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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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오월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있는 비취 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비늘 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한 살의 나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섬이었다 득료애정통고 (得了愛情痛苦) -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실료애정통고 (失了愛情痛苦) -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 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2010.05.20 -
수행의 이유
수행의 이유 우리가 수행을 하는 것은 새삼스럽게 깨닫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깨달음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닦지 않으면 때 묻기 때문이다. 마치 거울처럼, 닦아야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그 빛을 발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든 자기 자신 안에 하나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그 마음 밑바닥에서는 고독한 존재이다. 그 고독과 신비로운 세계가 하나가 되도록 안으로 살피라. 무엇이든 많이 알려고 하지 말라. 책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 성인의 가르침이라 할지라도 종교적인 이론은 공허한 것이다. 진정한 앎이란 내가 직접 체험한 것, 이것만이 내 것이 될 수 있고 나를 형성한다.
2010.05.10 -
그냥, 걷기만 하세요
그냥, 걷기만 하세요. 법정 한 걸음, 한 걸음 삶을 내딛습니다. 발걸음을 떼어놓고 또 걷고, 걷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지만 짊어지고 온 발자국은 없습니다. 그냥, 가버리면 그만인 것이 우리 삶이고 세월입니다. 한 발자국 걷고 걸어온 그 발자국 짊어지고 가지 않듯 우리 삶도 내딛고 나면 뒷발자국 가져오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냥, 그냥 살아갈 뿐... 짊어지고 가지는 말았으면 하고 말입니다. 다 짊어지고, 그 복잡한 짐을 어찌하겠습니까. 그냥 놓고 가는 것이 백 번, 천 번 편한 일입니다. 밀물이 들어오고 다시 밀려 나가고 나면 자취는 없어질 것입니다. 그냥, 내버려 두세요. 애써 잡으려 하지 마세요. 없어져도 지금 가고 있는 순간의 발자국은 여전히 그대로일 겁니다. 앞으로 새겨질 발자국, 삶의 자..
2010.05.03 -
자연 앞에서
자연 앞에서 1 고요하고 적적한 것은 자연의 본래 모습이다. 달빛이 산방에 들어와 잠든 나를 깨운 것도, 소리 없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달의 숨소리를 듣고자 하는 것도 이 모두가 무심이다. 바람이 불고, 꽃이 피었다가 지고, 구름이 일고, 안개가 피어오르고, 강물이 얼었다가 풀리는 것도 또한 자연의 무심이다. 이런 일을 참견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다만 자연 앞에 무심히 귀를 기울일 뿐.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받아들이려면 입 다물고 그저 무심히 귀를 기울이면 된다. 무심히 귀를 기울이라. 2 자연은 우리 인간에게 영원한 어머니일 뿐 아니라 위대한 교사이다. 자연에는 그 나름의 뚜렷한 질서가 있다. 자연은 말없이 우리에게 많은 깨우침을 준다. 자연 앞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얄팍한 지식 같은 것은 접어..
2010.04.29 -
좋은 말
좋은 말 우리는 좋은 말을 듣기 위해 바쁜 일상을 쪼개어 여기저기 찾아다닌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번번이 실망한다. 그 좋은 말이란 무엇인가? 또 어디에 좋은 말이 있는가? 그리고 또 무엇 때문에 그 좋은 말을 듣고자 하는가? 아무리 좋은 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할지라도 나 자신이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 어떤 좋은 말도 내게는 무의미하고 무익하다. 좋은 말은, 좋은 가르침은 사람의 입을 거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주 만물이 매 순간 그때 그곳에서 좋은 가르침을 펼쳐 보이고 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얼마나 많은 좋은 말을 들어왔는가. 지금까지 들은 좋은 말만 가지고도 누구나 성인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말이란 그렇게 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의 삶에 이어지지 않으..
2010.04.28 -
오은선, 히말라야를 품다
산은 내 운명’ 오은선 스토리 [중앙일보] 히말라야 8000m 넘는 14개 봉우리 남자는 19명 완등 … 평균 13년 걸려 히말라야 14좌=히말라야 산맥에서 해발 고도 8000m 이상 되는 독립 봉우리로 모두 14개가 있다. 전설의 알피니스트 라인홀트 메스너(이탈리아)가 1986년 처음으로 14봉우리에 모두 오르면서 14좌 완등이란 개념 이 생겼다. 오은선 대장까지 14좌 완등을 성공한 사람은 전 세계에서 20명. 이들이 기록 달성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3.6년이며, 달성 당시 평균 나이는 42.5세다. 메스너와 경쟁을 벌였던 또 하나의 전설 예지 쿠쿠츠카(폴란드)와 한국의 박영석 대장이 8년 만에 성공했고, 세르조 마르티니(이탈리아)는 꼬박 24년이 걸렸다. 14좌 완등의 의의가 여기에 있다.
2010.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