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2019. 11. 20. 11:11시 모음/시

함양 목현리 냇가에서

 

갈대
허 친 남

길고 오랜 세월이
나의 생각을 말리고 있다
비천한 한 살이로
울음을 시작한 긴 광음 저쪽
하늘에 푸른 꿈을 띄우고
고뇌와 열정을 불태웠던
젊은 날의
꿈들을 말려가고 있다
오랜 시간 뜨거운 담금질로
티 없는 연철을 만들 듯
끓이고 태워 고뇌를 비워왔다
태우면 태운 만큼 가볍고
비우면 비운 만큼 선명해지는
공空의 평안함이여
성성한 백발이 너울대는
팔순의 속을 비우고 있는 갈대여
이 가을 스산한 바람에
모든 번뇌를 날려버리고 싶다

'시 모음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처럼 넓은 인생 海海人生' 외  (0) 2019.12.14
'12월의 아침' 외  (0) 2019.12.01
홍시  (0) 2019.11.17
오세영의 시 : 12월 외  (0) 2019.11.15
소백산의 일몰  (0) 2019.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