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金剛門 들어 世尊峰을 바라보다

2014. 7. 6. 17:39나를 찾아 걷는 길/雪嶽에 머물고 싶다

(3) 金剛門 들어 世尊峰을 바라보다

          2014.6.16

 

설악 답파기 '설악행각'에 의하면 鷺山은 청봉에 올랐다가 공룡능선을 넘지 않고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간다.

봉정암 사리탑이 있는 석가봉 아랫길로 내려가 가야동 계곡을 거쳐 오세암으로 간다.

이곳에서 하룻밤 머물고, 이튿날 마등령을 넘어 비선대로 향한다. 그의 설악 답파기 '雪嶽行脚' 속의 글을 생각하며 그가 걸었던 마등령에서 비선대 길을 따라가기로 한다. 그의 '雪嶽行脚' 글을 옮겨 본다.

 

"마등령을 넘으며

.... ....

고개는 해발 1,327미터.

이 산에서는 청봉 다음가는 높은 봉입니다. 이러한 높은 봉우리를 넘어, 낙엽 비를 맞으면서 수림 속을 헤쳐 평지로 한 5분 동안이나

가다가 절벽 끝에 나서니 한 줄기 귀를 깎는 찬 바람이 바위 채 안아다가 허공으로 던져버릴 듯합니다.

나는 얼른 안 넘어지려고 바위 뿌다귀를 꽉 잡았습니다. 이 지구덩이에 무슨 미련이 있는 건지.  생각해 보면 우스운 일입니다.

눈앞 허공에 우뚝 솟은 것은 '짐대봉'

그 이름을 듣고 보니 이 '설악'이란 큰 배를 지상으로 실어올 적에 저 짐대가 큰 공로를 다했던 것인 양 생각됩니다.

더구나 이 좋은 산을 우리나라로 실어 온 것이 얼마나 감사합니까.

 

태초라 조화 사공

설악 큰 배 만들어서

돛 달고 하늘 길을

멀리 흘러내릴 적에

짐대야 네 공이 크다

이 나라로 오더냐.

 

금강문은 열려 있다.

 

지금 우리가 올라 선 이 마등령은 내외 설악의 분수령입니다. 이 설악산을 상중하로 나누어 말한 이도 있었읍니다마는 

(예하면 成昌山 같은 이) 대개는 내외로 나누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어제까지는 내설악에서만 논 것이요, 오늘부터는 외설악으로 발길을 옮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설악 경치의 열의 여덟은 이미 내설악에서 다 본 셈이요, 남은 것은 불과 둘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옛날부터 구경하는 이들로 내설악만에 그친 이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내외설악을 전부 밟아본 뒤가 아니면 설악의 반쪽만 보고 반쪽은 못 보는 것인 만큼, 진실한 의미에서는 설악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그 위에 내외 설악의 특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이 내외 설악이란 것이 단순히 마등령을 사이에 놓고 서쪽 안과 동쪽 바깥으로 구분된 것만이 아니라 돌려보고 내다보는 거기에 경치와 멋이 또한 완전히 서로 판이한 것에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제까지의 '아늑'은 '기승스러움'으로 변하여 여태껏 춤추고 노래하는 아름다운 여인의 몸향기에 취했던 것이 대번에 호걸 대장부의 우렁찬 호령소리에 정신이 번쩍 드는 셈입니다. 더욱이 지금 우리가 내려가는 이 마등령 뒷골 짜기로 말하면 승려들 사이에서는 천불동이란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읍니다마는 실상 주민들은 '설악골'이라 부르는 것으로 보아서 설악산 중 참 설악이라 할 곳이 여긴 줄을 알겠습니다. 좀 중국식으로 과장법으로 말하면 거의 수직이라고 할 만큼 경사진 20리 긴 골짜기가 온통 괴석의 千兵萬馬인데 그것들이 뿔뿔이, 빽빽이, 또 그대로 번듯이, 환하게, 제각기 한자리 한 모퉁이씩을 차지하고서, '저마다의 자랑'을 여지없이 발휘한 그대로 '모두의 자랑'을 조화 있게 성취시켰습니다. 산 마루 위에서 굽어 바라보는 이 '설악골' 千佛洞은 말하자면 금강산 萬物草와 조금도 그 조직이며 형태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 하면, 금강의 그것은 사람이 밟아볼 수 있는 것들인 대신, 여기 이것은 올라가 볼 길이 없는 것이겠습니다. '금강산 만물초'에서도 느껴 본 일입니다마는, 실로 이 '설악골'의 만물 형상으로 된 바위들을 자세히 전하자 하면 아무리 말 없는 '유마힐維摩詰'이라도 잔 시설장이가 안 될 수 없겠지요마는, 또다시 '열반묘심涅槃妙心'을 내랍시고 장광설로 설명해 내는 사람으로도 여기 와서는 저도 무식 군 노릇을 아니할 수 없을 겁니다.'그러면 그게 무어란 말이냐'구요?

