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11. 21:04ㆍ천문, 천체/천문, 천체
하늘은 장엄한 억제의 힘으로 위대하다.
한없는 저장 공간, 광대한 세계
가서 모습을 보기에는 너무도 멀고
등 돌려 떠나기엔 너무나 가깝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밤에 드리는 시'에서
우주의 모든 것은 매 순간 변화한다
지금으로부터 138억 년 전 극도로 뜨겁고 고밀도인 상태였다가 대폭발을 일으키며 탄생한 우주는 계속해서 팽창하고 냉각되고 있다. 은하단 사이에서 매 순간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은하단들은 마치 화덕 안에서 부풀어 오르는 케이크의 건포도처럼 서로 점점 더 멀어졌다. 빅뱅 이론이 세상에 발표된 후 우리는 우주가 과거와 현재, 미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주는 언젠가 혹한의 추위 속에서 죽게 될 것이다. 단지 우주만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가 포함한 모든 것이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 행성에서 별까지, 은하에서 은하단까지 모든 것이 계속 변한다.
별들은 태어나고 죽는다. 다만 별들의 생명주기도 인간의 수명처럼 100여 년 단위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100만 년 단위로, 나아가서는 수십억 년 단위로 측정된다. 그래서 태양은 생명 주기의 중간쯤에 있다고 할 수 있다. 46억 년 전에 태어나 약 50억 년이라는 시간 뒤에 죽을 것이며 이 기간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길어서 사람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그래서 하늘이 영속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석학조차도 '하늘은 신의 영역이므로 완전할 수밖에 없다'라고 생각했다. 완전한 것은 더 이상 개선될 여지가 없기에 그 어느 것도 변화할 수가 없다는 의미다. 이 그리스 철학자의 명성이 워낙 높았으므로 인간사회에서 '하늘이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거의 2천 년 넘게 지속되었다.
모든 것은 변화할 뿐만 아니라 움직이기도 한다. 우주의 모든 조직(행성,별,은하,은하단)이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거대한 우주의 발레를 춘다. 하지만 나를 둘러싸고 있는 밤의 풍경 속에서는 그 어느 것도 움직이지 않는 듯하다. 오직 고요함과 평온함만이 느껴질 뿐이다. 나는 이처럼 무한한 평온함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지구가 내게 함께 춤추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처음에 지구는 혼자 돌면서 초당 436m의 자전 속도로 나를 이끌어 간다. 그리고 1년 동안 태양 주위를 돌면서 초당 30km의 공전 속도로 우주 공간을 가로질러 나를 데려간다. 한편 태양은 초당 220km로 우리은하의 중심을 돌면서 지구를 이끌고 간다. 우리 은하는 안드로메다 은하의 중력에 이끌려 초당 90km의 속도로 돌진하고 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를 포함한 전체(국부 은하군이라 불리는)는 처녀자리 은하단과 물뱀자리나 겐타우르스자리 같은 국부거대은하단에서 가장 가까운 초은하단의 중력에 이끌려 초당 600km의 속도로 우주 공간을 쏜쌀같이 날아간다. 국부은하군 역시 수만 개의 은하로 이루어진 거대한 결합체를 향해 움직인다.
우주 공간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은 없다. 별과 은하등 우주의 모든 조직은 중력의 영향으로 서로 끌어당기고 서로를 향해 '돌진한다'. 중력이 만든 이 운동은 빅뱅으로 촉발된 우주의 팽창이라는 일반 운동에 덧붙여진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정적이고 변함없는 하늘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한히 큰 것의 세계에서 모든 것은 비영속성과 변화.변형에 불과하다.
< 트린 주안 투안의 '마우나케아의 어떤 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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