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27. 15:45ㆍ도보여행기/차향(茶香) 찾아 걷는 길
차향(茶香) 찾아 걷는 길
(1) 계곡 물소리에 귀가 먹먹하더라
2011. 7.21 목요 안개 흐림
지리산 너머 차향을 찾아 나선다.
세석고원과 벽소령을 넘어야 하기에 백무동으로 걸어 들어간다
인적 없는 적막한 산중 우렁우렁한 계곡 물소리에 귀가 먹먹하다.
한신계곡에 접어들어 산길 오솔길을 한참 걸어 오르니 '첫나들이 폭포'의 우렁찬 물소리가 들린다.
다리를 건너고 철계단을 오른다.
경사면을 내려가 가내소폭포의 포효 소리를 듣는다.
시퍼런 소는 그 깊이를 측량키 어렵다.
물보라가 폭포바람에 묻어온다.
5층폭포를 지난다.
계곡으로 내려가 배낭 풀고 너럭바위에 앉아 무명폭포를 감상한다.
'출입금지' 밧줄이 쳐진 한신폭포 내려서는 길은 벼랑처럼 가팔라 보이는데 나뭇잎과 수풀이 비에 젖어 내려서기가 어려워 지나치기로 한다.
산길에는 산수국, 노루오줌, 그리고 말나리가 숲 속에 환히 피어 있다.
나무들은 꽃과 열매를 달고 있다.
벌들이 분주하게 꽃 속을 들락거린다.
계곡 건너에 숨어서 피어있는 들꽃 향을 맡고 일어서는데 머리 감촉이 이상하여 올려다보니, 회나무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아! 가슴이 두근거리며 무언지 모를 희열이 온몸에 퍼진다.
산을 가는 소이연은 이렇게 가슴을 뛰게 해 주기 때문이다.
지리산은 지금 녹음의 향연을 한바탕 흐드러지게 벌리고 있다.
풍만하게 뿜어져 나오는 녹음방초의 향이 코끝에 진하게 묻어난다.
오세영의 '길'을 읊조린다.
어디로 가는 길이냐,
돌다리 건너 회나무 숲 지나
위로 오르는 길,
산딸기 어우러진 오솔길에선
기어가는 한 마리 뱀을 밟았다.
돌아보면
길바닥에 나뒹구는 칡넝쿨 하나,
산철쭉 우거진 모퉁이에선
불현듯 네 맑은 목소릴 들었다.
돌아보면
푸드덕 나는 뻐꾹새 하나,
본 것이 본 것이 아니고
들은 것이 들은 것이 아닌데
보고 들은 것을 마음을 두고
길을 찾아 쉬엄쉬엄 산을 오른다.
벼랑을 돌아 자작나무 숲을 지나
산정의 무덤에서 끝나는 길.
더 욱새, 속새, 덥고 나무 풀숲에서
사라지는 길.
한신계곡 등로에서의 마지막 무명폭포.
거대한 너럭바위 저 멀리 위쪽 절벽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가 오늘은 풍성하다.
물기가 없는 너럭바위 이곳저곳으로 발을 옮겨 디디고 폭포 앞까지 다가가 본다.
절벽에는 들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물보라가 하얗게 바람에 흩날린다.
가파른 길,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르고 또 오른다.
풀섶 바위에 앉아 나무와 수풀의 짙은 향을 들이마신다.
장구한 세월을 늠름히 버티며 가지를 뻗으며 우뚝 서 있는 주목의 단단한 적갈색 둥치와 푸른 바늘 잎을 바라본다.
고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빽빽한 나무와 숲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다.
숲 속의 파도
강 남 주
어딘가에 하늘은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개인 날 백무동에서 세석평전으로 오르면
물소리에 쓰러지는 한여름과
계속 떨어져 내리는 푸른 빛깔의 지리산.
들어가는 곳도 또 나가는 곳도 없는
파도 소리가 모두 내 귀에 몰려온다.
우, 우, 우, 소리도 없이
한여름 산속에서 일렁이는 파도
파도에 숨차하면서
키가 크는 나무는 하늘을 받친다.
우리의 마음 색을 선택해 준다.
숲은 말하지 않는다
동서남북을 가리키지 않는다
손을 들어 명상하며
폭포가 되어, 폭포가 되어
오직 하늘이
어디 있는가를 파도로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고갯마루에는 태풍에 넘어진 나무의 뿌리가 짙은 안갯속에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온몸이 땀에 절며,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넘는다.
고개너머의 세석고원은 또 다른 세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온갖 야생화가 저마다의 모양과 색깔을 뽐내고 있다.
꿀풀, 일월비비추, 동자꽃, 기린초, 뱀무, 노루오줌, 지리터리풀, 물레나물....
가만히 이름을 불러준다.
들꽃은 한층 더 가까이 내게로 다가온다.
까치수영, 말나리, 원추리, 긴 산꼬리풀....
촛대봉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 아래를 바라보니 세석대피소가 안개에 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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