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2019. 11. 20. 11:11ㆍ시 모음/시
갈대
허 친 남
길고 오랜 세월이
나의 생각을 말리고 있다
비천한 한 살이로
울음을 시작한 긴 광음 저쪽
하늘에 푸른 꿈을 띄우고
고뇌와 열정을 불태웠던
젊은 날의
꿈들을 말려가고 있다
오랜 시간 뜨거운 담금질로
티 없는 연철을 만들 듯
끓이고 태워 고뇌를 비워왔다
태우면 태운 만큼 가볍고
비우면 비운 만큼 선명해지는
공空의 평안함이여
성성한 백발이 너울대는
팔순의 속을 비우고 있는 갈대여
이 가을 스산한 바람에
모든 번뇌를 날려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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