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시(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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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아침' 외
12월의 아침 김 덕 성새벽이 깨어나는떠오르는 물안개 고즈넉이 내려앉으며들꽃을 깨우고불어오는 찬바람을 휘감기며속삭이는 솔잎청청한 모습이 의젓하다 한산한들 어떠리모두 털어 버린 빈 몸으로소망을 바라보며내일의 만삭을 위해 사는 나목초겨울 열리는 오늘나목처럼우리의 소망이 열리는12월 첫날 축복의 아침이어라 12월 오 경 택 시한부 생명의 운명 같은한 장이 펄럭 거린다그 여름작열하던 태양도윤회의 전설 속으로 숨어들고코끝으로 왔다가 자연의 섭리를 채색하던 가을은 떠날 채비에 분주하다미처옷 벗지 못한 나뭇잎 하나다시 올 생명 잉태에파르르 떨고무성했던 땅의 숨소리 죽여 가던마지막 한 장내 몸 보다 무거운 탄식에펄럭 거린다또가나보다 12월 오 세 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스스로 선..
2019.12.01 -
갈대
갈대허 친 남길고 오랜 세월이나의 생각을 말리고 있다비천한 한 살이로울음을 시작한 긴 광음 저쪽하늘에 푸른 꿈을 띄우고고뇌와 열정을 불태웠던젊은 날의꿈들을 말려가고 있다오랜 시간 뜨거운 담금질로티 없는 연철을 만들 듯끓이고 태워 고뇌를 비워왔다태우면 태운 만큼 가볍고비우면 비운 만큼 선명해지는공空의 평안함이여성성한 백발이 너울대는팔순의 속을 비우고 있는 갈대여이 가을 스산한 바람에모든 번뇌를 날려버리고 싶다
2019.11.20 -
홍시
홍시주 근 옥범종소리 울릴 때마다점점 붉어지는 산기슭가지 끝의 홍시 홍시류 제 희아슬하게, 맨몸으로몸져 누웠다. 얼마나 된서리 더 맞아야단맛으로 우러날까 시고 떫은 우리네 삶도
2019.11.17 -
오세영의 시 : 12월 외
12월 오 세 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허무를 위해서 꿈이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안쓰러 마라.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사랑은 성숙하는 것.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눈 떠라,절망의 그 빛나는 눈. 외롭게 오 세 영 바닷가 모래알처럼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하늘의 별이라지만지상의 모래는 왜별이 될 수 없는가.높이 떠 있어서가 아니라반짝반짝 빛나서가 아니라별은멀리 있어서 별이다.그러므로 모래여,서로 등을 부비면서 집합을 이루기보다는가슴과 가슴을 하나로 안는 바위가 되든지아니면각자 ..
2019.11.15 -
소백산의 일몰
도봉(道峯) 박 두 진산(山)새도 날러와우짖지 않고,구름도 떠가곤오지 않는다.인적 끊인 듯,홀로 앉은가을 산(山)의 어스름.호오이 호오이 소리 높여나는 누구도 없이 불러 보나,울림은 헛되이빈 골 골을 되돌아올 뿐.산(山)그늘 길게 늘이며붉게 해는 넘어 가고황혼과 함께이어 별과 밤은 오리니,생(生)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사랑은 한갖 괴로울 뿐.그대 위하여 나는 이제도 이긴 밤과 슬픔을 갖거니와,이 밤을 그대는 나도 모르는어느 마을에서 쉬느뇨.
2019.11.15 -
삶
삶오 세 영(1942- )바람 앞에 섰다.숨길 것 없이 맨가슴으로,저 향그러운 남풍을저 매서운 북풍을가리지 않고 받는 나무.햇빛 아래 섰다.부끄럼 없이 맨몸으로,저 뜨거운 폭양을저 싸늘한 백광(白光)을싫다 않고 받는 나무.대지 위에 섰다.굽힐 것 없이 맨다리로,먼 지평선 굽어보며먼 수평선 너머보며버티고 선 나무.나무는 항상당당해서 나무다.나무는 항상순결해서 나무다.바람과 햇빛과 흙으로 빚어진영혼,우리들, 나무.
2019.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