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마을를 출발하다

2009. 4. 23. 00:53도보여행기/국토종단 길에 오르다

국토종단 길에 오르다.(해남 땅끝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1) 땅끝마을을 출발하다

2009.4.16 목 맑은후 흐림

 

어제 밤 늦게  해남에 도착하여 찜질방에서 일박하고, 새벽 땅끝마을 행 첫차에 탑승한다.

 

이곳 땅끝마을은 세 번째 찾는다. 첫 번째가 땅끝기맥 산행의 날목으로서, 두 번째가 남해안 도보여행의 첫 출발지로서, 이번에는 국토종단 도보여행의 첫 출발지로서 다시 찾은 것이다.

 

선착장 오른쪽에 나무가 자라고 있는 두 개의 큰 바위 덩어리가 보인다.

매미 같이 보여 맴섬이라 부른다.

일출 사진 촬영 명소다. 

일년에  2 월, 10 월 두 번만 맴섬 사이로 떠 오르는 해를 볼 수 있다.

사자봉으로 가는 오솔길을 걸어 올라 해안선을 따라 걷다 뒤돌아 보니,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맴섬이 아름답다.

 

땅끝탑 앞에 서다.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갈두리 사자봉 땅 끝. 이제는 더 앞으로 나갈 길이 없다.

이곳이 국토종단 도보여행의 첫 발걸음을 떼어 놓는 출발점이다.

 

땅끝 기맥이 남해안 바다로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솟구친 사자봉에 오른다.

땅끝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비가 세워진 오솔길을 따라 마을로 내려온다.

 

남해안 해안길을 따라 걷는다.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을 들러 보고, 사구미해수욕장 백사장을 지난다.

땅끝조각공원을 보고 또 걷는다. 아침겸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간판을 보고 바닷가로 내려가 보니 문이 잠겨있다.

“외출중입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쓴 팻말이 걸려있다.

 

영전리에 다다르니, 발바닥 이상 신호가 오고 있다.

물집이 잡힌 것 같다.

77번 국도를 버리고 안평마을로 가는 우측 소로로 들어선다.

길가 바위에 앉아 신발과 양말을 벗은 후 발바닥과 발가락을 검사해 보니 물집이 서너군데 생겨 테이핑한 후 출발한다.

 

넓은 들에 마늘밭이 펼쳐진다. 달마산 능선이 먹구름에 묻어 있다.

오랜만에 지나가는 할머니를 만난다.

“이 근처에 식사할 음식점이 있습니까?”

“어서 왔능교-? 이 근처에는 아는 친척이 한 사람도 없으라우.“

결국 근처에는 식당이 없음을 알게된다.

없으면 안 먹으면 될 뿐.

 

들길을 걸어 간다.

노란 유채꽃이 바람에 살랑인다.

들길에 노란 민들레꽃, 하얀 찔레꽃이 피어 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도 피어 있다.

바다가 힐끔힐끔 보였다간 사라진다.

 

 

 

“구름따라 물길따라 길을 걸어 갑니다.

가난과 고독을 벗 삼아

구름과 물을 따라 홀로 외로운 길을 고요히 걸어 갑니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듯 구름따라 물따라 무심히 걸어 갑니다.

다만 걸어 갈 뿐입니다. 이것이 운수의 길입니다.“         

                                      행운유수 / 자명

 

산과 들이 연록색 물감으로 칠해지고 있다.

묵동을 지난다.

돌담장 너머 뒤뜰에 빨간 함박꽃이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나 또한 전이되어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모든 생명은 나와 한 몸을 이루고 있는 모양이다.

그가 웃으면 나도 웃는다.

변화하는 자연과 함께 나도 변화한다.

 

 

 

이진성 성벽이 보인다.

성벽 밑으로 노란 유채꽃이 활짝 피어 바람에 일렁인다.

남창에 도착한다. “김가네 쉼터” 식당이 보인다.

오늘은 한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당초 계획은 일일 이식을 생각했으나. 일일 일식도 생각해 볼 일이다.

근처 10여분 거리의 '함박골 큰 기와집' 민박집에서 일박하기로 한다.

오늘 일정은 여기서 마치기로 한다.

빨래한 후, 발에 잡힌 물집을 바늘로 터뜨려 정리한 후 잠자리에 든다. 

