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23. 20:37ㆍ도보여행기/국토종단 길에 오르다
관광할 곳이 많은 영월을 가다
2009.5.30. 토요일 맑음
도보 여행을 시작한 지 18일째다.
그동안 걸어오면서 불문율처럼 지켜 온 것이 있다.
1. 새벽 4시전에4시 전에 출발하고 오후 4시 전에 여행을 끝낸다.
2. 하루 식사 는 두 끼 (아침 겸 점심, 저녁)만 한다.
3. 메뉴는 '된장찌게백반'으로 한다.
4. 술을 마시지 않는다(반주도 불가)
5. 목욕은 찬물로 한다.
6. 저녁 7시 전후에 잠자리에 든다.
이것을 잘 지킨 탓인지는 몰라도 체력이 잘 유지되고 있고,
몸은 가벼워지고 기운이 더욱 솟는 듯하다.
술을 마 지지 않은 것과 된장을 꾸준히 먹은 것이 큰 역할을 한 것 같고,
일찍 자고, 찬물에 목욕했던 것도 피로 해소에 일조했으리라 생각한다.
모든 것이 잘 조화를 이룬 것 같다.
목적지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다.
오늘 일정은 26 km의 짧은 여정이다.
머물며 흐르는 강물처럼 여정을 꾸린 것이다.
03 :55분 숙소를 나선다.
컴컴한 다리를 건너 좌회전하여 영월을 목표로 천천히 걸어간다.
아마도 닭을 기르는 양계장이 산속에 있는 모양이다.
집단 닭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활고개를 넘어서니 남한강을 만난다.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금계국 너머로 마을과 남한강과 첩첩의 산들이 조화를 이루어 아름답게 보인다.
오사리에 다다르니 양지골가든 곤드레밥을 파는 곳이 보인다.
곤드레밥을 먹어 보고 싶었는데.
너무 이른 새벽이라 문을 열지 않았으니 달리 도리가 없다.
여기에 민박집도 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강을 따라 영월까지 가는 동안 민박집은 곳곳에 많이 있다.
강원도 영월군이다.
김삿갓 동상이 서 있다.
"하늘이 내린 살아 숨 쉬는 땅 강원도!
어서 오십시오 영월군"이라고 쓴 표지석을 지난다.
아침 햇살이 비치는 남한강 풍광이 아름답다.
고씨랜드에서 ' 된장찌개백반'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또 출발한다.
영월읍 정양리에는 영월천연가스발전소 건설 현장이 있다.
영월대교를 건너서 관풍헌 매주로를 보고,
버스터미널로 가 행선지별 버스시간표를 메모한다.
오늘 장릉과 청령포만 관광하고 쉬기로 한다.
장릉 노루조각공원을 지나 조금 가니 장릉이다.
장릉을 둘러보고 청령포를 걸어가기 위해 빠른 길을 물으니 걸어가기에는 좀 멀다고 한다.
무더운 날씨이지만, 1시간 20분 걸려 청령포에 도착한다.
입장권을 구입하고 나루터로 내려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니 청령포다.
청령포는 조선시대 임금 단종이 삼촌인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 생활을 하던 곳이다.
청령포는 서강이 삼면을 가로막아 흐르고 있고, 나머지 한 면은 육육 봉이라는 험준한 암벽이 있어 육지 속의 섬 같은 곳이다.
모래톱을 걸어 수림지를 지나니, 단종이 머물던 어가와 궁녀. 관노가 머물던 사랑채가 있다.
담밖에 모든 소나무들이 이 어가를 향하여 절하는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 신기하다.
청령포 수림지에 있는 관음송은 단종 유배 시의 설화를 간직하고 있다.
단종이 유배 생활을 할 때 두 갈래로 갈라진 소나무에 걸터앉아 쉬기도 하고, 때로는 오열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뜻에서
관음송이라 불려 왔다.
다시 배를 타고 청령포를 건너와 '곤드레 국밥'으로 식사를 한다.
시내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내려 근처에 숙소를 정한다.
오늘의 모든 일정을 끝내기로 한다.
오늘 걸은 길 : 영춘교-영춘읍-영춘중고-북벽교-595번 도로-각동교-88번 도로-고씨랜드-정양리 -영월교-영월시내-장릉-청령포
금일 보행 거리 : 26 km
2009.5.31 일요일 맑음
어제저녁 7시에 잠자리에 들어 푹 자고 눈을 뜨니 새벽 4시다.
눈이 부어 있다.
느선 해 지는 마음의 끈을 조인다.
영월은 가 보고 싶은 여행지가 많은 곳이다.
그 많은 곳 가운데 두 곳만 선택한다.
적멸보궁 사자산 법흥사와 선암마을 한반도지형이다.
터미널 사거리 약국 앞에서 법흥사행 시내버스를 탄다.
서면을 지나 아름다운 주천강을 따라 버스는 달린다. 주천을 지나, 어디든 다 아름다운 법흥천을 따라 달린다
1시간 걸려 법흥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법흥사는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법흥리 사자산 남쪽 기슭에 위치해 있으며,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하였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다.
영축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상원사, 태백산 정암사, 사자산 법흥사가 5대 적멸보궁이다.
