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섬진강 500리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을 걷다.

2009. 6. 20. 14:40도보여행기/국토종단 길에 오르다

섬진강 500리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을 걷다

2009.5.20.  수요일  새벽안개 맑음 오후 늦게 비

 

04 : 45 분 숙소를 나선다.

짙은 안개가 자욱한  24번 도로를 걷는다.

성재삼거리에서 좌측 21번 도로를 따라 지북리로 걸어간다.

안개 낀 들의 모습이 새롭게 나에게 다가온다. 

 

 

21번 도로가 운림삼거리에서 갈라진다. 

우측 내월리로 간다.

내월삼거리에서 강경마을. 장구목 가는 길로 접어든다.

새울 음 소리, 꿩 울음소리가 들린다.

안개 낀 들녘은 신비롭다.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적막한 들녘을 걸어간다.

한 걸음 걸으면 한 걸음만큼의 새로운 풍경이 나타난다.

짙은 안개에 묻힌 섬진강이 보인다.

 

 

섬진강변도로의 가로수는 백일홍 묘목을 심어 놓았다.

몇 해 뒤엔 백일홍이 만발한 아름다운 꽃길이 될 것이다.

한참을 걸어가니 섬진강을 건너는 구미교와 강경마을로 진입하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타난다.

 

 

강경마을로 가는 길로 천천히 걸어간다.

' 섬진강 500리 중 가장 아름다운 곳 '이 시작되는 길이다.

 

 

노란 들꽃들의 향연을 보며, 섬진강의 아름다운 물색과 섬진강에 낀 안개를 감상하며 걷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는다.

강경마을로 진입하지 않고 섬진강변을 따라 연결된 시멘트 농로 길로 들어선다.

이 길이 곧 섬진강을 따르는 아름다운 길이다.

 

사람의 발길이 많지 않아  때 묻지 않은 싱그러운 길이다.

 

 

 

가다가 마주치는 섬진강의 풍경은 한 폭의 동양 산수화다.

물색이 아름답고 안개에 가려진 산이 신비롭다. 

물이 맑아 바닥까지 들여다 보인다. 

 

 

걷다가 보면 강 건너 마을로 가는 섶다리도 보인다.

섬진강 따라 걷고,  길 따라 걷는다.

하얀 찔레꽃,  코끝에 묻어나는 들꽃 향....

여울목을 흐르는 물소리가 들린다.

노란 애기똥풀 군락지다.

 

농원 앞을 지나는데 나뭇가지 위에서 까치가 짖는다. 

이 가지 저 가지로 날아다니며 반가워 까치가 짖는다.

걸어가면 계속 따라 머리 위로 날아와 가지에 앉아 가지 말라고 까치가 짖는다. 

오랜만에, 배낭을 메고 천천히 걸어가는 여행자를 만나 너무도 반가운 모양이다.

손을 흔들어 답례하며 걸어간다.

매화나무에는 토실토실 매실이 익어가고, 뽕나무에는 오디가 까맣게 익어간다.

 

시멘트 포장 농로가 끝이 나고 이제는 풀이 무성한 흙길로 이어진다.

 

 

 

잡초가 우거진 흙길을 따라 걸어가며 들꽃을 촬영한다.  

풀숲 이슬이 바짓가랑이를 적신다.

나비가 나른다.

 

한참을 걸으니 도로 공사 중인  큰길과 만난다.

큰 도로를 걸어 고개를 올라서니 내룡마을로 가는,  섬진강을 건너는 징검다리가 보인다.

 

 

징검다리를 건너가니, 우측으로 콘도형 민박 '산수풍경'이 보인다.

좌측 길로 걸어가니 장군목 토종가든이 보인다.

토종가든에 들어가 식사가 되느냐 물으니 단체손님 아니면 지금 현재 어렵고, 점심 식사 때는 개인이라도 식사 가능 하단다. 

조금 더 올라가니 장구목 가든이 보인다.

이 역시 문을 열지 않았다.

 

수많은 세월 동안 흘렀던 강물이 바위를 갈고 갈아 기기묘묘한 바위를 만들어 놓은 곳이 장구목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바위가 요강바위다.

 

 

 

 

 

 

장구목 바위에 앉아 흐르는 섬진강을 망연히 바라본다. 

장구목이 있는 내룡마을 뒤로는 용골산이 있다.