 

설악산 '설악골'이

그래 정말 어떻더냐

예 말씀 맙시오

그게 저 그렇더군요

뭐랄까!  그게 모두 참말

저 그게 그게........

 

내가 노래 한 장을 짓는다는 게 겨우 이렇게 어물거려 보았습니다. 이 노래가 비록 이른바 '戱作'일 수도 있읍니다마는, 다시 생각하면 반드시'희작'으로만 여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내 재주 가지고선 이밖에 말이 더 안 나오는 걸 어쩝니까.

아니 내 재주 말고 정 송강 윤 고산을 천명 뭉쳐 가지고 와도 별수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기이할 대로 기이하고, 교묘할 대로 교묘한 바위들의 생김새야말로 사람의 자질구레한 묘사를 통해서 나타날 수 있는 것들은 아닙니다. 뾰족하다, 뭉툭하다, 끌밋하다, 반지르하다, 우뚝하다, 납작하다, 둥글다, 움펑하다, 불룩하다, 길쭉하다, 등등 우리가 가진 이따위의 모든

어휘를 다 벌려 놓아 무슨 문장을 짓는다 해도 결코 만 분의 하나도 꼭 들어맞게 전했다고는 못할 것입니다. 어찌 보면 사자 같고, 다시 보면 맹호 같고, 그러다간 노승도 같고, 또 더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것, 천만 개가 다 그러하니 진실로 여기서 이 변화무쌍한 것, 아니 이 변화무쌍한 광경을 무슨 말로 나타낼 수 있겠느냐는 말씀입니다. '세상의 온갖 형상이 모두 다 허망한 것이니라' ( 凡所有相 皆是虛妄 )한 금강경金剛經의 대표적 명귀를 과연 이곳에서 그 진리의 한 끝이라도 깨닫고 가는 것만이 나의 얻어 가는 것이라고 할까요 우리는 골짜기의 왼편 허리춤을 타고서 마치 하늘에서나 내려오는 듯이 차마 날지 못해 걷기는 걸을지라도, 활주기滑走機 쯤은 필요를 느끼지 않을 만큼 급속도로 미끄러져 내립니다. 내외 설악 중들과 산촌 사람들의 중요한 교통로이기 때문에 비록 번잡한 왕래는 없다 할지라도, 그대로 길의 형적은 있으므로 길 잘 못

들 염려도 없거니와 비교적 위험하지도 않은 길입니다. 산 마루 위에서 내린 지 한 30분쯤에 왼편으로 웅대한 바위 절벽이 우뚝 솟아올라 고대 닫힐 듯이 언제나 열려 있는, 천작으로 된 돌문 하나를 만나는데, 이것을 금강문이라 합니다.

 

닫힐 듯 열려 있네

바로 앞에 열려 있네

찬란한 금강문이

여기 분명 열려 있네

우리 님 정다운 목소리

주저 말고 오라시네.