소나무가 울울하다.
맑고 강한 기운이 확 밀려온다.
금강문을 지나 천천히 걸어간다.
금강송이 우뚝 솟아 있다
만다라각 옆으로 적멸보궁 오르는 길이 보인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오르니 울창한 소나무로 둘러싸인 곳에 적멸보궁이 모습을 드러낸다.
적멸보궁 뒤에는 자장율사가 수도하던 토굴과 사리탑이 있다.
진신사리는 사자산아래에 봉안되어 있다고 한다.
약사전 앞마당엔 알림판이 있다.
"약사전 앞마당에서 멀리 구봉대산을 바라보면 부처님께서 누워계신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약사전을 참배하시고 멀리 산에
누워계신 부처님을 찾아 보시가 바랍니다."
기와불사를 하고, 사자산 경내를 천천히 둘러본다.
시간을 보니 버스가 올 시간이 3 시간이나 남아 있다.
법흥사 뒷산이 사자산 오른쪽이 백덕산 왼쪽이 구봉대산이다.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까지 구봉대산을 올라갔다 내려오기로 한다.
새소리 물소리만 들리는 인적이 없는 등로를 따라 걷는다.
오랜만에 밟아 보는 흙 길이다.
물을 건너 울창한 나무 숲 속 산길을 따라 오른다.
바람이 불적마다 하얀 꽃이 눈처럼 떨어져 길을 하얗게 덮는다.
가파른 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구봉대산 정상 1.7 km" "마지막 계곡" " 수통에 물을 채우세요 " 팻말이 보인다.
여기에서 등산을 끝내기로 한다.
자제하기로 한다.
멈추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아주 천천히 걸어 내려온다.
계곡으로 내려가 바위에 앉아 돌돌돌 흐르는 물소리를 듣는다.
작은 풀꽃들이 숨어서 피어 있다.
바람이 불적마다 하얀 꽃이 물 위에 떨어져 맴돌기도 하고, 떠내려가기도 한다.
투명한 물. 밑바닥 모래가 환히 보인다.
법흥사 다향원 앞 그늘 쉼터 탁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다향원 외벽에 다음과 같은 글이 걸려 있다.
나를 다스리는 글
행복도, 불행도 모두 나 스스로 짓는 것
결코 남의 탓이 아니다.
나보다 다른 사람을 위하는 일로 복을 짓고
겸손한 마음으로 덕을 쌓아라.
모든 죄악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에서 생기는 것
늘 참고 적은 것에 만족하라.
웃는 얼굴 부드럽고 고운 말로 남을 대하고
모든 일은 순리에 따르라.
나의 참된 삶이 세상을 위한 길임을 깊이 새길 것이며
자식 아끼듯 부모를 섬기라.
웃어른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할 것이다.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정을 베풀라.
내가 지은 선악의 결과는 반드시 내가 받게 되는 것
순간순간을 후회 없이 살라.
선 남자 선 여인이여!
하루 세 때 나를 되돌아보고
남을 미워하지 말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라.
시내버스를 타고 기사에게 '한반도지형' 보러 가는 길 입구에 정차해 달라 부탁한다.
괴골마을 길로 따라 걸어가라며 나를 내려주고 버스는 휑하니 사라진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한반도지형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비포장 도로도 걷고 하면서 1시간 걸려 전망대에 도착한다.
전망대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늘엔 뭉게구름이 피어 있다.
왼쪽 계단 조금 아래에 많은 진사들이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다.
사진 촬영 포인트인 모양이다.
나도 그리로 내려가 한반도 지형을 촬영한다.
뗏목이 남해를 돌고 있다.
내려오는 중 언덕에 칡차를 팔고 있는 청년 왈 이곳도 전망이 좋으니 사진도 촬영하고 칡차도 마시고 설명도 해 주겠단다.
"한반도지형 트레킹코스는 동해 독도(선암마을))에서 뗏목을 타고 동해에서 남해를 거쳐 서해로 항해하여 인천 앞바다에서
하선한 후, 모래밭을 걸어 인천에 상륙하여 휴전선을 거쳐 백두대간을 타고 백두산에 가서, 김일성 별장에서 휴식한 후, 다시 백두대간 줄기를 타고 원산에 내려와 줄배를 타고, 독도로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바람이 불면 중국에서 (시멘트공장) 황사가
한반도에 날라 옵니다. " 등등....
멋진 설명에 둘러서서 듣고 있던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돌아 내려가다 다시 청년에게 가서 " 칡차를 마시고 가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아 다시 왔어요. 칡차 한잔 주세요 " 하니,
"이렇게 까지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겸연쩍어하면서도 좋아한다.
고마움을 알아야 사람인 것이다.
선암마을 뗏목 체험과 트레킹은 해 볼만한 것 같다.
오늘의 모든 여정을 끝내기로 한다.
시내버스를 기다려 타고 버스터미널로 가서,
동강트레킹을 같이 하기 위해 합류하는 후배를 오랜만에 반갑게 해후한다.
내일을 위해 영월교 옆에 숙소를 정하여 짐을 푼 후,
근처 음식점에서 오랫만에 삼겹살 소주 파티를 하며 밀린 이야기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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