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초입
2010. 6. 4. 11:58ㆍ시 모음/시
여름 초입
박 종 영
산아래 묵정밭 귀퉁이
단감나무 몇 그루,
올해도 연둣빛 그늘로 찾아 와
나른한 바람을 치근댄다
새잎 가지마다 다닥다닥 숨은 감꽃
오므린 입술꼭지를
콩콩 쪼아대는 방울새 날개 치는 소리
간지럼 타는 듯 비비 꼬는 감나무 밑동에
옹기종기 청아한 바람이
옷섶을 파고들고,
그렇게 초여름은 푸르게 익어 가고,
밭둑 가시덤불 밀어내며
억척스레 뿌리내린 들 찔레,
보드라운 새순 한 개 꺾어
초록 얼굴 살살 벗긴 다음 한입에 깨물으니
오소소 열리는 파란 하늘
어느새,
무성한 여름이 마음속 텅 빈자리
채워주며 서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