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2019. 11. 11. 23:44시 모음/시

 

 

늦가을

박 인 걸

철새들마저 고향으로 떠나던 날
가까스로 붙어있던 오동잎도 진다.
바람결에 뒹구는 낙엽들은
지는 꽃 잎 만큼이나 서럽다.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헤어하는 것들끼리 아쉬워하며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서러워 말자며 누런 손수건을 흔든다.

함께 살던 이들이 떠난 뒷자리에
밀려드는 것들은 고독이지만
긴긴 고독은 창조를 낳고
고독은 또 다른 만남을 예고한다.

다음 오는 것들을 위하여
서둘러 자리를 내주는 自然은
한 자리만을 고집하는 것들을 향하여
비우는 아름다움을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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