 

아낌없이 쓰레시네

마음대로 쓰레시네

풍성한 금강 잔치

밤낮없이 즐기라시네

우리 님 주시는 것이라

의심할 것 하나 없네.

 

막힌 줄 알지 마라

없는 양 알지 마라

언제나 열려 있네

무궁무진 쌓여 있네

이게 다 내 것이라네

가슴 뻐기고 살아야네.

 

 

臥仙臺와 飛仙臺

 

이 금강문을 벗어나 낙엽 쌓인 돌길을 헤치면서 오르고 내리는 동안 나는 분명히 무슨 신비의 전람회에나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아니 착각이라니요. 착각이 아닌 사실인 걸 말씀해야겠군요. 제1호실은 장엄, 제2호실은 화려, 제3호실은 정결, 제4호실은 미묘, 제5호실은, 제6호실, 100호실, 및 천 호실 및 만 호실 일지 모르는, 이 '신비의 전람회,에 들어와 눈이 둥글해서 어리둥절할 따름입니다. 과연 여기는 그래 제 몇 호실이며 또 무엇을 진열한 곳인가요. 지금 여기가 몇 호실인지는 모르나, 이 방은 아마 '깊고 그윽한 방'(幽深)인 것 같습니다. 설악이 본시 산이요, 산 중에서도 깊은 산이니 여기 와서 따로 말하는 것이 얼른 생각하면 얄궂고 우스운 말일 법 하나 설악 중에서도 그야말로 '샘플. 케이스'로 깊고 그윽한 것을 보여 주는 곳은 이곳이겠습니다. 말하면 '깊고 그윽함'의 표본실이라고 할 것입니다. 어떤 것이나 '맛'이란 말이 붙는 것은 친히 맛보지 않고선 모르는 것입니다.  이러한 '깊은 산의 맛' (深山味)도 직접 와서 맛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을 것입니다마는, 우선 그'맛'을 대강만 전하고자 하면 '깊은 산의 맛'이란, 떫고 쓰고 맵고를 뒤섞은 그 무엇이기 때문에 대개 첫 번 맛본 이는 입맛만 다셔 보고, 심하면 상을 찡기고 돌아섭니다. 그러나 그건 실상 떫은 채로'구수한 맛'이 있고, 쓴 채로 '단 맛'이 생겨나서, 몇 번 맛본 사람은 되레 거기에 인이 박혀서 나중엔 떼려야 뗄 수 없는 고질이 되고 맙니다. 결코 '아편'으로도 비하지 못할 것입니다. 거기에 완전히 혹하게 되고 마는 날에는 그야말로 '세상 온갖 맛, 이것 저것 다 그만일세' (世間一萬味 此彼休又休)라는 불교문자 그대로가 되고 맙니다. 금강문에서 한 30분 동안 이 같은 '깊은 산의 맛'에 취하면서 내려오다가 잠깐 오른편 송림사이로 갈려 들어가니 반석에 반야대般若臺라 새겨 놓은 곳이 있습니다. 이 반야란 것은 지혜란 뜻의 범어 '프랏냐'를 음역 한 것입니다마는 이 '반야대'로 말하면 이 산에서도 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닌 듯합니다. "수렴동을 지나 사자목으로 올라 '반야대'와 '비파대'를 지나서....... 그 가장 높은 곳은 날새도 못 넘어가는 곳인데 편평한 바윗바닥에 붉은 글씨로 새긴 흔적이 있어 전하는 말이 '永郞'을 비롯한 여러 국선(화랑)들이 써 놓은 것이라 한다"

