한 키 뽀얀 얼굴 초록치마 하얀 블라우스 받쳐 입으면 더 예쁘련만 오로지 긴바지만 입을 줄 아는 여자 봉긋한 가슴 잘록한 허리 긴바지를 입어야 히프도 커 보여 몸매가 돋보인다는 여자 언제 어디서든 어떤 옷이라도 다 잘 어울리지만 화이트그린민트의 바지와 블라우스가 더 잘 어울리는 여자 분명 85B컵 100의 쉘핏 볼륨업 브라팬티를 입었을 듯싶어 화이트 레이스 속옷을 선물해주고픈 여자 보일락 말락 꽃잎 살짝 오므린 채로 도통 속을 내보이지 않으면서 살포시 잘도 웃는 여자 첫눈에 반해 내 안으로 들어온 여자 살짝 오므린 저 꽃잎 속 실컷 들여다보고 싶은 여자 그러나 눈이 부셔 바라보지 못하고 다가갈 수도 없는 여자 나를 좋아했다고, 어느 날 갑자기 내게 먼저 고백한 여자 사실은 나도..
2012.06.01 -
개별꽃
개별꽃 김 윤 현 한 발짝 물러나면 생은 꽃이 되고 하늘에 오르면 반짝이는 별이 된다 두 발짝 물러나 바라보면 꽃은 별처럼 반짝이고 별은 꽃처럼 아름다워진다 행복은 꽃씨만 하다는 생각에 홀로 피어도 외롭지 않아서 그럴까 작은 소망이 뿌리 내려 꽃잎이 하얗다 스스로 피고서는 함께하는 나날이 땅에서는 꽃이 되고 마음에서는 별이 된다
2012.05.18 -
산솜다리
숨은 산 -山詩 33 이 성 선 땅바닥에 떨어진 잎사귀를 주워들다가 그 밑에 작게 고인 물 속 산이 숨어 있는 모습 보았다 낙엽 속에 숨은 산 잎사귀 하나가 우주 전체를 가렸구나
2012.05.18 -
나도옥잠화
나도옥잠화 김 승 기 꽃이라고 억지로 우기지 마라 분명 너는 꽃이다 해맑은 눈동자 뽀얀 얼굴 가득 흘러내리는 배시시 화안한 웃음 어느 누가 꽃이 아니다 하랴 날렵한 몸매 행동거지 옥비녀를 닮았는가 제비를 닮았는가 깊은 눈매 속 여린 마음 들킬까 초록치마폭 너울너울 다소곳이 얼굴 감추어도 뭉근히 피어나는 향내 모두를 숲속 그늘에 감추었다고 못 알아볼까 저리도 작은 몸에 어찌 그리 커다란 호수를 들여놓았을까 살그머니 다가가서 들여다보고 있으면 풍덩 빠져들어 자맥질칠까 봐 그냥 피시식 웃고야 마는, 나의 그대여 결코 작다고 말하지 말라 아무리 세월 흘러도 분명 너는 향기 있는 젊은 꽃이다 □나도옥잠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제비옥잠화」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 각처 높고 깊은 산의 나무 그늘 밑에 자생한다. 땅..
2012.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