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22. 13:17ㆍ도보여행기/국토종단 길에 오르다
금강 낙동강 분수령 지기재를 넘다
2009.5.24. 일요일 맑음
04 : 30분 숙소를 출발한다.
남대천교를 건너 우측길을 따라 걷다 보니 오산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새로 건설된 19번 도로로 올라서니 영동 25 km 표식이 보인다.
새로 건설된 길이라 도로도 넓고 갓길도 넓어 걸어가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산에서 들려오는 새 소리와 닭 울음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니 여명이 밝아 온다.
뻐꾹새가 울고 있다.
압치터널을 지난다.
학산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 후 또 걷는다.
그렇게 걷고 또 걸어 11 : 40분 영동읍에 도착한다.
영동역 부터는 도로가 철길과 나란히 간다.
주곡천도 나란히 간다.
철길 따라 걷고 포도밭 따라 걷는다.
이곳 영동은 포도재배 단지이다.
오토바이 대열이 굉음을 내며 폭주하고 있다.
주곡리다. 와인코리아 공장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와이너리로서, 포도의 재배에서 정통 고급 와인 '샤또마니(ChateauMani)'의 양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하고 있다고 한다. '샤또마니'의 의미는 '우리 토양이 빚은, 우리의 와인'이라고 한다.
포도밭따라 철길 따라 걷다 보니 노근리에 도착한다.
6.25사변 당시, 피난민을 미군기가 오폭하여 다수가 사망한 사건현장이다.
언덕 위에 있는 황간역을 둘러본다.
'다슬기 국밥'으로 식사하고 여관을 잡고 일박한다.
오늘 걸은 길 : 무주읍-19번 도로-학산-영동-황간
금일 보행 거리 : 42 km
2009.5.25. 월요일 새벽안개 맑음
03 : 45분 숙소를 나선다.
안개가 자욱하다.
황간읍을 가로지르는 초강을 건넌다.
49번 도로를 따라 걸어간다.
자욱한 안개를 뚫고 설티고개를 넘어서니 우매삼거리다.
왼쪽길은 황간산림욕장과 반야사로 가는 길이다.
오르막 길을 계속 오른다.
바로 수봉재를 넘어가는 길이다.
수봉재 넘어가는 길가에 피어있는 야생화를 촬영한다.
수봉재는 충청북도와 경상북도 경계지점이다.
'아름다운 충북으로 또 오세요' 간판을 보고 지나니, 경상북도 상주시 모동면 간판이 보인다.
내리막 길을 걷다 보니 해가 떠오른다.
옥동서원을 지난다.
밭에서 일을 끝내고 경운기를 타려던 사람이 나를 한참 바라본다.
배낭매고, 반장갑 끼고, 썬햇 모자를 쓰고, 스틱에 꽂은 양말을 보더니,
"천리행군을 하시나요?"
"국토종단 도보 여행 중입니다. "
"저도 특전사 출신인데 군시절 천리행군을 몇 번 했습니다."
" --- "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천리는 되는 것 같다.
이번 도보 여행길은 이천리 행군 길보다 더 긴 길이다.
족필(足筆) / 이 원 규
노숙자 아니고선 함부로
저 풀꽃을 넘볼 수 없으리
바람 불면
투명한 바람의 이불을 덮고
꽃이 피면 파르르
꽃잎 위에 무정처의 숙박계를 쓰는
세상 도처의 저 꽃들은
슬픈 나의 여인숙
걸어서
만리를 가본 자만이
겨우 알 수 있으리
밑바닥이 곧 날개이자
한 자루 필생의 붓이었다는 것을
모동면에도 깨끗한 민박집이 있다.
문을 연 음식점을 찾기 위해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린다.
한 집을 발견하고 들어가 ' 된장찌개백반"을 주문한다.
해남 땅끝마을부터 여기까지 걸어왔다니까 놀란다.
지도를 꺼내 놓고 앞으로 갈 길을 체크하고 있으니까,
"지도만 가지고 길 찾기가 불편하지 않아요?" 한다.
"크게 불편하지 않는데요."
뽀글뽀글 정성스레 끓여준 된장찌개와 반찬과 밥을 모두 깨끗이 다 비운다.
나는 5만분지 1 지도를 가지고 다니는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길을 찾기 위해 마을사람에게 물어보지는 않았다.
모동 금계교에서 길이 갈라지는데 두 길 모두 백두대간을 넘어 다시 만나 내서리로 가게 되는데 어느 길이 더 짧은지
지도상으로 구분하기가 힘들다.
마침 트럭에 타고 있는 마을 사람이 있어 물어보니, 거리는 거의 비슷한데 오른쪽 길이 걷기에 더 힘들 것이라고 한다.
오른쪽 길은 백두대간 개머리재를 넘는 길이고 왼쪽 길은 지기재를 넘는 길이다.
그렇다면 모서를 지나 지기재를 넘기로 한다.
안개가 덜 걷힌 아침의 들 풍경이 아름답다.
들길에 야생화 많이 피어있다.
빨갛게 익은 산딸기도 많이 보인다.
09 :30분 포도밭이 있는 금강 낙동강 분수령 지기재에 도착한다.
추풍령을 넘은 백두대간 줄기는 서서히 몸을 낮추기 시작하여 백학산을 지나 지기재에서 더욱 몸을 낮춘 듯하다.
해발 260m 고개다.
그러나 아무리 얕아도 강은 산을 넘지 못한다.
옛날 백두대간 종주 시 포도밭이 많던 이 지기재를 지났던 기억이 떠 오른다.
그때가 늦가을로 기억된다.
뙤약볕 속을 걸으니 발바닥이 뜨거워진다.
평지리 유정쉼터에 가니 매점문이 잠겨 있다.
다시 걸어가다 보니 차량에서 과일과 주스. 생수를 팔고 있다.
주스를 사서 먹고, 생수를 구입하여 손에 들고 걷는다.
쨍쨍 내려쬐는 태양볓을 고스란히 맞으며 걷고 또 걸어가다 보니, 상주문화예술체험장이 보인다.
내려가서 등나무 그늘에 휴식한다.
양말을 벗고 열기를 식힌다.
넓은 황토흙 공터 위로 쏟아지는 뙤약볕을 바라본다.
뙤약볓 신작로를 타박타박 걷던 시골 옛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선글라스가 흘러내리고 불편하다.
벗어 보니 콧등을 받치는 고무가 빠져 달아났다.
어디서 어떻게 잊어버렸는지 모르겠다.
15 : 30분 상주시내에 진입한다.
이마트에 들려 선글라스를 30,000원에 구입하고, 고무가 빠져 달아난 선글라스는 우체국에 가서 집으로 부친다.
모텔에 숙소를 정하고, 늘 하는 데로 한참 동안 찬물로 샤워하고, 빨래하고. 발바닥 물집 짜고 소독하고 약 바르고 밴드를 붙인다.
뙤약볓과 무더위 속에서 걸은 힘든 날이다.
오늘 걸은 길 : 황간-49번 도로-수봉재-옥동서원-모동-모서-901번 도로-지기재-내서-상주
금일 보행 거리 : 42 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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