산 정상에 오르면 아름다운 섬진강이 한눈에 보일 듯싶다.

 

용궐산을 옆에 두고 섬진강 따라 내룡마을로 간다.

내룡마을로 진입하지 않고 왼쪽 언덕으로 올라가니 길이 끝난다.

언덕 위에서 바라보니 섬진강 건너로 구담 마을이 보인다.

구담 마을로 건너가는 징검다리도 보인다. 

 

 

경사진 기슭을 걸어 내린다.

밭을 지나 징검다리 쪽으로 걸어간다. 

느티나무 밑 납작한 돌 위에 배낭을 풀고 앉아 휴식을 취한다.

여울목을 흐르는 물소리가 청량하다.

징검다리 돌에 물살이 부딪쳐 희게 부서진다.

 

 

맑고 투명한 물색이다.

이곳은 매화꽃이 활짝 피는 계절이나, 단풍이 드는 계절에 오면 더욱 환상적인 아름다운 풍광을 볼 것 같다.

 

갈지자로 이리저리, 이 바위 저 바위로 발걸음을 내 디뎌 징검다리를 건넌다.

조그만 흰 들꽃들로 뒤덮인 풀 숲길을 걸어 가파른 언덕길을 오른다. 

둥굴레가 많이 보인다. 애기나리도 보인다.

들꽃 향을 맡으며 걸어 오른다.

언덕길에서 뒤를 돌아보니 내룡마을과  건너온 징검다리가 보인다.

강에서 다슬기를 줍고 있는 두 사람의 정겨운 모습도 눈에 잡힌다. 

 

언덕에 올라서니 구담 마을이 시작된다.

옛날 풍경의 집들을 지나  구담정을 지나  둔덕 위 전망대에 오른다.

영화 '아름다운 시절'을 촬영 한 곳이다.

 

전망대 올라 바라보니 내룡마을 전경이 아름답다. 

섬진강이 마을 야산을 휘감고 있는 모습이다.

 

섬진강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구담 마을을 지나 구불구불한 아스팔트 길로 천천히 걸어 내려간다.

매화나무를 따라 걸어간다.

섬진강 산기슭 매화나무에는 토실토실한 매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녹음이 우거진 산 사이로 섬진강이 흐르고 있다.

 

천담 마을이다

 

 

천담교가 보인다.

천담교 앞에 섬진강 휴게실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마당으로 들어가니 평상 마루가 있다. 

휴게실 문은 잠겨 있고 연락처가 적혀 있다.

12시가 가까워 온다.

오늘은 행동식 외에는 먹은 것이 없어 배가 출출하다.

정확하게 20분 후에 할아버지가 밭에서 돌아오신다.

식사하는 곳이 아니라 슈퍼이기 때문에 컵라면을 주문하니 물을 끓여 내 오신다.

뜨끈한 국물을 마시니 한결 속이 편안해진다.

행동식과 생수를 추가로 구입하고 행장을 꾸린다.

 

천담부터는 평평한 길이다.

 

연 그대로의 흙길을 걸을 수 있는 곳, 김용택 시인이 '매일 걸어도 경이로운 길'이라고 했던 그 길을 걷는다.

 

천담 가는 길 / 김 용 택

 

세월이 가면 길가에 피어나는 꽃 따라

나도 피어나고

바람이 불면 흔들릴라 여

세월이 가면 길가에 지는 꽃 따라

나도 질라요

강물은 흐르고

물처럼 가버린

그 흔한 세월

 

내가 지나온 자리

뒤돌아보면

고운 바람결에

꽃피고 지는

어름다운 강 길에서

많이도 살았다 많이도 살았어

바람에 흔들리며

감물이 모르게 가만히

강물에 떨어져

나는 갈라요

 장산 마을 가는 들길에는 엉겅퀴가 많이도 피어 있다.

길 가에는 야생화 화단이 계속하여 보인다.

아름다운 길을 조성하는 마을 사람의 정성이 깃든 곳이다.

들꽃을 촬영하며, 들꽃을 즐기며, 들꽃향을 맡으며, 

아름다운 흙길을 천천히 걷는다.

붓꽃. 패랭이꽃. 둥굴레. 작약. 초롱꽃. 망초. 민들레. 엉겅퀴. 애기똥풀......

