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산새들에 손짓하는 팥배나무 열매

2015. 11. 8. 13:51나를 찾아 걷는 길/서울의 진산(鎭山) 삼각산(三角山)

서울의 진산(鎭山) 삼각산(三角山)

(5) 산새들에 손짓하는 팥배나무 열매

구암봉 태고대의 팥배나무 열매  잎 가장자리의 날카로운 톱니가 불규칙하고 잎맥이 뚜렷하여 강인한 인상을 준다.

 

숨은벽 밤골계곡에서 마주 친 팥배나무 열매

  

농익은 열매에는 하얀 분이 나 있고 흰 반점이 뚜렷하다

 

잎 가장자리의 톱니가 날카롭고 잎맥이 뚜렷하여 강인한 인상을 준다

    

인수봉 아래의 팥배나무에 팥알 같은 붉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산영루를 지나 산성계곡 길로 하산하다 무심히 계곡을 내려다 보다 깜짝 놀란다.

나뭇잎을 모두 떨어 뜨리고  훌렁 벗은 알몸의 가지에 달린 수천만의 붉은 열매가 석양빛에 황홀히 빛나고 있다. 

팥알 같은 붉은 열매 팥배나무다.

오! 하는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오가는 사람 모두 발걸음을 멈춘다. 

농익은 늦가을의 정취에 흠뻑 젖는다.

깊어 가는 가을,

마음이 왜 이렇게 아리어 오지.

망연(茫然)히 그저 망연히 서서 바라본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산하다 멈춰 다시 보고 뒤돌아 또 다시 본다.

황홀한 모습 오래오래 뇌리에 간직하고 싶었기에...

  

늦은 봄이면 배꽃을 닮은 청초하고 순결한 흰꽃을 피우고, 가을이면 팥처럼 생긴 작고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어 사람들은

팥배나무라고 이름 붙였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무리지어 살아간다.

열매는 눈 서리에도 떨어지지 않고 겨울을 나는 강인함을 지녔고, 눈서리 내리는 겨울 배고픈 산새들의 먹이가 되어 보시행을 실천하니

참으로 멋진 나무가 아닌가. 

눈서리 맞은 열매는 시큼한 맛에서 단맛으로 변한다고까지 하니 놀라울 뿐이다. 

  

구암봉 태고대 거북바위 옆에서 자라는 팥배나무는 힘든 수행의 사리인양 붉은 열매를 푸른 하늘에 수놓고 있다.

 

숨은벽 밤골계곡에서 마주친 팥배나무는 듬성듬성 단풍진 나뭇잎이 매달려 있는데, 잎 가장자리의  톱니가 날카롭고 뚜렷한 잎맥이

강인한 인상을 준다.

붉은열매는 농익어 흰 분이 나 있고 반점이 선명하여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산새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는 듯하다.

사람들은 과실주를 담구어 먹거나 위장병에 좋다하여 달여 먹기도 한다.

  

인수봉 아래 팥배나무에도 하얀 암벽을 배경으로 붉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팥배나무 사이로 인수봉 흰 바위벽을 오르는 암벽등반가가 보인다.

 

인수봉이 보이는 암반에 오르니 나뭇잎을 다 떨구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수천수만의 붉은 열매를 단 팥배나무 세 그루가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다.

북한산 봉우리와 골짜기 곳곳에 자라는 팥배나무는 팥알 같은 붉은 열매를 달고 산새들에 손짓하고 있다.

 

 *지방에 따라 팥배나무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운다.

  강원도에서는 벌배나무 또는 산매자나무, 전라도에서는 물앵도나무, 평안도에서는 운향나무, 황해도에서는 물방치나무라고 부른다.

  팥배나무를 한자어로는 감당(甘棠), 당리(棠梨), 두(杜), 두리(杜梨), 두리(豆梨) 등으로 쓰는데 배와 연관이 있는 이름들이다

 

*팥배나무에는 여러 종이 있다.

  잎의 가장자리 톱니가 심하지 않으면 벌배나무, 잎과 열매가 큰 것은 왕잎팥배나무, 잎이 길죽한 것은 긴잎팥배나무,

  열매가 길죽한 것은 긴팥배나무,  잎 뒤의 털이 잎질 때까지남아 있으면 털밭배나무이다.

 

 

도반(道伴)

 이 성 선

 

벽에 걸어놓은 배낭을 보면

소나무 위에 걸린 구름을 보는 것 같다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삶의 길이 새의 길처럼 가벼워진다

지게 지고 가는 이의 모습이 멀리

노을 진 석양 하늘 속에 무거워도

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혹은 걸어가는

저 삶이 진짜 아름다움인 줄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을까

알고도 애써 모른 척 밀어냈을까

중심 저쪽 멀리 걷는 누구도

큰 구도 안에서 모두 나의 동행자라는 것

그가 또다른 나의 도반이라는 것을

이렇게 늦게 알다니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는 지금

 

인수봉 -흰 바위벽을 오르는 암벽등반가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