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13. 12:10시 모음/시

 

단양에서

 


오 세 영(1942- )

바람 앞에 섰다.
숨길 것 없이 맨가슴으로,
저 향그러운 남풍을
저 매서운 북풍을
가리지 않고 받는 나무.

햇빛 아래 섰다.
부끄럼 없이 맨몸으로,
저 뜨거운 폭양을
저 싸늘한 백광(白光)을
싫다 않고 받는 나무.

대지 위에 섰다.
굽힐 것 없이 맨다리로,
먼 지평선 굽어보며
먼 수평선 너머보며
버티고 선 나무.

나무는 항상
당당해서 나무다.
나무는 항상
순결해서 나무다.
바람과 햇빛과 흙으로 빚어진
영혼,

우리들, 나무.

 

단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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