(過水簾洞 登獅子項 歷般若臺 琵琶臺 其最高處 飛鳥不能過 石面準平 有丹書跡 相傳 永郞諸仙 題石處)라 한 成 昌山의 기록을 보면 이미 지나온 내설악 중에도 '반야대'란 이름으로 부르는 곳이 있었던 모양이나 나는 미처 찾아보지 못하고 지나온 셈입니다. 여기 이 '반야대' 아래에는 반야폭이라는 폭포가 있습니다. 과연 물소리 산빛 속에 앉아 하루만 묵상에 잠긴대도 어떤 뛰어나 지혜가 생겨날 것 같습니다. 여기서 돌아내려 아까 내려오던 본길로 나와서는 헬 수 없이 ㄹ자 길을 더듬어 약 5리쯤 내려오다가 비로소 큰 골짜기의 냇물을 만납니다. 여기서 기어이 잊어서는 안 될 것 한 가지가 있으니 그것은 물을 따라 내려가지 말고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입니다. 이 널따란 시내를 거슬러 오르기 한 10분 남짓에 와선대를 만나니 이 '와선'은 여흘 이름으로서 여흘의 높이는 약 3척. 그러나 폭은 10여 간이나 되는데 이걸 일러 와선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백여 명이나 앉을 만한 넓고 훤한 바윗 바닥에 잠깐 바랑을 베고 있으니 아마 남의 눈엔 나도 신선으로 보일 것입니다.

 

'와선臥仙'이 있다 하기

누구신가 찾았더니

누운 바위 누운 물을

'와선'이라 이르시네

그 곁에 나도 누웠네

같이 불러 주게나-.

 

여기서 냇물을 바로 외로 몇 번이나 건너면서 한 20분을 더 오르면 이번에는 飛仙臺라 부르는 폭포가 몇 동강이나 꺾이면서 허공에 떠 있는 것은 참말 신선의 깃옷(羽衣) 자락이 펄럭임과 같습니다. 반석 위에는 빈틈없는 題名이 있는데, 얼마나 불유쾌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바윗바닥에 새겨 놓은 '飛仙臺' 석자는 누구의 글씨인지 알 수 없으나 내가 보기에는 저 '내설악'의 '대승폭' 건너편 언덕 위에 새겨 놓은 '九天銀河'의 필치와 같은 솜씨인 것이므로 혹시 楊 蓬來의 글씨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그는 어쨌든 과연 이 비선대의 절경만은 영원히 그 아름다움을 자랑할 것입니다. 일찍 저 불행한 일생을 보낸 눈물의 시인 金 三淵이 이곳에 와서 '비폭층담飛瀑層潭'이라는 제목으로 읊은 시가 있습니다.

 

바위에 올라앉아 금담金潭을 굽어볼 제

오른편엔 부챗살같이 '靑峰'이 늘어섰네

괴인 물 솟은 산이 온갖 묘함 갖췄거니

장하다 기이하다 그 말로만 그치리오

명산을 찾아들어 이곳저곳 두루 밟아

신선 생각에 비로소 맛이 들어

앗차!   金剛岩에 떨어질까 하다 말고

깜짝 놀라서 막대를 고쳐 짚네.

 

瓊帶俯金瀑 경금부금폭

右扇排靑峰 우선배청봉

融峙備衆妙 융치비중묘

豈惟勢奇壯 개유세기장

名山蠟遍 명단렵극편

丹丘想 시협단구상

欲落金剛岩 욕락금강암

경우갱주장

  

이 시는 다만 김 삼연의 심경을 보여 준 것만이 아니고 바로 이곳의 실경을 묘사한 것이라고도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시에 쓰인 '金潭'이니, '金剛岩'이니 하는 것은 이곳의 부분적 명칭으로 보아야 할 줄 압니다.

........

 

내설악과 외설악의 분수령 마등령(馬登嶺, 摩登嶺) 반석 위에 배낭을 내려놓으며 시간을 보니 13시 30분이다.

희운각대피소에서 출발한 지 7시간이 소요되었으니 유유자적한 느림보 산행이다.

 

높이 1,327m의 마등령.

