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26. 10:50ㆍ천문, 천체/밤하늘 여행
밤하늘 여행
(17) 소백산에 떠오르는 은하수
(2018.4.20-21)
인류는 스스로가 속해 있는 우리은하의 전체 모습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이제 까지의 연구를 통해 알려진 우리은하의 지름이 약 10만 광년, 두께는 우리은하의 '변방'인 태양 부근에서도 약 2000광년이 되므로, 인류가 우리은하를 벗어나 그 전체 모습을 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1970년대에 인류가 우주로 발사한 우주탐사선은 초속 10km 이상의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고 있지만 이제 겨우 0.001광년 정도의 거리를 나아갔을 뿐이다.
밤하늘에 펼쳐진 은하수는 옛날부터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아주 신비한 존재였다. 동아시에서는 '강'으로 묘사되고, 서양에서는 제우스신의 아내 헤라의 젖이 밤하늘에 흩뿌려져 나왔다는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밀키웨이(Milky Way, 젖의 길)'라 불렀다.
'은하수의 정체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처음으로 과학적인 답을 한 사람은 천문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이탈리아의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였다. 1609년 갈릴레이는 발명된 지 얼마 안 된 망원경을 사용해 어렴풋이 빛나는 은하수가 무수히 많은 별들의 집단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후 관측이 거듭되면서 은하수의 상세한 구조가 점차 밝혀젔다. 우리은하는 태양을 포함한 2000억 개의 항성이 모인 나선 은하이다. 가운데가 부풀어 오른 원반형으로, 달걀 프라이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달걀 프라이의 노른자위에 해당하는 부분은 '벌지'라고 불리며 원반 부분에는 팔과 같은 구조가 뻗어 있다. 은하계의 지름은 10만 광년에 이른다. 우리의 태양계는 우리은하의 중심에서 2만8000광년 떨어져 있고 우리은하의 다른 별들과 함께 2억 년 이상 걸려 은하계를 돌고 있다고 생각된다. 밤하늘의 빛의 띠인 은하수는 이러한 우리은하를 내부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우리는 우리은하를 내부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은하수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 띠 속에 있는, 은하수의 진하고 넓은 부분이 우리은하의 벌지 쪽에 해당한다. 띠의 중앙은 검게 틈새가 벌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진한 먼지가 안쪽에서 나오는 빛을 차단하기 때문에 어둡게 보이는 것이다. ( Newton HIGHLIGHT 94에서 )
무려 4개월 여 만에 일상에서의 탈출이다. 달리는 열차 차창으로 신록이 돋아나는 산야를 바라보며 봄의 색감을 즐긴다. 열차는 이따금 역에서 멈추곤하며 희방사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희방사역에 내려 소백산자락길 '죽령 옛길'을 걸어 오른다. 산기슭을 물들이는 신록은 저 멀리 산봉우리 정상을 향하여 올라가고 있다. 산록 여기저기에는 하얀 산벚꽃이 흐들어지게 피어 있다. 길가 과수원에 자라고 있는 사과나무에는 담백한 하얀꽃이 조발조발 피어 순백의 향연을 벌이고 있고, 양지바른 밭둑에는 노란 민들레와 제비꽃이 그늘진 나무아래에는 쇠별꽃이 보인다. 아! 풀밭 속에서 산자고가 노란 암술대를 감싼 순백의 꽃잎을 펼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쪼르르르... 산새 소리가 한적한 숲속 대기에 선을 그어 놓는다. 계곡에는 작은 폭포 들이 함성을 지르며 힘차게 흘러 내리고 있다. 바야흐로 봄이 무르익고 있다.
해그름 무렵 허위허위 연화봉정상에 오른다. 맞이해 주는 것은 세찬 바람이다. 바람이 구름을 몰고 있다. 맑았던 하늘이 삽시간에 구름으로 뒤덮는다.
서편하늘 구름 틈새로 보이던 밤톨만한 노란 석양이 이내 사라진다. 태양을 등진 지구의 자전으로 지구의 그림자가 동쪽하늘 수평선에 내리는 어스럼을 볼려하였으나 하늘을 뒤덮은 구름으로 낭패하고, 어둠의 장막이 내리고 하나 둘 돋아나는 별을 볼려 하였으나 이 또한 낭패하고 만다. 보이는 것은 하늘을 뒤덮은 구름 뿐이고 들리는 것은 점점 세차게 불어오는 윙윙거리는 소백산 산바람 소리 뿐이다.
천문대로 하산하여 바람을 피한다. 윙윙 거리는 바람소리만 들으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문득 눈을 뜨니 청명한 밤하늘에 총총한 별들이 찬란히 빛나고 있다. 형형히 빛나는 별들의 세계 우리은하와 은하너머 광막한 대우주를 바라본다. 천문대 언덕 위로 은하수가 떠 오른다. 은하의 중심이 바로 눈 앞에서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팔을 뻗으면 붙잡을 것 같다. 화성 토성 목성 세 행성이 우정 출현하여 하늘을 수 놓고 있다. 유성이 휘이익 빛의 선을 긋는다. 장엄하고 광막한 우주의 경관에 숨막힐 것 같다. 이 밤, 지구 밖 광대한 우주로의 여행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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