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시(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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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달
반달 백 원 기초저녁 남쪽 하늘에 상현달하얀 반달이 명랑하다달력을 보았더니 음력으로 팔일일 주 후엔 보름달을 보겠구나계산된 것처럼 갔다가는되돌아오는 자연섭리의 신비이 땅에 사는 사람에게도확신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주네모자란 부분을 채워가는 달처럼절망의 바닥에서 자라나는 희망일곱 날이 지나면 덩실하게 춤추는보름달을 환하게 볼 수 있으니그믐달이면 어떻하리 금방 차오를텐데어둠이 내려 앉는 캄캄한 하늘하얗게 비치는 반달에서잉태하고 있는 꿈과 소망이 보인다
2020.01.05 -
겨울나무로 서서, 겨울나무/이재무
겨울나무로 서서이 재 무 겨울을 견디기 위해잎들을 떨군다.여름날 생의 자랑이었던가지의 꽃들아 잎들아잠시 안녕더 크고 무성한 훗날의축복을 위해지금은 작별을 해야 할 때살다보면 삶이란값진 하나를 위해 열을 바쳐야 할 때가 온다.분분한 낙엽,철을 앞세워 오는 서리 앞에서뼈 울고 살은 떨려 오지만겨울을 겨울답게 껴안기 위해잎들아, 사랑의 이름으로지난 안일과 나태의 너를 떨군다. 겨울나무 이 재 무 이파리 무성할 때는 서로가 잘 뵈지 않더니 하늘조차 스스로 가려 발밑 어둡더니 서리 내려 잎 지고 바람 매 맞으며 숭숭 구멍 뚫린 한 세월 줄기와 가지로만 견뎌보자니 보이는구나 저만큼 멀어진 친구 이만큼 가까워진 이웃 외로워서 더욱 단단한 겨울나무
2020.01.02 -
해의 품으로
해의 품으로박두진(朴斗鎭)해를 보아라. 이글대며 솟아오는 해를 보아라. 새로 해가 산 너머 솟아오르면, 싱싱한 향기로운 풀밭을 가자. 눈부신 아침 길을 해에게로 가자. 어둠은 가거라, 울음 우는 짐승 같은 어둠은 가거라. 짐승같이 떼로몰려 벼랑으로 가거라. 햇볕살 등에 지고 벼랑으로 가거라. 보라. 쏘는 듯 향기로이 피는 저 산꽃들을. 춤추듯 너훌대는 푸른 저나뭇잎을 영롱히 구슬 빗듯 우짖는 새소리들. 줄줄줄 내려닫는 골푸른 물소리를 아, 온 산 모두 다 새로 일어나 일제히 수런수런 빛을 받는 소리들 푸른 잎 풀잎에선 풀잎 소리. 너훌대는 나무에선 잎이 치는 잎의 소리, 맑은 물 시내속엔 은어 새끼 떼소리 . 던져 있는 돌에선돌이 치는 물소리.자발레는 가지에서, 돌찍아빈 민둥에서, 여어어잇! 볕 함빡 받..
2020.01.01 -
별의 후예, 추우 秋憂
별의 후예 임 영 준(1956- ) 한때원망스러웠던눈물순수의흔적밤하늘 가득깃들어무시로 찾아주는행운이라선택받은 우린별의 후예 추우 秋憂 윤 의 섭(1968- )밤하늘 구름 사이 별이 몇 개 비치고바람이 술렁이니 나뭇잎이 흔들린다소쩍새 우는소리 숲 속에서 들려와고달픈 나그네의 가슴을 젖게 하네지나온 길 험하여 고난이 쌓였어도후회는 하지 않고 꿈을 찾아 지샌다내일도 산길에 찬이슬 밟고고독에 우는 길을 떠나려 한다소나무 대나무오동나무 가까이에눈바람 피하면서 겨울을 보낸 후눈 속의 새봄 맞아 매화 마중 나오면그때나 또다시 고독을 풀어볼까?
2019.12.30 -
마당을 쓸기 掃地
마당을 쓸기 掃地 마당을 쓸고 마당을 쓸고 마음속을 쓸어낸다. 마당은 말끔해지지 않아도 마음속은 깨끗해진다네 마음을 비우면 無相說法 우리의 이름이 살아 있을 때 아무리 화려해도 솟구쳤다가 가라 앉아 물 위에 흩어지는 물보라처럼 죽고 나면 흔적도 없이 사려져 버린다는 것을 이제 알았습니다.
2019.12.15 -
'바다처럼 넓은 인생 海海人生' 외
바다처럼 넓은 인생 海海人生 우리 인생은 우주의 만법과 함께 돌아간다 올 때가 있으면 갈 때도 있고 모인 것은 흩어진다네 '무상(無常)'이라는 놀이는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어라 하늘의 책에는 글이 없다네 無字天書 사람마다 그 속의 오묘함을 묻고자 하지만 하늘의 책에는 글자도 없고 글도 없고 헤아림도 없네 가진게 하나 없어라 無所有 우리는 모두 드넓은 우주를 떠도는 고독한 나그네랍니다 빈손으로 왔으니 갈 때도 빈손으로 가야 하는 법이죠 돌아갈 때는 모든 걸 내려 놓고 떠나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가진 것 하나 없이 거칠 것 하나 없이 훌훌 털고 가볍게 떠나요
2019.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