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몰.일출(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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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노을
노을 조 병 화(1921-2003) 해는 온종일 스스로의 열로 온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여 놓고 스스로 그 속으로 스스로를 묻어간다 아, 외롭다는 건 노을처럼 황홀한 게 아닌가. 노을 최 윤 경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를 곱게 물들이는 일 세월과 함께 그윽하게 익어가는 일 동그마니 다듬어진 시간의 조약돌 뜨겁게 굴려보는 일 모지라진 꿈들 잉걸로 엮어 꽃씨 불씨 타오르도록 나를 온통 피우는 일
2022.06.13 -
어느 날의 일출
나는, 바람과 함께 세상을 걸었다 최 영 희 그 아름답던 순간순간 둘러보고 둘러봐도 그림자조차 없다 어디에도 없다 70여 년의 세월 바람처럼 스쳐 지나고 추억은 마른 나뭇잎처럼 한 잎 한 잎 떨어져 가는데 가슴에 남은 이 따뜻함은 무엇인가 밤이면 별과 달을 노래하고 이른 새벽 마주하는 환한 얼굴의 태양이 좋았다 세상이 내게 주는 사랑이었다 아-. 나는 어느 세상 무엇으로 있다 세상에 와 날마다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 길 따라 피어난 꽃을 보며 행복에 겨워 세상을 걸었을까, 바람과 함께,,, 이렇게 가고 가면 다시는 오지 못할 세상에서의 삶! 돌아보면 아름다웠다 아-,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2022.05.28 -
여의도 빌딩숲의 일출
생명 이 성 선 바닷가에서 작은 조가비로 바닷물을 뜨는 아이처럼 나는 작은 심장에 매일 하늘을 퍼 뜬다 바다 아이가 조가비에 바다의 깊은 물을 다 담을 수 없는 것처럼 나의 허파도 하늘을 다 담지 못한다 그러나 조개껍질에 담긴 한 방울 물이 실은 바다 전체이듯 가슴속에 담긴 하늘 또한 우주 전체이다
2022.01.24 -
한강의 일출(3)
겨울 강가에서 우 미 자 이제는 마음 비우는 일 하나로 살아간다. 강물은 흐를수록 깊어지고 돌은 깎일수록 고와진다. 靑天의 유월 고란사 뒷그늘의 푸르던 사랑 홀로 남은 나룻배 위에 앉아 있는데 높고 낮은 가락을 고르며 뜨거운 노래로 흘러가는 강물. 거스르지 않고 順하게 흘러 바다에 닿는다. 江岸을 돌아가 모든 이별이 손을 잡는 生命의 合掌. 겨울 강을 보며 한 포기 芝蘭을 기르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 양화 한강공원 강변 일출 □ 한강 선유도 일출 및 여명 □한강 여의도 공원 일출
2022.01.23 -
한강 일출(2)
걸어보지 못한 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Lee Frost, 1874~1963 미국 시인) 단풍 든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잣나무 숲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 끝간 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나은 듯도 했지요.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사람이 밟은 흔적은 먼저 길과 비슷하기는 했지만, 서리 내린 낙엽 위에는 아무 발자국도 없고 두 길은 그날 아침 똑같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 먼저 길은 다른 날 걸어 보리라! 생각했지요 인생 길이 한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지..
2022.01.23 -
한강 일출(1)
흔들림에 닿아 이 성 선 가지에 잎 떨어지고 나서 빈산이 보인다 새가 날아가고 혼자 남은 가지가 오랜 여운에 흔들릴 때 이 흔들림에 닿은 내 몸에서도 잎이 떨어진다 무한 쪽으로 내가 열리고 빈곳이 더 크게 나를 껴안는다 흔들림과 흔들리지 않음 사이 고요한 산과 나 사이가 갑자기 깊게 빛난다 내가 우주 안에 있다 □옥수동 달맞이봉 공원 일출 □선유도 공원 선유교 일출
2022.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