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15. 17:44ㆍ천문, 천체/천문, 천체
우주의 시계
인간의 생체리듬은 지구의 주기운동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지구의 적도는 시속 1,670km로 자전하기 때문에, 우리는 좋건싫건 매일 밤과 낮을 번갈아 맞이하는 수밖에 없다. 지구는 정확한 주기로 자전과 공전을 반복하면서 모든 생명체의 삶을 지배해 왔다. 지구가 한 번 자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4시간, 또는 1,440분, 또는 8만 6,400초이다. 적도에 사는 사람은 이 시간 동안 지구의 둘레에 해당하는 4만 74km를 이동하여 원위치로 돌아온다. 지구는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오랜 옛날(약 45억 년 전)부터 이와 같은 주기운동을 계속해 왔다. 또한 지구는 시속 10만 8,000km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태양과 평균거리 1억 5,000만 km를 유지하면서 공전 궤도를 따라 365일 48분 46초 동안 9억 7,000만 km를 이동하면 원위치로 돌아온다.(물론 태양계 자체가 움직이고 있으므로 정확한 원위치는 아니다)
이 시간 동안 지구는 사계절을 겪게 되고, 거기 사는 생명체들은 계절에 맞는 적은 기술을 구사하며 필사의 생존경쟁을 벌인다. 이것이 바로 '1년'이라는 시간이다. 하늘의 어느 곳을 바라봐도, 거기에는 시간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천연 시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달은 지구 둘레를 27일 7시간 43분마다 한 바퀴씩 공전하고 있으며, 조력에 의한 동주기 자전이 거의 완성된 단계여서 자전주기도 27일로 공전주기와 거의 같다.
그래서 달은 지구에 한쪽 면만 보여주고 있다.
화성의 자전주기는 24시간 37분으로 지구와 비슷하지만, 공전주기는 지구 시간으로 687일(약 1.88년)이다.
태양에서 가장 먼 행성인 해왕성은 공전주기가 6만 일(약 165년)이나 된다.
해왕성은 1846년에 처음 발견되었는데, 그때부터 시작해서 한 차례의 공전이 완성된 날은 2011년 9월이었다.
태양계너머 먼 우주에서도 시계역할을 하는 자연현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거리가 멀수록 자연현상의 주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길어진다.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의 행성들이 우주 공간에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면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동안, 태양계 자체도 거대한 궤도 운동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은하 속에 속한 2000억 개의 태양계 중 하나에 불과하며, 모든 태양계는 은하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초대형 블랙홀을 중심으로
자신에게 할당된 주기운동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 태양계는 주변의 다른 천체와 함께 시속 79만 2,000km의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2억 2,500만 년 동안 이동하면 처음 위치로
되돌아온데, 이 시간을 '1 은하년(galactic year)'이라 한다.
지구의 나이가 45억 년이므로, 처음 탄생한 후 지금까지 블랙홀 주위를 20회 공전했다.
은하년으로 나이를 세면 지구는 20세 청년인 셈이다.
인류가 처음 지구에 등장한 것이 25만 년 전이었으니까, 인류의 역사는 1,000분의 1 은하 연도 안된다.
지구의 1년에 비유하면 여름날의 오후 한나절쯤 된다.
1 은하년은 정말 엄청나게 긴 시간이다.
인류의 역사가 1 은하년의 한 순간에 불과하다니, 그동안 쌓아온 문명이 갑자기 초라해 보인다.
우리는 분, 일, 월, 년이라는 짧은 시간 단위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1 은하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가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의 관점일 뿐, 지구에는 1 은하년에 맞먹는 세월 동안 살아온 생명체도 있다.
우주에서 정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
은하시계는 영원히 돌아갈 것이며, 그 안에 있는 모든 행성은 각자 나름대로 분, 일, 월, 년을 겪으면서 우주의 새 역사를 써나갈 것이다.
우주의 모든 곳에서 시간은 고유한 리듬에 따라 흐르고 있다.
태양계의 외곽으로 갈수록 행성의 1년은 점점 더 길어진다.
은하수에 존재하는 2,000억 개의 다른 태양계도 은하의 중심에 있는 초대형 블랙홀 주위를 공전하면서 자신만의 리듬을 유지하고 있다.
< 브라이언 콕스, 앤드루 코헨의 '경이로운 우주' 중에서 >
풀잎으로 나무로 서서
이 성 선
내가 풀잎으로 서서 별을 쳐다본다면
밤하늘 별들은 어떻게 빛날까.
내가 나무로 서서 구름을 본다면
구름은 또 어떻게 빛날까.
내가 다시 풀잎으로 세상을 본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내 다시 나무로 서서 나를 본다면
나는 진정 어떤 모습으로 세상으로 걸어갈까.
내가 별을 쳐다보듯 그렇게 어디선가
풀잎들도 별을 쳐다보고 있다.
내가 나무를 바라보듯 그렇게 어디선가
나무도 나를 보고 있다.
'천문, 천체 > 천문, 천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성은 대체 몇 개일까 (0) | 2019.09.11 |
---|---|
별이란 무엇인가 (0) | 2019.07.21 |
우주의 일생 (0) | 2019.07.08 |
여름철 밤하늘 (0) | 2019.07.02 |
설악산 울산바위 은하수 (0) | 2019.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