 

 

 

엉겅퀴는 가시가 돋고 억세고 험상굳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엉겅퀴는 남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꽃이다.

엉겅퀴에 살고 있는 벌레들을 적으로부터 보호하며, 거미줄도 치게 하고, 줄기 속에 파고들어 집을 짓고 살게도 하고,

달콤한 꿀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래서 엉겅퀴에는 많은 벌레와 곤충이 들락 거린다.

자줏빛 솔 같이 생긴 꽃은 고고하고 도도하게 보인다.  

특히 비바람 맞으며 고개 숙이지 않고 비바람에 맞서 의연히 서 있는 자주꽃 엉겅퀴를 보면,

너무도 멋이 있어 감탄사를 발하게 된다.

자기를 희생하며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살고 있는 야생화가 엉겅퀴다.

 

저 멀리 큰 느티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어린아이 두 사람이 보인다. 

한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한 사람은 뛰어가고 있다.

장산마을이다.

시인의 마을이다.

 

 

 

장산마을 (진뫼마을) 앞 큰 느티나무 두 그루

느티나무 그늘 밑에는 여행객들이 쉬어가라고 까만 넓적한 돌을 갖다 놓았다.

까만 돌 그 자체도 자연이 빚은 조각 예술품이다.

장산루가 보이고 그 뒤가 시인마을 장산마을이다.

마을입구에 작은 비석이 서 있다. 

     "월곡 양반. 월곡 댁

      손발톱 속에 낀 흙

      마당에 뿌려져

      일곱 자식 밟고 자랐네 "

월곡양반. 월곡댁이 살던 집터에 자식들이 부모의 은공에 감사하며 세운 비석이 아닐까? 

 

 

 

 

 

섬진강       /   김 용 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뜰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 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으냐고 물어보면
노을 띈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자
어디 몇몇 아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 김 용 택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 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푸른 댓잎에 베인

당신의 사랑을 가져가는

흐르는 섬진강 물에

서럽게 울어는 보았는지요... 

 

시인의 마을 장산마을(진뫼마을)을 떠난다.

섬진강길을 따라 걷는다.

'매일 걸어도 경이로운 길'을 걷는다.

 

모든 곳은 한번 가서 진 면목을 볼 수는 없다.

적어도 최소 봄. 여름. 가을. 겨울 4번은 가 보아야 하고, 적어도 하루 밤은 묵어 새벽과 저녁을 보아야 조금은 보았다 할 수 있다.

날마다  때마다 새롭고 경이롭게 변해 가는 것이 자연이다.

우리의 마음 또한 날마다 때마다 변화한다 할 수 있지 않는가.     

타박타박 길을 걸어간다. 일중리를 지나 불우교를 지나 새마을교를 건너 27번 도로 위로 올라선다.

조금 걸으니 두무마을 들어가는 입구 표시가 보인다.

고갯길을 걸어 오른다.

강진면 사거리에 도착한다.

사거리 슈퍼 다슬기를 팔고 있는 슈퍼에서 생수와 아이스케이크를 먹으며 열기를 식힌다.

강진면에는 민박하는 곳이 없단다.

운암대교밑에 많은 모텔 숙박업소가 있단다.   11km를  더 걸어가야 하는 길이다.

시간은 늦고, 비는 오락가락하고,  너무도 지쳐 군내버스를 타기로 한다.

운암대교 건너기 직전에 내려 걸어서 다리를 건넌다.

옥정호의 저수량은 너무나 빈약하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한다.

식당은 모두 문을 닫았다.

슈퍼에 들어가 컵라면으로 저녁 식사를 한다.

오늘 두 끼 식사가 모두 컵라면이다.

행동식과 컵라면으로 버틴 날이다. 

풍광에 취해 배고픈 줄 몰랐던 하루이다.

모텔에 투숙하여 일박한다.

 

오늘 걸은 길  :   순창읍-24번 도로-성재삼거리-21번 도로-운림삼거리-내월리-강경마을 입구-강변농로-징검다리-내룡마을-

                        장구목-회룡마을-징검다리-구담마을-천담마을-장산마을-일중리-물우교-새마을교-27번 도로-강진면사거리-회룡마을-징검다리-구담마을-천담마을-장산마을-일중리-물우교-새마을교-27번도로-강진면사거리-

                        운암대교-운암교삼거리

 

금일 보행거리 : 35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