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아침' 외

2019. 12. 1. 14:57시 모음/시

석모도자연휴양림의 아침(1)

 

12월의 아침 

           김 덕 성

새벽이 깨어나는
떠오르는 물안개 고즈넉이 내려앉으며
들꽃을 깨우고

불어오는 찬바람을 휘감기며
속삭이는 솔잎
청청한 모습이 의젓하다 

 

한산한들 어떠리
모두 털어 버린 빈 몸으로
소망을 바라보며
내일의 만삭을 위해 사는 나목

초겨울 열리는 오늘
나목처럼
우리의 소망이 열리는
12월 첫날 축복의 아침이어라

석모도자연휴양림의 아침(2)

 

12월
       오 경 택
 
시한부 생명의 운명 같은
한 장이 펄럭 거린다

그 여름
작열하던 태양도
윤회의 전설 속으로 숨어들고
코끝으로 왔다가

자연의 섭리를 채색하던

가을은 떠날 채비에 분주하다

미처
옷 벗지 못한 나뭇잎 하나
다시 올 생명 잉태에
파르르 떨고
무성했던 땅의 숨소리 죽여 가던
마지막 한 장
내 몸 보다 무거운 탄식에
펄럭 거린다


가나보다

 

석모도자연휴양림의 아침(3)

 

12월
       오 세 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석모도자연휴양림의 아침(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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