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의 생각

2009. 7. 12. 10:24시 모음/시

 

 

길 위에서의 생각

류 시 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 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 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는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간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 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 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 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 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시 모음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귀나무꽃 사랑  (0) 2009.07.23
숲의 노래  (0) 2009.07.12
산나리꽃  (0) 2009.07.06
감꽃 추억  (0) 2009.07.05
조용히 살다 가라 하네  (0) 2009.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