세존봉과 나한봉 사이 잘록한 허리가 말등 같다 해서 이름 붙여졌다. 

속초시가 발행한 '설악의 뿌리'에서는 산이 험준하여 손으로 기어올라야 한다고 하여 갈마자를 써 摩登嶺이라 하였다고도 한다.

 

표지목 옆의 뾰족한 바위 봉우리 말등에 올라 서니 천야만야 아찔한 낭떠러지다.

사방을 살피니 동으로는 동해, 남으로는  天花臺 능선, 범봉, 1275봉, 천불동의 수많은 연봉이 눈앞에펼쳐진다. 

그 뒤로 화채봉 능선과 대청. 중청이 바라다 보이고, 북으로는 유아독존 세존봉世尊峰이 우뚝 서 있다.

 

 

 

                                                                                   마등령 정상 표지목

  

마등령의  바위 봉우리(1)

 

 

마등령 바위 봉에서 바라보이는 세존봉, 천불동 연봉들

 

 

왕관봉. 희야봉. 범봉,  1275봉 .직암봉. 나한봉 ,   뒷쪽으로 화채봉. 대청. 중청이 바라보인다

 

 

1275봉과 천화대 첨봉들

 

 

 

마등령을 내려서서 걷는 내내 범봉과 1275봉 천화대의 수많은 첨봉이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고 또 나타난다.

바위 봉우리가 아름답고 장엄하다. 

마음이 숙연(肅然)해진다.

벼랑길에 설치된 전망대를 지나니 절벽 끝으로 철주 울타리가 둘러쳐진 가파른 내리막 길을 내려선다.

걷다가 다시 또 계단을 밟고 내려가다 왼편 울타리 터진 곳 바위 사면에 샘터가 있다.

바위를 타고 흐르는 석간수 맑은 물을 수통에 가득 받는다.

차가운 물을 마시니 갈증이 풀리며 가슴이 시원히 트인다.

이 한 잔 石間水의 맛은 그 무엇에도 비유할 수 없다.

물에서 山향기가 난다.

  

홀연 장대하게 솟구친 돌문이 나타난다. 

金剛門이다.

장대한 돌문에는 金剛力士가 있는 듯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다.

왼쪽 돌문에는 금강저를 들고 부처님을 호위하는 밀적금강이, 오른쪽 돌문에는 힘이 코끼리의 백만 배가 되는 천상계의 역사인 

나라연금강이 금방이라도 험상궂은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날 것만 같다.

돌계단을 밟고 金剛門에 들어 世尊峰을 바라본다.

올연兀然한 세존봉의 자태가 그윽하다.

  

내려갈수록 바위 봉우리는 점점 더 웅장하게 높아지고 골은 점점 더 깊어진다. 

예사롭지가 않다.

深山幽谷이다.

깊은 산 깊은 골짜기다.

 

금강문과 수려한 첨봉들

 

 

  

멀리서 붉은 빛 돌문 금강문이 바라보인다

 

 

  

바위를 타고 흐르는 석간수

 

 

  

금강문 돌문의 한 형상

 

 

  

金剛門 오르는 길

 

 

  

금강문金剛門 들어 뒤돌아본 풍경

 

 

  

올연(兀然)한 세존봉의 자태가 그윽하다.

 

 

붉은 소나무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둥그스름한 암반 뒤로 우뚝 솟아 가지 축축 늘어뜨린 낙락장송落落長松이 보인다.

천수관세음보살千手觀世音菩薩인양 천 개의 손을 뻗어 하늘을 만진다.

'낙락장송 천수관세음보살'로 이름 짓는다.  

  

落落長松 千手觀世音菩薩   낙낙장송 천수관세음보살

 

 

 

기이한 바위 형상이 나타나고 붉은 송림이 우거진다.