 

금일 걸은 길 :   땅끝마을-사자봉-통호리-영전리-안평교-묵동-서흥리-이진리-남창리

금일 보행 거리  : 26km

 

 (2) 옥빛바다 강진만을 따라 걷다

         2009. 4.17   금   맑음

 

한옥집은 천정이 높아 시원하다. 

밤 새도록 개짖는 소리에 자는둥 마는둥 하였다.

4시에 일어나 출발 준비를 한다. 

배낭을 꾸린 후 방문을 열고 나서니 새벽 5:30분이다.

바깥은 어슴프레 밝아오고 있다.

밤사이 그리도 짖어대던 하얀 개가 내게로 다가와 냄새를 킁킁 맡는다.

집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니, 해안길이 바로 나온다.

여명이 밝아오는 오산리 해안길을 따라 걷는다.

문득 눈을 들어 왼편을 바라보니 마늘밭 너머, 산봉우리 밑으로 운무가 길게 띠를 드리우고있다.

여명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촌로가 밭 뚝길을 걷고 있다.

다가가 인사하고 밭에 피어 있는 분홍 꽃이 무슨 꽃이냐 물으니 자운영이란다.

비료로 사용하기 위해 논에 기른다고 한다.

자운영은 녹비식물이다.

자운영은 자연비료가 되어 척박한 땅을 옥토로 변하게 한다.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먼 야산 위로 새빨간 해가 삐죽 얼굴을 내 민다..

빠른 속도로 해가 솟아 오른다.

펄이 붉게 물든다.

 

 

 

한적한 길을 걷는다.

멀리 들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 모습이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고추 모종을 하고 있다.

이곳 남해는 비닐터널 고추 재배법을 시행하고 있다.

즉 고추 모종을 한 후 그 위에 비닐을 씌워 터널을 만든는 것이다. 

이렇게 재배하면 수확량이 20% 증가한단다.

 

만수리를 지나, 신월제로 걸어간다.

발가락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 마다 통증이 묻어 온다.

신월제 호수 속에는 주작산 능선이 잠겨있다.

신월제 뚝방길을 걷는다.

새가 후두둑 날아 올라 신월제 위를 날아간다.

논뚝길을 걸어 걸어 방산리로 간다.

앞을 가로 막은 봉태산을 돌아 내동을 지나 사내방조제에 도착한다.

사내방조제 뚝위에 앉아 신발과 양말을 벗는다.

물집이 잡힌 발가락을 정리한다. 발가락이 퉁퉁부어 있다.

스틱을 짚고 다시 걷는다. 귤동까지 가야한다.

이 근처에는 민박할 곳도 없다.

 

11:00시경 사초리에 도착한다.

오른쪽으로 호래비섬이 보인다.

건설 공사 현장이 있고, 굴삭기와 자동차와 사람이 많이 오간다.

이 근처에 분명 식당이 있을 것 같다. 과연 식당 간판이 보인다.

메뉴표엔 20,000원 이상가는 것 뿐이다.

사정을 이야기 하고 된장찌개 백반을 부탁한다.

반찬이 한상 가득이다. 많이 드시란다. 

베푼 선심을 감사히 받기로 한다.

지도상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혹시나 싶어 해안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느냐고 물으니, 근래에 해안도로 길이 개통되었다고 한다.

 

꿈의 길 강진만 해안 길을 걷는다.

아픔 속에서도 걸을 수 있는 것은 강진만 옥빛 바다 때문이다.

 

 

망호를 지난다.

가우도가 보인다.

멀리 죽도가 보인다.

덤프추럭이 수없이 모래를 실어 나른다.

이곳 도암면 학장리 일대를 강진군 베이스볼파크로 조성하고 있는 중이다.

 

만덕호 뒤로 만덕산이 자리잡고 있다.

만덕호를 따라 똑바른 난 길이 끝나는 곳에 정다산유물전시관이 보인다.

오늘은 거기까지 가면된다.

1.5km정도의 직선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드디어 정다산유물전시관 앞에 도착한다.

바로 앞에 있는 슈퍼민박에서 일박하기로 한다.

 

금일 걸은 길 : 오산리-와룡리-만수리-신월제-방산리-내동-사내방조제-사초리-도암방조제-망호-용흥리- 만덕호-

                      정다산유물전시관

금일 보행거리 : 35km

 

          

(3) 연록색 물감이 번지는 만덕산

     2009. 4. 18   토요   맑음

 

뜨끈뜨끈한 방에서 푹 자고 일어나니 04:30분이다.

