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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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생각함
숲에서 생각함 김 영 준 죽음도 저 같이 풀벌레 울음소리이거나 작은 개울물 소리이거나 먼 데서 밀려오는 바람소리이거나 혹은 너무도 어두워 어둡지 않은 밤하늘이었으면 하는 생각 중에 비 내린다 죽음도 저 같이 고추나무 말채나무 국수나무 쉬나무 같은 이름으로만 남을 수 있다면 작살나무 층층나무 귀룽나무 같은 이름으로 떠돌아 일일이 기억되지 않는다면 하는 생각 중에 어디선가 새 한 마리 할喝, 짖고 간다
2012.06.02 -
꽃이름 외우듯이
꽃이름 외우듯이 이 해 인 우리 산 우리 들에 피는 꽃 꽃이름 알아가는 기쁨으로 새해, 새날을 시작하자 회리바람꽃, 초롱꽃, 돌꽃, 벌깨덩굴꽃 큰바늘꽃, 구름채꽃, 바위솔, 모싯대 족두리풀, 오리풀, 까치수염, 솔나리 외우다 보면 웃음으로 꽃물이 드는 정든 모국어 꽃이름 외우듯이 새봄을 시작하자 꽃이름 외우듯이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즐거움으로 우리의 첫 만남을 시작하자 우리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먼데서도 날아오는 꽃향기처럼 봄바람 타고 어디든지 희망을 실어나르는 향기가 되자
2012.05.24 -
저녁밥 -山詩 1
저녁밥 - 山詩 1 이 성 선 나는 저 산을 모른다 모르는 산 속에 숨어 피는 꽃 그것이 나의 저녁밥이다.
2012.05.14 -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장 정 일 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굵직 굵직한 나무등걸 아래 앉아 억만 시름 접어 날리고 결국 끊지 못했던 흡연의 사슬 끝네 떨칠 수 있을 때 그늘 아래 앉은 그 것이 그대로 하나의 뿌리가 되어 나는 지층 가장 깊은 곳에 내려 앉은 물 맛을 보고 수액이 체관 타고 흐르는 그대로 하나의 뿌리가 되어 나뭇 가지 흔드는 어깻짓으로 지친 새들의 날개와 부르튼 구름의 발바닥 쉬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사철나무 그늘 아래 또 내가 앉아 아무 것도 되지 못하고 내가 나 밖..
2012.05.11 -
불두화(佛頭花)
불두화 김 승 기 자동차 소리 요란한 도심의 세월 담장 밖으로 밀어내고 오늘도 고궁의 뜨락에서 소담스럽게 불두화 피어나다 하늘은 뿌연 안개 속이어도 무심하게 피워내는 웃음 따가운 햇살 아래서 더욱 눈부시다 절간을 지키는 童子僧인가 엄마의 품에서 옹알이하는 아가인가 그 천진스런 얼굴이 꽃잎마다 젖어 들다 새롭게 쌓아올리는 울타리 안에서 이제 외로움이 깊어지면 내게서도 불두화가 피어날까 머리 위로 떠도는 그리움 멀리 하늘 밖으로 밀어 보내고 늘 환한 웃음 행복한 외로움을 키워 가는 나는 지금 공부 수행중이다
2012.05.11 -
행복론幸福論
행복론(幸福論) 조 지 훈(趙芝薰) 1 멀리서 보면 보석寶石인 듯 주워서보면 돌맹이 같은 것 울면서 찾아갔던 산 너머 저 쪽 2 아무데도 없다 행복幸福이란 스스로 만드는 것 마음 속에 만들어 놓고 혼자서 들여다 보며 가만히 웃음 짓는 것 3 아아 ! 이게 모두 과일나무였던가 웃으며 돌아온 초가 삼간草家 三間 가지가 찢어지게 열매가 익었네.
2012.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