여기 어디쯤에서 鷺山은 송림 사잇길로 내려가 '반야대'라 새긴 반석을 보고, 또 그 아래에 내려가  반야폭의 폭포 소리를 들었다고 적었다.

반야대로 가는 길을 가늠할 수가 없다.

아마도 그 반야폭은 지금의 형제폭포이고 '반야대' 글씨가 새겨진 반석은 그 형제폭포 위의 암반인 듯하다.

  

奇岩

 

 

  

奇岩

 

 

  

껍질이 아름다운 소나무

 

 

  

꼬마 암봉을 넘는다.

한참을 내려서다 뒤를 돌아보니 화채능선을 배경으로 홀로 우뚝 히 솟은 세존봉이 그윽하게 보인다.

유선대를 지난다.

유선대 밑을 돌아 내릴수록 유선대는 더욱 웅대해진다.

뒤를 돌아보니 금강문 돌기둥이 아름답게 솟아 있다.

 

이제 미륵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미륵봉 옆을 따라 넓적한 바위 길을 내려간다.

장대한 암봉 울울한 나무

암봉이 내뿜는 시원한 기운, 赤松에서 나오는 솔향, 

깊은 산의 맛에 흠뻑 빠진다.

내려갈수록 점점 더 웅장하고 장대해지는 미륵봉  이제는 눈앞을 가로막는다.

천둥이 치고 세찬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더니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한다.

큰 나무 아래로 들어서니 촘촘한 겹겹의 나뭇잎이 우산이 되어 준다.

 

장군봉 위에서 여자의 카랑카랑한 고함소리가 들린다.

위를 올려다보니 록클라머 rock climber 2-3명이 장군봉 바위 사면에 매달려 세찬 비바람을 그대로 맞고 있다.

후드득 후두둑 나뭇잎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가 요란하다.

 

빗줄기는 굵어졌다 가늘어졌다를 반복한다.   

나뭇잎을 적시는 빗소리,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바위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1시간이 흘러간다. 

세찬 바람이 불적마다 나뭇잎에 고인 빗물이 후두둑 떨어져 옷깃을 적실 무렵 다행히 빗줄기가 가늘어지며 소나기가 그친다.

 

번질번질한 물기가 흐르는 돌을 밟으며 내려서 금강굴 입구에 서서 장대하고 장엄한 미륵봉을 올려다본다.

雪岳8奇 중의 하나인 미륵봉 금강굴은 자연동굴로 1,300여 년 전 원효대사가 수행하였던 곳이다.

원효대사의 대표적 저서인 금강삼매경론의 머리를 따 금강굴이라 하였다.

 

한 산님이 급히 앞을 추월해 가는데 배낭과 옷이 온통 젖어 물에 빠진 듯하다.

 

 

꼬마 암봉

 

 

  

화채능선을 배경으로 홀로 우뚝히 솟은 세존봉이 그윽하게 보인다.

 

 

  

赤松 오른쪽 기둥돌이 금강문이다

 

 

 

 

유선대 오른편으로 천화대 능선과 1275봉이 보인다

 

 

  

 

 

 

비선대飛仙臺

와선대(臥仙臺)에 누워서 경치를 감상하던 선녀가 이곳에서 목욕을 하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하여 비선대飛仙臺라 하였다.

 

 

飛瀑層潭  /  金三淵

瓊帶俯金瀑

右扇排靑峰

融峙備衆妙

豈惟勢奇壯

名山蠟

丹丘想

欲落金剛岩

                       

                    

피폭층담飛瀑層潭

바위에 올라앉아 금담金潭을 굽어볼 제

오른편엔 부챗살같이 '靑峰'이 늘어섰네

괴인 물 솟은 산이 온갖 묘함 갖췄거니

장하다 기이하다 그 말로만 그치리오

명산을 찾아들어 이곳저곳 두루 밟아

신선 생각에 비로소 맛이 들어

앗차!   金剛岩에 떨어질까 하다 말고

깜짝 놀라서 막대를 고쳐 짚네.

