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시(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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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김 재 진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번이나 세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2010.02.07 -
귀천
귀천(歸天) 천 상 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2010.02.06 -
눈 내리는 날
눈 내리는 날 원성 스님 눈이 내립니다. 동 튼 산하에 하얀 융단을 드리우고 콧날 시큰거리는 냉한 기운을 머금은 어여쁜 눈꽃이 고목 잔가지 올라앉은 모습이 손님을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간밤에 달 언저리에 실낱 같은 달무리지더니 별이 흐르는 서남쪽으로 냉기가 불어치더니 오늘은 꿈결 같은 눈이 나를 반깁니다. 눈이 옵니다. 가슴 벌려 맞이하려 하여도 손 닿으면 닿자마자 사라져 버리는 따스한 어머니 속삭임 같은 애틋한 눈이 내립니다. 이런 날이면 빈 마음에 앙금이 맺힐 듯 무어라 이름도 없는 것이 와서는 눈가에 머뭅니다. 분명 눈이 녹아 버렸기 때문일 거야 얼른 두 눈을 훔쳐 버립니다.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이면 내 볼 위에는 눈보다 더 서글픈 아련함이 녹아 내립니다. 지상으로 떨어지는 하얀 눈발이 천상을 ..
2010.02.04 -
봄을 위하여
봄을 위하여 천 상 병 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기운이 화사하다. 영국의 시인 바이론도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 찬다. 봄이여 빨리 오라.
2010.02.04 -
나무
나 무 류 시 화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 주었다 내 집 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 주고 세상의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다
2010.02.04 -
웃은 죄
웃은 죄 김 동 환 지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 한모금 달라기에 샘물 떠 주고 그리고는 인사하기에 웃고 받았지요 평양성에 해 안 뜬대두 난 모르오 웃은 죄 밖에
2010.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