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노래

2009. 7. 12. 19:51시 모음/시

 

오대산의 신록

 

숲의 노래  

박 고 은

 

숲이 좋아 숲에 가면   

신록으로 흐르는
대자연의 향연

솔향기 풀꽃내음 
향훈 속을 딛는 걸음마다
울리는 정의 소리

풀벌레, 새 소리 
술래 노는 다람쥐 합주에
놀라 터지는 머루알
붉은 산앵두로 목축이고

풀물 든 바위에 앉아
솔잎 하나 입에 물면
해맑은 시심은 순수서정

짙푸름이 동화된 육신은
나도 한 그루 나무
깊고 조화로운 숲 

초록빛 여울 속
꿈 이파리로 흐른다

 

 

층층나무 꽃

 

 

피 천 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失了愛情痛苦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 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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