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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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 살아 있음
이 자리에 살아 있음 우리가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아 있음이다. 어제나 내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지금 이 자리에 있음이다. 우리가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순간마다 새롭게 태어남을 뜻한다.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알아차릴 때 죽음은 결코 삶과 낯설지 않다. 우리는 죽음 없이는 살 수 없다. 순간순간 심리적으로 죽지 않는다면 우리는 새로운 삶을 이룰 수 없다. 오늘이 어제의 연속이 아니라 새날이요, 새 아침인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법정 잠언집 중에서
2010.04.19 -
젊은 마가의 물음
집착 없이 세상을 걸어가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자기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 모든 속박을 끊고 괴로움과 욕망이 없는 사람 미움과 잡념과 번뇌를 벗어던지고 맑게 살아가는 사람 거짓도 없고 자만심도 없고 어떤 것을 내 것이라 주장하지도 않는 사람 이미 강을 건너 물살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 이 세상이나 저 세상이나 어떤 세상에 있어서도 삶과 죽음에 걸림이 없는 사람 모든 욕망을 버리고 집 없이 다니며 다섯 가지 감각을 안정시켜 달이 월식에서 벗어나듯이 붙들리지 않는 사람 모든 의심을 넘어선 사람 자기를 의지처로 하여 세상을 다니고 모든 일로부터 벗어난 사람 이것이 마지막 생이고 더 이상 태어남이 없는 사람 고요한 마음을 즐기고 생각이 깊고 언제 어디서나 깨어있는 사람 젊은 마가의 물음 중에서
2010.04.19 -
모든 것은 지나간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개울가에 앉아 무심히 귀 기울이고 있으면 물만이 아니라 모든 것은 멈추어 있지 않고 지나간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좋은 일이든 궂은일이든 우리가 겪는 것은 모두가 한때일뿐.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은 세월도 그렇고 인심도 그렇고 세상만사가 다 흘러가며 변한다. 인간사도 전 생애의 과정을 보면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이 지나가는 한때의 감정이다. 이 세상에서 고정불변한 채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세상일이란 나 자신이 지금 당장 겪고 있을 때는 견디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지내 놓고 보면 그때 그곳에 그 나름의 이유와 의미가 있었음을 뒤늦게 알아차린다. 이 세상일에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그 누구도 아닌 우리들 자신이 파놓은 함정에 우리 스스로..
2010.04.18 -
간소하게, 더 간소하게
간소하게, 더 간소하게 단순과 간소는 다른 말로 하면 침묵의 세계이다. 또한 텅 빈 공의 세계이다. 텅 빈 충만의 경지이다. 여백과 공간의 아름다움이 이 단순과 간소에 있다. 인간은 흔히 무엇이든 넘치도록 가득 채우려고만 하지 텅 비우려고는 하지 않는다. 텅 비어야 그 안에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우리는 비울 줄을 모르고 가진 것에 집착한다. 텅 비어야 새로운 것이 들어찬다. 모든 것을 포기할 때, 한 생각을 버리고 모든 것을 포기할 때 진정으로 거기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텅 비었을 때,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비었을 때 그 단순한 충만감, 그것이 바로 극락이다.
2010.04.17 -
소욕지족(少欲知足)
소욕지족(少欲知足)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빈손으로 왔으니 가난한들 무슨 손해가 있으며, 죽을 때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으니 부유한들 무슨 이익이 되겠는가. 할 수 있으면 얻는 것보다 덜 써야 한다. 절약하지 않으면 가득 차 있어도 반드시 고갈되고, 절약하면 텅 비어 있어도 언젠가는 차게 된다. 덜 갖고도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덜 갖고도 얼마든지 더 많이 존재할 수 있다. 소유와 소비 지향적인 삶의 방식에서 존재 지향적인 생활 태도로 바뀌어야 한다. 소유 지향적인 삶과 존재 지향적인 삶은 우리들 일상에 두루 깔려 있다. 거기에는 그 나름의 살아가는 기쁨이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 이르렀을 때, 어느 쪽 삶이 우리가 기대어 살아갈 만한 삶이며,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삶인가 뚜렷이 드..
2010.04.16 -
인간의 봄
인간의 봄 얼어붙은 대지에 다시 봄이 움트고 있다. 겨울 동안 죽은 듯 잠잠하던 숲이 새소리에 실려 조금씩 깨어나고 있다. 우리들 안에서도 새로운 봄이 움틀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미루는 버릇과 일상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그 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 인간의 봄은 어디서 오는가? 묵은 버릇을 떨쳐 버리고 새롭게 시작할 때 새 움이 튼다.
2010.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