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안개 낀 두로령과 구룡령을 넘다

2009. 6. 26. 20:29도보여행기/국토종단 길에 오르다

안개 낀 두로령과 구룡령을 넘다 

2009. 6. 6.  토요일  안개비. 가랑비 

 

03 : 30분 새벽 2시 50분에 일어나 헤드랜턴을 켜고 배낭을 꾸리고 있는데 스님의 도량석 소리가 들린다.

목탁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온다. 문 앞 뜰안을 지난다.

같은 방에 묵던 처사가 새벽 예불에 참석하기 위해, 일어나 전등을 켜 주고 문을 열고 나가려 한다. 

"저는 지금 곧 떠납니다." 나지막히 이야기하니, 두 손 모아 합장한다.

 

범종소리가 오대산 골골이 은은히 울려 퍼지는 소리를 뒤로 하고, 명개리 가는 두로령 임도를 찾아 걷는다.

헤드렌턴 불빛으로 보니 짙은 안개가 끼어있다.

안개비가 전나무에 내린다.

새들이 지저귀고 여명이 올 때 북대선원에 도착한다.

안개가 자욱이 깔린 선원의 창문에 희미한 불빛이 비치고 있다.

 

북대선원

이슬비를 맞으며 두로령을 향하여 걸어간다.

두로령 가는 길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생각나, 우의를 꺼내 배낭 위에 입고 걷는다.

두로령 비탈진 고개를 넘어 서니 홍천군 내면이다.

 

 

들꽃은 다 졌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새소리만 벗 삼으며 인적이 없는 울퉁불퉁한 산길을 호젓이 걸어간다.

가다가 보니 서 너 개의 벗어놓은 배낭이 보이고,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길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명개천의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온다.

어제 먹다 남은 찹쌀떡으로 요기를 한다.

 

 

 

두로령 길

                                      

다시 걷고 싶은 아름다운 길이 이어진다.

산악자전거를 탄 청년 4명이 지나가며 "안녕하세요" 인사한다. "예, 안녕하세요" 답례한다.

내면분소 앞에서 산악자전거를 씻으며 휴식하고 있는 청년과 다시 만난다.

이야기 끝에 땅끝마을에서 걸어왔고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걸어갈 것이라 하니, 깜짝 놀란다.

자기들은 오늘 백두대간 5개 령인 두로령 구룡령 조침령 한계령 미시령을 넘어 속초까지 간다고 한다.

나도 깜짝 놀란다.

같이 기념 촬영을 한다.

 

 

백두대간 5개 령인 두로령 구룡령 조침령 한계령 미시령 산악 라이딩을 하는 MTB마니어 들과 함께

 

열목어 마을과 서림리 농촌장수마을을 지난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길목 해발 1,013 M 구룡령을 향하여 오른다.

용이 구불구불 휘저으며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아흔아홉 구비를 넘어간다고 하여 구룡령이라 부른다 한다.

그러면 용이 되어서 올라야지.    

구불구불 길고 긴 길을 오르고 또 오른다.

가랑비가 오락가락 한다.

명개리 내면분소에서 만났던 젊은 MTB 마니아 들과 구룡령 정상 가까이에서 또 만난다.

 

 

구룡령

 

구룡령 정상에 다가가니 젊은 MTB 마니아들이 손뼉 치며 환영해 준다.

먹고 있던 참외 포도 토마토등 과일을 권한다.

나의 명함을 주며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놓겠다 하니, 자기들의 카페 주소를 적어 준다. 

 

안개가 자욱한 길을 먼저 출발하여 내려간다.

한 참을 내려갔는데, 젊은 MTB 마니아들이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옆을 지나간다.

"걸음이 너무 빨라요. 안녕히 가세요."  

구룡령 내리막 길에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어 길이 축축하게 젖어 있고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다.

"조심들 하세요" 화답한다.

그들이 떠나고 없는 안개 낀 구룡령 길을 내려다보며,  

'당신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당신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속으로 중얼거린다.

 

내려가는 길 역시 한없이 구불구불 내려간다.

거의 평지에 다다르니, 구룡령 휴게소가 보인다.

왼쪽 갈천약수마을에 내려가니 13 :00시다.  음식점에서 '된장찌개백반'을 먹는다.

계곡 물소리가 요란한 왕산골 민박집에서 짐을 푼다.

 

 

오늘 걸은 길 : 상원사-두로령-명개리-56번 도로-구룡령-갈천약수마을-왕산골

 

금일 보행 거리 :  38 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