물집을 잘 정리한 후 테이핑하고, 배낭을 꾸려 민박집을 나서니 05:30분이다.

남해안 도보 여행시 이곳은 한번 지나간 곳이기에 오늘은 해월정에서 일출을 본 후 만덕산을 오르고, 백련사를 더 깊이 보기로 마음속으로 정한다.

두충나무가 빽빽이 도열한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귤동마을 위 다산초당 올라 가는 입구부터는 “뿌리의 길”이다.

수백년 된 소나무 뿌리가 마구 삐져나와 서로 뒤엉켜 뿌리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어둑어둑한 산길을 걸어 올라, 정석바위 약천, 다산초당과 다조와 연지석가산 앞을 지난다.

천일각을 지난다.

6시5분까지는 해월정에 도착해야 일출을 볼 수 있다. 숨을 헉헉 거리며 산 고개 등성을 올라서니 해월정이다.

막 해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강진만과 만덕호, 저 멀리 보이는 점점의 산과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이 보인다.

 

 

 

만덕산 깃대봉을 오르기 위해, 이정표를 따라 걸어 오른다.

빽빽한 대나무숲 터널 오솔길을 걸어 오른다.

 

산 봉우리를 옆으로 돌며 가파르게 길이 나 있다.

능선에 오르니 왼쪽은 바람재 오른쪽은 깃대봉 가는길이다.

만덕산에 오르니 사방이 툭 트이고 강진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백련사가 가까운 모양이다.

코끝으로 차향이 묻어온다.

작설차밭이다.

차밭 너머로 강진만이 고개를 내민다.

만덕산 산자락 백련사 주변 2만여평에는 수령 300-500년 된 3,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동백림을 이루고 있다.

 

동백림 속은 하늘이 가려져 어둡다.

낙화한 붉은 동백꽃이 황홀하도록 아름답다.

동박새가 동백림 위에서 이가지 저가지 종종 뛰며 지저귀고 있다.

 

 

 

백련사!

"대웅전은 석가모니를 주존불로 모시는 건물이다. 백련사가 자리잡은 절은 만덕산이며, 조선후기에 만덕사로 불리다가 현재는

백련사로 부르고 있다. 이 절은 신라말에 창건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확실하지 않다. 고려후기에 8국사를 배출하였고 조선

후기에 8대사가 머물렀는데 1232년에 원묘국사 3세가 이곳에서 보현동장을 개설하였고 백련결사를 일으킨 유서깊은 명찰이다.

대웅전은 조선후기에 봉안되어 있으며, 조선후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삼존불은 중앙 본존불이 석가여래이기 때문에

당연히 좌우의 협시 보살상이 배치되어야 하는데 여래상을 안치한 점이 특이하다.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옆에서 볼때 " 한문 팔 " 자 모양)으로 겹처마인 다포식(처마를 받치는 공포가 기둥과 기둥사이에도 있는 형식)이다." 

 

원교 이광사가 쓴 “대웅보전“현판과 대웅보전의 창호를 바라본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으로 겹처마인 다포식인 대웅보전의 모습과 고색창연한 단청을 감상한다.

 

 

 

청아한 스님의 독경소리가 경내에 잔잔히 퍼지고 있다.

만경루 툇마루에 앉아 눈을 감고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한글 독경이다.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니, 연록색 물감이 만덕산 위로 번지고 있다.

아! 신록의 맑고 투명한 빛이여!

눈도 맑아지고 마음도 맑아진다.

 

 

 

고요히 바라보니 돌계단과 돌담장 밑으로 노란꽃, 보라꽃이 피어있다.

당간 지주석 밑에도 노란꽃이 피어 있다.

모과나무도 보인다.

계단을 밟고 걸어서 다가가 보니, 모과꽃이 환하게 피어있는게 아닌가.

모과 열매는 울퉁불퉁한데, 모과꽃은 담백하고 단아하다.

 

 

 

만경루에 서니 구강포 (구강포는 강진만의 옛 이름으로 탐진강 등 9개의 강이 만나 바다로 들어간다 하여 구강포라 이름하였다 함)가 눈 속으로 밀려온다. 백련사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진다.

 새 신발을 신고 가 예기치 못한 복병 발가락 물집으로 도보 여행을 중단하고, 패잔병의 모습으로 귀가하는 신세가 된다.

 

금일 걸은 길 :  정다산유물전시관-다산초당-해월루-만덕산 등산-백련사-용수동

금일 보행거리 : 8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