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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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독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몇 년 전부터 독서에 대하여 깨달은 바가 무척 많은데 마구잡이로 그냥 읽어 내리기만 하는 것은 하루에 천번 백번을 읽어도 오히려 읽지 않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무릇 독서할 때 도중에 의미를 모르는 글자를 만날 때마다 널리 고찰하고 세밀하게 연구하여 그 근본 뿌리를 파헤쳐 글 전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날마다 이런 식으로 책을 읽는다면, 한가지 책을 읽더라도 수백가지의 책을 엿보는 것이다. -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절 아들 학유에게 부친 것이다.
2011.03.24 -
세모(歲暮)
세모(歲暮) 시가(詩歌) 문학의 절정기를 형성했던 당(唐)나라의 시인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이백(李白)의 ‘술잔을 드시오(將進酒)’ 라는 제목의 시 초반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대 보지 못하는가, 고대광실 밝은 거울 속 슬픈 백발은/ 아침에 까만 비단실이더니 저녁에 눈발이 날린 것임을! (君不見高堂明鏡悲白髮, 朝如靑絲暮成雪)”(『중국시가선』, 지영재 편역, 을유) 말년(末年)에 접어든 나이, 좋은 집에서 어느 날 꺼내 든 거울 속의 늙은 내 모습, 돌이켜보니 인생은 하루 아침과 저녁의 그 짧음과 같은 것임을…. 짧고 덧없는 인생을 돌이켜보는 화자(話者)의 포한(抱恨)이 읽히는 시구다. ‘문틈의 하얀 말’도 그런 세월의 또 다른 대명사다. 장자(莊子)는 “어느 날 문득 문의 작은 틈새로 밖을 보는데, ..
2010.12.27 -
모두 놓아 버려라
모두 놓아 버려라 원효 대사 옳다 그르다 길다 짧다 깨끗하다 더럽다 많다 적다를 분별하면 차별이 생기고 차별하면 집착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옳은 것도 놓아 버리고 그른 것도 놓아 버려라 긴 것도 놓아 버리고 짧은 것도 놓아 버려라 하얀 것도 놓아 버리고 검은 것도 놓아 버려라 바다는 천개의 강 만개의 하천을 다 받아 들이고도 푸른 빛 그대로요 짠 맛 또한 그대로이다
2010.08.02 -
인간의 배경
인간의 배경 인간은 누구나 숲이나 나무 그늘에 들면 착해지려고 한다. 콘크리트 벽 속이나 아스팔트 위에서는 곧잘 하던 거짓말도, 선하디 선하게 서 있는 나무 아래서는 차마 할 수가 없다. 차분해진 목소리로 영원한 기쁨을 이야기하고, 무엇이 선이고 진리인가를 헤아리게 된다. 소음의 틈바구니에서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는 일상의 자신이 환히 드러나 보인다. 인간의 배경은 소음과 먼지에 싸여 피곤하기만 한 도시의 문명일 수 없다. 나무의 새와 물과 구름, 그리고 별들이 수놓인 의연한 자연임을 알 수 있다. 사람은 자연으로부터 그 질서와 겸허의 미덕을 배워야 한다.
2010.07.09 -
산행길은 인생길
山行길은 人生길 1. 산에 오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자기 몫의 산행은 자기가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자기 몫을 아무도 대신 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대신 가 줄 수도 없고 업어다 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피곤해도 일어서야 한다. 힘들어도 가야만 한다. 천리 길이 한걸음에서 시작되듯 만리길도 한발한발 걷는 결과일 뿐이므로. 인생 길도 무엇이 다르겠는가. 2. 산을 타는 프로는 장비(tool)가 많고 인생의 프로에게는 지혜가 많다. 동네 뒷산이라면 고무신을 신은 채로 올라가도 큰 문제가 없으리라. 그러나 제법 큰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거기에 걸 맞는 장비들이 필요하다. 간단한 일상사에야 달리 지혜가 필요 없을지도 모르나 인생의 중요한 고비에서는 지혜로 무장해야 하는 것과 마찬 가지다. 3. 산..
2010.07.06 -
존재 지향적인 삶
존재 지향적인 삶 삶을 마치 소유물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소멸을 두려워한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내일을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이미 오늘을 제대로 살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다. 오늘을 마음껏 살고 있다면 내일의 걱정 근심을 가불해 쓸 이유가 어디 있는가. 죽음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것은 생에 집착하고 삶을 소유로 여기기 때문이다. 생에 대한 집착과 소유의 관념에서 놓여날 수 있다면 엄연한 우주 질서 앞에 조금도 두려워할 것이 없다.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이므로. 물소리에 귀를 모으라. 그것은..
2010.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