 

  

왼편  미륵봉(장군봉)과 오른편 적벽

 

 

 

 

 

비선대飛仙臺

 

 

 

 

  

바위 위에 자라는 소나무

 

 

臥仙臺

 

 

 

雪岳山에는 八景과 八奇가 있다

 

雪嶽八景  

(1) 龍飛昇天  - 설악산 폭포들의 떨어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면 마치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것같이 황홀하여 물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하늘로 향해 올라가는 느낌을 갖는다.

(2) 雪岳霧海  - 여름이 되면 봉우리마다 구름과 안갯속에 잠겨 설악산은 안개와 구름의 신비로운 바다로 변한다.

(3) 七色有虹  - 폭포에서 떨어지며 흩날리는 물방울이 아침과 저녁 햇살에 반사되어 영롱한 빛깔을 띤다.

                  선녀가 금시라도 타고 갈 수 있는 듯한 무지개다리가 놓이고 바람이 불면 무지개가 하늘거리며

                  움직이는 모습은 진경이 아닐 수 없다.

(4) 紅海黃葉  - 가을이 되면 온 산이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 넓은 바다를 이룬 풍경이다.

(5) 春滿躑躅 - 봄에 진달래와 철쭉이 만발하여 산에 가득하다. 특히 대청봉에 피는 진달래 철쭉꽃은 상상할 수 없는 

                  절경이다.

(6) 月夜仙峰  - 가을밤 둥근달이 중천에 뜨면 기암괴봉의 모습이 마치 선녀처럼 보인다.      

(7) 滿山香薰  - 봄에 초목이 소생하면 그 향기가 산에 가득하여 바람이 불면 향긋한 냄새가 온 골짜기에 가득하다.           

                  계곡에 군생하는 눈향나무 숲을 지나면 숲 향기가 코를 찌른다.

(8) 開花雪景  - 설악산은 겨울산이 특미다.  나무나 기암절벽에 눈이 쌓이면 온갖 형태의 눈꽃이 피어 절경을 이룬다.

 

 

雪嶽八奇

(1) 天吼地動  - 여름철에 비가 많이 내리면 천둥이 치고 번갯불이 번쩍거려 온통 하늘이 찢어지는 듯이 울부짖고 땅이

                  갈라지는 듯 지축이 흔들려서 나는 신비하고 기이한 울림소리

(2) 巨岩動石  - 집채 같은 바위가 한 사람의 힘으로도 움직인다는 것은 신기한 현상

(3) 轉石洞穴  - 계조암같이 바위와 바위가 서로 맞대어 하나의 자연굴이 만들어짐

(4) 百斗鷗穴  - 내설악 외가평에서 백담사로 가는 도중에 있는 구혈은 콩 백말을 넣을 수 있는 구멍이다.

                  옛날에 학이 날아간 자국이라는 전설이 있다.

(5) 垂直節理  - 천불동 골짜기의 뾰족한 바위 봉우리 울산암 가리봉의 만물상 등 수직절리로 천태만상의 형상을 한 신기하고

                  기이한 자연의 조화다.

(6) 有多湯瀑  - 폭포가 있는 곳에는 으레 소(沼)나 못(淵)이 있기 마련인데 설악산에 바위가 많아서 탕이 많다.

                  내설악의 12 선녀탕이 대표적이다.

(7) 金剛有穴  - 장군봉(일명 미륵봉)의 허리에 있는 금강굴처럼 암산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은 신기롭고 기이하다.

(8) 冬季遲雪  - 11월부터 3월까지 눈이 많이 내려 쌓여 수십 장이나 되는 설산으로 변하며 겨울에 핀 설화는 절경을 이룬다

 

  

비선대산장에 도착하니 오늘이 마침 휴업이라 산장에서 묵을 수가 없어 심히 유감이다. 

산장에 누워 별을 보며 자려고 하였는데........