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나무꽃 사랑
2009. 7. 23. 19:26ㆍ시 모음/시
자귀나무꽃 사랑
송 수 권
우리 산천 어디선들 이름없는 풀꽃들 보았느냐
푸른 버즘처럼 고목에 붙어 진기를 갇어 내는 겨우살이꽃
쉬엄쉬엄 오 리 길을 갈 때마다 길 표시로 심었던
오리 정자나무, 십 리 가서 십리나무꽃
봄이 먼저 와서 키 낮은 꽃다지 들 길에 자욱하고
밤 나그네새 울고 올 때 들머리에 뜬 저 주막집 불빛,
한 상 먹고 나와 뒷간에 앉아 쳐다보던
밤하늘의 캄캄한 먹빛 오디 열매들,
쥐똥같이 동그랗고 까만 쥐똥나무 열매들과
물에 담가 우리 영혼까지 얼비쳐 든 물푸레꽃,
이 나라 산천 발 닿는 곳 어디서껀 마을 앞
그 흔한 며느리밑씻개 개오줌꽃도 잘도 피지 않더냐
그중에서도 손주가 없어 중간대를 거른
방아다리손주 같은 유순한 저 자귀나무꽃 보아라
수꽃의 수술이 불꽃처럼 톡톡 튀는 여름산
비 그친 여름산을 나는 좋아하느니
밤에만 두 잎처럼 포개지는 우리 내외
아직은 즘잖게 빗장거리 밤잠을 설친 저것이 그
합환목이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