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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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별 하나
사랑하는 별 하나 이 성 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 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 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 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 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2010.06.10 -
엉겅퀴 꽃
엉겅퀴꽃 목 필 균 너를 만나면 향기 따라 날아드는 나비를 본다. 걷고 걸어도 언제나 제자리걸음인 세상살이. 무성한 잎새 사이로 내민 붉 은 얼굴에 퍼붓는 가슴앓이의 입맞춤을 본다. 너를 만나면 바람 따라 길들여지는 들풀을 본다. 일어서고 일어서도 언제나 헝클어지는 인생살이. 갈래갈래 찢겨진 푸 른 잎새에 실린 치열한 삶의 흔적을 본다.
2010.06.05 -
소나무
소나무 박 인 걸 살아서 천년을 한결 같이 푸르게 죽어서 관솔로 천년 은은한 향 폭풍우 몰아쳐도 품위 있게 흔들릴 뿐 輕薄한 비명으로 흐트러지지 않는다. 숲이 옷 벗을 때 속살 드러내지 않고 울긋불긋 요란을 떨어도 곁눈질 하지 않는다. 삶이 무거워 등줄기 골이 파여도 巨木이 되는 꿈 하나로 구별되게 사는 나무
2010.06.05 -
여름초입
여름 초입 박 종 영 산아래 묵정밭 귀퉁이 단감나무 몇 그루, 올해도 연둣빛 그늘로 찾아 와 나른한 바람을 치근댄다 새잎 가지마다 다닥다닥 숨은 감꽃 오므린 입술꼭지를 콩콩 쪼아대는 방울새 날개 치는 소리 간지럼 타는 듯 비비 꼬는 감나무 밑동에 옹기종기 청아한 바람이 옷섶을 파고들고, 그렇게 초여름은 푸르게 익어 가고, 밭둑 가시덤불 밀어내며 억척스레 뿌리내린 들 찔레, 보드라운 새순 한 개 꺾어 초록 얼굴 살살 벗긴 다음 한입에 깨물으니 오소소 열리는 파란 하늘 어느새, 무성한 여름이 마음속 텅 빈자리 채워주며 서 있구나
2010.06.04 -
6월의 녹음
6월의 녹음 진 의 하 6월의 녹음은 고공을 꿈꾸는 새였다. 한사코 파닥이는 날개 짓 제 어둠의 그림자를 새까맣게 털어놓고 있었다. 우우 하늘을 우러러 어제보다 한 치씩 웃자란 목을 빼고 싱그러운 물빛 번쩍이며 새롭게 거듭나고 있었다.
2010.06.03 -
6월의 논두렁
6월의 논두렁 최 풍 성 잡초로 허리 가리고 맨발 자국 빗물 받아 벼포기 안아 키우는 논두렁 구름 사이사이로 햇살이 점벙거리고 걸어가면 데워진 논물이 올챙이 꼬릴 흔들어 댄다 개구리밥 뿌리 밑에서 흙탕물이 따라가고 벼 이파리 쓸고가는 눅눅한 바람결에 녹색 꿈이 손 사래질하며 무게를 싣는다
2010.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