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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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영
자운영 김 성 례 나비되어 나부끼던 홍자색 곱던 자운영의 들판에 다리하나 적시었다 되돌아 옵니다 토양의 거름으로만 쓰이다가 쓸쓸한 향이 되어버린 꽃 동화될 수 있는 빛의 성질을 가지지 아니하였으므로, 부서져 달아나는 습관성 명현현상의 짙은 속앓이가 지금 신경중추를 힘껏 잡아 당기고 있습니다 짜릿짜릿 많이 아파 옵니다.
2010.05.07 -
괭이밥
괭이밥 김 윤 현 나지막하게 얼굴 내밀면서도 미나리아재비꽃 아래서도 웃고 까마중 아래서도 작은 얼굴로 그래그래 한다 불어오는 바람에 온 몸을 다 맡겨도 잃을 것이 없는 하루하루가 행복인 듯 어디 굴뚝새 소리 들으려 귀는 열어둔다 눈길 하나 주지 않는 길가도 마다 않고 많이 차지하지 않으려 하여 하늘처럼 곱다. 바람에 고개 살랑살랑 흔들며 밤하늘의 별빛 받아 꿈을 키우면서 꽃무릇 아래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질경이 사이에서도 작은 얼굴로 응응 한다 어떤 날은 새 옷으로 갈아입은 마술사처럼 사람들의 찌푸린 얼굴을 활짝 펴주기도 한다
2010.05.06 -
하루에 한 번쯤은
하루에 한 번쯤은 박 석 구 하루에 한 번쯤은 혼자 걸어라. 세상 이야기들 그대로 놔두고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와라. 말이 되지 말고 소가 되어 나에게 속삭이며 혼자 걸어라. 괴로움이 나를 따라오거든 내가 나에게 술도 한잔 받아 주고 나를 다독거리며 혼자 걸어라. 나무도 만나고 바람도 만나면 마음은 어느 사이 푸른 들판 잊었던 꽃들이 피어나고 고향 내음새 되살아나 내 가슴을 울리는 나의 콧노래 하루에 한 번쯤은 이렇게 나를 만나며 살아가거라.
2010.05.05 -
사세송
辭世頌 石屋淸珙 白雲買了賣淸風 散盡家私徹骨窮 留得數間茅草屋 臨別付與丙丁童 흰 구름을 사려고 맑은 바람을 팔았더니 살림살이가 바닥나서 뼈에 사무치게 궁색하네. 남은 건 두어 칸 띠로 얽은 집 하나뿐이니 세상을 떠나면서 그것마저 불 속에 던지노라. -석옥청공
2010.05.03 -
개별꽃
개별꽃 김 윤 현 한 발짝 물러나면 생은 꽃이 되고 하늘에 오르면 반짝이는 별이 된다 두 발짝 물러나 바라보면 꽃은 별처럼 반짝이고 별은 꽃처럼 아름다워진다 행복은 꽃씨만 하다는 생각에 홀로 피어도 외롭지 않아서 그럴까 작은 소망이 뿌리 내려 꽃잎이 하얗다 스스로 피고서는 함께하는 나날이 땅에서는 꽃이 되고 마음에서는 별이 된다
2010.05.02 -
노루귀
노루귀 김 윤 현 너를 오래 보고 있으면 숨소리는 작은 꽃잎이 될 듯도 싶다 너를 오래오래 보고 있으면 귀는 열려 계곡 너머 돌돌 흐르는 물소리 다 들을 수 있을 듯도 싶다 아, 가지고 싶었던 것 다 가진 듯 내 마음 속에 등불 하나 환히 피어나 밤길을 걸을 듯도 하다 마음으로 잡고 싶었던 것들 이제는 다 놓아줄 것도 같다 너를 보고 있으면
2010.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