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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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깔
빛 깔도 종 환 봄에는 봄의 빛깔이 있고 여름에는 여름의 빛깔이 있다 겨울 지등산은 지등산의 빛깔이 있고 가을 달래강에는 달래강의 빛깔이 있다 오늘 거리에서 만난 입 다문 이 수많은 사람들도 모두 살아오면서 몸에 밴 저마다의 빛깔이 있다 아직도 찾지 못한 나의 빛깔은 무엇일까 산에서도 거리에서도 변치 않을 나의 빛깔은.
2011.05.21 -
논물 드는 5월에
논물 드는 5월에 안 도 현 그 어디서 얼마만큼 참았다가 이제서야 저리 콸콸 오는가 마른 목에 칠성사이다 붓듯 오는가 저기 물길 좀 봐라 논으로 물이 들어가네 물의 새끼, 물의 손자들을 올망졸망 거느리고 해방군같이 거침없이 총칼도 깃발도 없이 저 논을 다 점령하네 논은 엎드려 물을 받네 물을 받는, 저 논의 기쁨은 애써 영광의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 것 출렁이며 까불지 않는 것 태연히 엎드려 제 등허리를 쓰다듬어주는 물의 손길을 서늘히 느끼는 것 부안 가는 직행버스 안에서 나도 좋아라 金萬傾 너른 들에 물이 든다고 누구한테 말해주어야 하나, 논이 물을 먹었다고 논물은 하늘한테도 구름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논둑한테도 경운기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방금 경운기 시동을 끄고 내린 그림자한테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2011.04.30 -
들꽃에게
들꽃에게 박 이 현 네 거기서 나 여기서 바람에 흔들리는구나. 저어기 산등성에 묘지 하나씩 늘어 갈 때 마음은 엉겅퀴에 찔려 상처는 상처 위에 덫나도 여전히 바람은 부는구나. 네 거기 나 여기 세상이야기 많다지만 해바라기 씨앗 영글 가을 쯤에 만나 네 아무는 흔적 위로 입김 호호 불어줄게.
2011.04.29 -
매(梅)
梅 趙 鮮 允 春風의 찬달 아래 고귀하고 崇考한 자태 早春萬花의 으뜸이로다 春寒속에 고고하게 피어나는 寶春花 너의 맑은 香氣 우아한 韻取는 高潔해서 좋다 굳은 절개 매화잠(梅花簪)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 가는 선비의 의연한 자세 닮아 君子로다 은은한 香氣 애절한 純潔이여! 그리움의 봄의 전령이여! 형형색색 수줍은 미소 겨울을 이겨낸 아름다움이여! 긴긴 强風을 忍耐하며 님 향한 一片丹心 純白의 미소로세
2011.04.28 -
꽃
꽃 김 춘 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2011.04.27 -
梅花 庚申
梅花 庚申 溪邊粲粲立雙條 香度前林色暎橋 未怕惹風霜易凍 只愁迎暖玉成消 매화 경신년에 짓다 개울가에 아름다운 매화 두 그루 서 있어, 앞 숲까지 향기 품고 다리 위엔 빛 비치네. 찬바람 서리에 쉬이 얼까 두렵지 않지만, 옥빛이 햇빛 맞아 빛 바랠까 근심되네. - 퇴계 이 황
2011.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