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밤하늘 대청봉에 걸린 은하수

2017. 9. 23. 08:31천문, 천체/밤하늘 여행

밤하늘 여행

(11) 밤하늘 대청봉에 걸린 은하수 

           ( 2017.9.12-13 )


은하수는 무한한 구체가 아니라 유한한 원반 모양이다. 그리고 지구는 은하수 중심이 아니라 가장자리 근처에 있다. 따라서 방향에 따라 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이 아주 다른 모양으로 보인다. 지상의 어느 장소에서 보는가에 따라 밤하늘이 다르게 보인다는 뜻이다. 장소마다 은하수의 다른 지점들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축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남반구는 항상 은하 중심을 향해 있는 반면, 북반구는 항상 은하 중심을 외면하는 듯한 모양새다. 은하수 변방에는 별들이 훨씬 적기 때문에 북반구의 밤하늘은 남반구의 밤하늘에 비해 흐릿한 편이다.

< 크리스토프 갈파르의 '우주,시간, 그 너머" 에서 >

 

설악산 대청봉 북천일주

 

해넘이가 시작될 무렵 대청봉에 다시 오른다. 운해가 공룡능선을 넘어서 설악동으로 넘실넘실 퍼지고 있다. 석양빛을 뿌리며 지는 해를 먹구름이 순간 뒤덮는다. 강한 서풍이 불어오며 대청봉은 순식간에 운무에 파묻히며 모든 시야를 빼앗는다.

금일 대청봉 밤하늘 "맑음"으로 예보되어 있기에,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움퍽한 곳에 내려서서 바위를 등지고 앉아 운무가 사라지기를 기다린다.

운무에 가려 있던 속초와 양양 시내의 불빛이 네온사인처럼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한다. 이미 어둠의 장막은 내려졌고 밤의 적막이 내려 앉은 대청봉은 바람 소리만 들린다. 밤의 고요함과  편안함 으로 깊이 들어선다.

 

세 시간 정도의 고독과 침묵의 긴 시간이 흐른 것 같다. 깊은 상념에서 깨어나 홀연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니, 눈 앞을 가렸던 운해는 씻은 듯이 사라지고 맑게 개인 밤하늘엔 총총한 별들이 빛나고 있다. 온몸이 한꺼풀 벗은 듯 가벼워지며 생기가 솟는다. 가슴이 벅차 오르며 심장이 고동친다.

바람 피해 앉아 있던 아늑한 장소에서 일어나 바위를 넘어 대청봉 정상에 다시 서보니 대청봉 표지석 너머로 카시오페이아가 높이 떠 있고 북두칠성이 길게 누워 있다. 꿈틀대던 설악의 능선과 연봉들은 어둠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고 오직 밤하늘의 총총한 별들만 보인다. 북쪽하늘을 바라보며 끝 없는 우주의 심연에 빠져든다. 태초에 대한 아련한 향수에 젖어본다.

 

대청봉에서 광해가 적은 어두운 밤하늘인 남쪽 쪽 하늘에는 총총한 별무리들이 더욱 투명하게 빛나고 있다. 청명한 어두운 밤하늘 높이 유난히 밝게 빛나는 백조의 데네브, 거문고의 베가 ,독수리의 알타이르 그 사이로 은하수가 흐르고 있다, 그 옆으로 앙증스런 돌고래가 뛰어 오른다.

대청봉 바위 위의 밤하늘에 걸려 있는 은하수의 장관에 흠뻑 매료된다. 수 많은 크고 작은 별들이 펼쳐진 별들의 향연, 이러한 장대한 경관보다  더 아름다운 경관은 아마도 없을 듯하다. 대청봉을 향해 강하게 불던 서풍이 드럽게 변해 있음을 뒤늦게야 알 정도로, 모든 것을 잊고 맑은 별빛에 푹 젖어 있었던가 보다. 동쪽 하늘 낮으막히 붉으스레한 아름다운 달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언제 죽을 지 모르고 허둥대는 인간과 달리 별은 초기 질량에 따라 일생의 운명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임종을 스스로 준비한다. 대부분의 물질을 방출하면서 임종을 맞이하는 모습은 초기 질량에 따라 달라진다. 질량이 태양의 약 8배보다 작은 별은 임종 때 조용히 물질을 방출한다. 아름다운 행성상 성운을 그 주위에 만들어 놓는다. 성운은 매우 빠른 속도로 흩어지면서 식어가다가 언젠가는 빛을 내지 못하는 성간 물질로 된다. 중심부에는 사각설탕 크기의 질량이 수 톤 내지 수십 톤 되는 초고밀도의 백색 왜성을 남긴다. 이것은 자체에 에너지원이 없기 때문에 천천히 식어 가다가 수억 년이 지나면 암체가 된다. <이시우의 "천문학자와 붓다의 대화"에서 >

 

가을 은하수
백조 거문고 독수리 돌고래 - 대청봉에 은하수가 걸려 있다

 

 

가을 은하수

 

가을 은하수

 

 

우리가 머리를 들면 볼 수 있는 하늘은 우주에서 놀라울 정도로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모두 합쳐서 6,000개 정도이고, 그 중에서도 한 곳에 서서 볼 수 있는 것은 2,000개 정도에 불과하다.한 곳에서 쌍안경을 이용하면 5만 개 정도의 별을 볼 수 있고, 소형 2인치 망원경을 사용하면 30만 개 정도를 볼 수 있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에서 >

 

대청봉 표지석 왼쪽으로 북두칠성이 길게 누워 있다

 

 

별자리

 

북두칠성 북극성 카이오페이아

 

카시오페이아

 

동쪽하늘에서 붉으스레한 아름다운 달이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